코카콜라의 굴욕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서석대
코카콜라의 굴욕
  • 입력 : 2021. 06.21(월) 17:24
  • 이용환 기자


"내가 정치에 입문할 때 받은 가장 큰 도움은 코카콜라의 사람들과 코카콜라 병들이었다." 지난 2000년 멕시코 대통령에 당선된 비센테 폭스는 코카콜라 영업사원으로 시작해 중앙 정계의 최정상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MBA를 마친 그는 22세 때 코카콜라 영업사원으로 들어가 승승장구했다. 어쩌면 멕시코의 엘리트였던 그가 트럭을 타고 콜라를 배달했던 것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주지사 시절에는 코카콜라의 전략을 활용해 지역경제를 살려냈다. 은퇴 후에도 그는 "코카콜라에서의 경험이 나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고 자부한다.

코카콜라는 세계 음료 브랜드 가치 1위를 달리고 있는 기업이다. 지난 2016년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기업가치 순위에서도 코카콜라는 65조1000억원으로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에 이어 4위에 올랐다. 지금도 코카콜라는 전 세계에서 하루 평균 20억 잔이 팔리고, 탄산, 스포츠 음료, 먹는 샘물 등 21개 브랜드에서 매년 1조14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국경과 인종, 종교를 넘어 코카콜라 만큼 인기를 누리는 브랜드도 없다. 100년이 넘은 코카콜라 병은 예술, 음악, 광고에 영감을 주는 대중문화의 아이콘이다.

마케팅 전략도 단순하다. 철저하게 한 우물을 파고, 언제 어디서나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음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코카콜라는 50년 넘게 가격을 5센트로 유지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는 군인들이 어디서나 콜라를 마실 수 있도록 미군이 주둔하는 모든 곳에 콜라를 공급했다. "세계인이 마시는 물은 1인당 하루 평균 64온스지만, 코카콜라 판매량은 겨우 2온스도 안 된다."는 로베르토 고이주에타 전 코카콜라 회장의 한마디에도 경영전략의 모든 게 담겨있다.

최근 포르투갈 축구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기자회견장에서 탄산음료를 줄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 놓으면서 코카콜라 주가가 순식간에 4조5000억원이 사라졌다고 한다. 호날두는 이날 회견장에 놓인 코카콜라를 치운 뒤 생수병을 들고 '물'을 외쳤다. 콜라 대신 물을 마시라는 의미다. 평소 호날두는 엄격한 자기관리로 유명하다. 식생활도 단출하다. 자기관리를 떠나 최소한의 것으로 건강하게 사는 것은 누구나 실천할 수 없는 용기다. 자신의 신념을 위해 기업가치 세계 4위인 코카콜라에 굴욕감을 안긴 호날두의 삶이 부럽고 유쾌하다. 문화체육부장

이용환 기자 yh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