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쌀 '종자주권 독립'의 중요성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취재수첩
전남쌀 '종자주권 독립'의 중요성
오선우 전남취재부 기자
  • 입력 : 2021. 06.20(일) 14:23
  • 오선우 기자
오선우 전남취재부 기자.
코로나19 정국에 레토르트, 인스턴트 식품이 넘쳐나고 있다. 배달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쌀은 낯선 존재로 밀려나고 있다. 쌀이 어디서 생산됐으며 언제 수확했는지, 종자는 뭔지, 브랜드는 무엇인지 따질 일은 더더욱 없다. 밥통에 직접 밥을 지어보지 않은 이들도 수두룩하다.

요리에 관심이 많아 나름 집밥 경력 10년 차인 필자 역시 쌀을 골라가며 밥을 짓지는 않는다. 어느 날 집에 선물로 들어온 쌀이 눈에 들어왔다. 올해 전남도 10대 브랜드 쌀에 선정된 해남 '한눈에 반한 쌀'이다. 밥맛 좋기로는 해남 쌀이 최고라는 얘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던 터다.

평소 같으면 포대를 뜯어 쌀을 퍼낼 생각만 했겠지만 문득 포장지에 쓰인 문구를 읽어봤다. '특등급', '10㎏' 등등의 단어외에도 뭔가 어색한 이질감이 느껴진다. 품종란에 한국말이 아닌 외래어가 보인다. '히토메보레'다.

이외에도 함평 '나비쌀' 역시 히토메보레란다. 역시 전남도 10대 브랜드 쌀에 선정됐다. 밥맛 좋고 윤기가 돌며 식어도 맛이 떨어지지 않아 일부 고품질 브랜드 쌀 재배에 활용되는 일본산 종자다.

전남도내 외래종자 재배면적은 2095㏊다. 전체 15만6026㏊ 중 1.4% 수준이지만 일반미가 아닌 고품질 쌀에서는 심심치 않게 외래종자가 보인다.

전남 쌀 종자 주권독립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지난 8일 함평군 엄다면에서 '전남 쌀 종자주권 독립선언 행사'가 열렸다. 국산 종자 사용을 확대하고 농업의 가치와 중요성 및 쌀의 소중함을 전국에 알리기 위해서다. 정부와 지자체, 농민과 소비자 모두가 한마음으로 종자 주권 확립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전남도는 지역 대표 브랜드 '새청무' 육성에 전력하고 있다. 전남의 날씨와 지형, 토양에 가장 적합하고 기후 변화에도 강하다. 지속적인 품종 개량으로 맛도 좋아져 호평을 받고 있다. 히토메보레 등에 익숙해진 소비자의 입맛을 가까운 시일 내에 돌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종자 국산화가 한순간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1%에 불과하지만 적은 재배 면적으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휘어잡고 있는 것도 일본산 종자다. 전남도는 2024년까지 외래종자 재배면적을 1000㏊ 이하로 줄일 계획이지만 관·민·정 협력 없이는 힘들다.

'세우습의(細雨濕衣)'라는 말이 있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뜻이다. 99%라는 수치에 속지 말고 국산 종자를 끊임없이 육성하고 널리 보급해 종자 주권 확립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국산화를 넘어 전 세계에 전남 쌀을 널리 알리고 식량 안보에 보탬이 되는 길을 모색해야 할 시기다.

오선우 기자 sunwoo.oh@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