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진 정치부 차장 |
하인리히 법칙을 적용해보면,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학동 재개발 붕괴 참사는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 불과 2년 전 발생한 2019년 잠원동 철거 사고와도 닮은꼴로, 사전 경고는 충분했다. 참사 발생 전 시민들이 철거 공사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었지만,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고 위험신호를 무시했다. 철거 현장에서도 작업자들은 이상한 소리를 들었지만, 차량 통제 등을 하지 않고 미리 이탈했다. 우리 사회가 묵인해 온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에 속도와 수익만 좇는 재개발 사업, 관행처럼 되어버린 다단계 하도급, 졸속 공사, 관리·감독 소홀이 만들어 낸 예견된 인재(人災)였던 것이다.
1995년 발생한 삼풍 백화점 붕괴사고 후 26년이 흘렀지만, 달라지지 않은 한국 사회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당시 사망 501명, 실종 6명, 부상 937명으로 한국전쟁 이후 가장 큰 인적 피해가 발생했었는데도 말이다. 참사 때마다, 매번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며 외양간을 뜯어 고쳤지만, 결과적으로 변한 건 전혀 없는 현실이다. 사고 관련자들은 서로 책임을 미루고 떠넘기며 회피한다. 시간이 지나면 또 언제 이런 일이 있었는지 망각하고, 제자리걸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답답할 뿐이다. 언제까지 우리 사회는 소를 잃은 다음에야 외양간을 고칠 것인가? 철저한 진상조사와 정확한 원인 규명으로 엄중한 책임을 물어, 다시는 원시적인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박수진 기자 suji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