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토란 똑닮은 건강빵 '겉바속촉'으로 입맛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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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협·지발위
곡성 토란 똑닮은 건강빵 '겉바속촉'으로 입맛 유혹
'빵탕순례단'(BTS) 남도 명물빵·탕 전국구로 키우자 ③ 곡성 토란파이만주 ‘가랑드’||토란 활용… 가공식품 선구자||코로나 극복 온라인 돌풍 주역||멜론·딸기에도 토란 접목 계획||청년대표 영입 상생모델 제시||지역 공동체 '곡성드림' 세울것
  • 입력 : 2021. 06.23(수) 11:24
  • 김성수 기자 sskim@jnilbo.com
가랑드 토란파이만주 선물세트
"강릉에 가면 마른 오징어를, 경주에 가면 황남빵을 사는 것처럼 곡성 하면 토란파이만주가 떠오르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섬진강 기운을 고스란히 담은 영양 만점 곡성 토란이 '겉바속촉' 파이만주로 재탄생해 주목받고 있다.

서계리에서 발원해 섬진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곡성천을 따라가다보면 소박하면서도 푸근한 풍경의 곡성읍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기차마을 전통시장에서 뜨끈한 육개장 한 그릇으로 요기를 채우는 관광객들의 모습을 뒤로한 채 학정천변에 이르니 고소한 빵 굽는 냄새가 코끝을 적신다.

이른 아침 '가랑드(섬진강가의 가, 너랑나랑의 랑, 푸른들판의 드)'라는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향기다. 문을 여니 위생복을 차려입은 아주머니가 환한 미소로 반긴다. 수상한영농조합법인 노계숙(59) 대표다.

● 곡성 토란 똑 닮은 파이만주여라

거뭇거뭇 울퉁불퉁한 모습이 땅에서 막 캐낸 토란을 닮았다. 겉모습은 투박하지만 먹어보면 다채로운 식감과 달콤한 맛의 향연이 느껴진다.

말 그대로 '겉바속촉'. 유기농 흑미를 사용한 페이스트리 피는 토란의 빛깔과 모양을 본뜬 것은 물론 바삭한 식감과 고소한 향미까지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그 속에는 껍질을 벗긴 토란처럼 새하얀 속살이 가득하다. 삶은 토란과 강낭콩이 베이스인 앙금은 촉촉한 달콤함과 쫀득함을 선사하며 군데군데 박힌 아몬드 가루는 거부감 없이 고소하게 씹히는 맛까지 더한다.

토란을 닮은 디자인과 먹을수록 당기는 맛보다 특별한 점은 바로 토란만의 다양한 효능에 있다. 토란에서 나오는 끈적한 점액질에 포함된 '뮤신'은 위장 점막을 보호하고 소화 기능을 도우며 장내 환경을 개선한다. 또다른 성분인 '갈락탄'은 피부의 점막 보호 및 재생 작용을 함으로써 바이러스나 세균에 의한 감염을 예방하고 암, 궤양 등의 발생을 억제한다. 콜레스테롤을 배출해 동맥 경화 개선에도 효과가 있다.

생체리듬을 관장하는 천연 수면물질인 '멜라토민'과 비타민 B, 칼슘이 많아 불면증 개선은 물론 우울증에도 효능이 있다. 칼륨도 다량 함유돼 있어 체내의 과잉 염분을 배출시켜 고혈압 개선에 좋다.

노 대표는 "무색, 무미, 무취인 토란은 흡사 영화 속 명품 조연과도 같다"면서 "어떤 재료와 섞여도 맛에 간섭하지 않고 깊이를 더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 곡성 대표 먹거리, 내 손으로 직접

노 대표가 고향인 곡성으로 내려온 것은 지난 2014년. 곡성은 손바닥 보듯 훤한 데다 박학다식하고 언변이 좋은 노 대표는 문화관광해설사로 활동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안타까움만 늘어갔다. 여행객에게 기차마을 외에 먹거리, 숙소, 특산품 등을 추천할 수가 없어서였다.

특산품 개발을 위해 선뜻 나서는 이도 없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결국 노 대표가 두 팔을 걷어붙였다. 2016년 수상한영농조합법인의 시작이다.

노 대표는 곡성을 대표하는 특산품을 만들기 위해 토란을 선택했다. 전국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곡성 토란을 활용해 주부가 할 수 있는 제빵을 시도했다.

노 대표는 "토란은 명절 국 끓이는 것 말고는 쓸 데가 없었다"면서 "추석이 지나 팔 곳이 없다며 애써 수확한 토란을 버리는 이웃집 귀농인의 모습을 보고 토란을 활용하기로 했다"고 회고했다.

막상 덤벼들었지만 과정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토란빵을 야심차게 만들어봤지만 실패작으로 끝났다. 색깔도 맛도 향도 없는 토란을 주재료로 만든 빵은 아무 맛도 나지 않는 스펀지에 가까웠다. 페이스트리로 빵 피를 만들고 토란을 빵 속 앙금 재료로 넣자는 의견을 따라 만들어보니 맛이 좋았다. '토란파이만주'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후 '가랑드'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차근차근 사업 토대를 쌓아갔다. 따로 홍보하지 않았지만 지역 기관·기업은 물론 관광객들도 토란파이만주를 찾기 시작하며 입소문이 퍼졌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판매가 크게 움츠러들며 힘든상황에 직면 했지만 위기는 곧 기회로 돌아왔다. 온라인 판매 시장을 개척하면서 주문량이 크게 늘었고 지난해 7월 디저트 카페를 오픈했다.

노 대표는 "지금은 여력이 없어 토란파이만주를 만드는 것도 힘에 부치지만 안정이 된다면 더 많은 메뉴를 선보이고 싶다"면서 "곡성의 또 다른 특산품인 멜론이나 딸기 등에 토란을 접목해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 끈끈한 공동체, '곡성드림' 꿈꾼다

노 대표는 빵을 만들고 메뉴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기 위해 곡성군 청년 지원사업을 통해 청년대표를 영입했다. 청년 상생의 모델을 제시한 것.

청년대표가 운영을 맡아주면서 온라인 홍보 마케팅 강화와 제품 다양화, 공정 자동화를 통한 생산성 극대화 등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었다.

노 대표는 젊은이들이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어 지역을 활성화하는 것을 당면 과제로 삼았다.

노 대표는 "청년들이 단지 먹고살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아닌, 일의 소중함과 가치를 깨닫고 그것을 확산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 것"이라면서 "사업이 성장해 안정세에 접어들면 청년들에게 맡기고 해설사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토란파이만주로 인생 2막을 바쁘게 살고 있는 노 대표의 꿈은 무엇일까. 노 대표는 구례의 '자연드림'처럼 곡성만의 테마파크인 '곡성드림'을 꿈꾼다.

노 대표는 "옛 조상들처럼 혈연은 아니지만 주민이 모두 끈끈한 공동체를 이뤄 함께 살아가는 평화로운 마을 곡성이 됐으면 한다"면서 "원물 생산부터 가공, 판매에 체험에 이르기까지 한데 어우러진 우리만의 농원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성수 기자 sskim@jnilbo.com seongsu.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