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서건창 키워낸 송정동초 박태범 감독 고별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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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일반
양의지·서건창 키워낸 송정동초 박태범 감독 고별경기
각종 대회서 우승 61번 이끈 명장||공무원 겸 야구감독 퇴임 첫 사례||35년 지휘봉 내려놓고 새 인생 꿈||"유소년클럽 조성 등 야구 발전 기여"||||
  • 입력 : 2021. 06.23(수) 17:27
  • 최동환 기자

박태범 송정동초 야구감독이 23일 광주 광산구 본량리틀야구장에서 자신의 고별 무대인 대성초와의 2021 광주야구소프트볼협회장기 준결승을 마친 뒤 제자들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최동환 기자 cdstone@jnilbo.com

23일 광주 광산구 본량리틀야구장에서 특별한 경기가 펼쳐졌다. 박태범(61) 송정동초 야구팀 감독이 35년간 정들었던 야구 지휘봉을 마지막으로 잡는 대회였다.

송정동초 야구부 30여명은 이날 등번호 87번을 단 유니폼을 입고 스승의 은퇴경기를 치렀다. 송정동초 선수들은 2021 광주야구소프트볼협회장기 준결승에서 투혼을 발휘, 대성초를 6-2로 이기며 정년 퇴임하는 스승의 '고별 무대'를 빛냈다.

송정동초 주장 박한울(6년)은 "감독님과 함께 한 마지막 경기라 감회가 남달랐고, 여느 경기 때보다 더 집중하고 열심히 뛰었다"며 "내일 결승에서도 최선을 다해 감독님에게 마지막 우승컵을 선물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대성초와의 경기 내내 제자들을 토닥거리며 힘을 불어넣어 승리로 이끈 박 감독의 눈가엔 눈물이 고였다.

오는 30일 정년 퇴임을 하게 되면서 이번 대회를 끝으로 35년간 이어왔던 지도자 생활을 마치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공무원(행정실 직원)으로 야구감독을 겸직하면서 퇴직하는 박 감독은 "그동안 쌓이고 쌓인 소중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 잠시 울컥했다. 정말 정든 팀을 떠난다고 하니 먹먹한 기분이다"며 "열심히 따라주고 최선을 다해 승리의 선물을 준 제자들이 기특하고 감사할 뿐이다"고 말했다.

박 감독의 야구인생은 송정동초 5학년부터다. 이후 송정중-경기고-부산동아대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박 감독은 졸업 후 1987년 재창단된 송정동초 야구팀 감독으로 부임해 35년간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한 '덕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광주시야구협회 최우수감독상(1991년·2003년·2007년·2008년·2014년·2018년), 무등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최우수심판상(1998년 6월), 북경 국제리특야구대회 최우수감독상(1994년 8월), 대한야구협회 근속상(2000년 1월), 광주 광산구 생활체육대상(2005년 10월), 녀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로상(2018년 12월) 등 다양한 수상 이력이 증명해 주듯, 그동안 광주 야구 발전을 위해 누구보다도 더 헌신 봉사해왔다.

특히 송정동초 야구팀의 역사는 '박태범 감독의 역사'나 다름없다. 100년의 역사를 가진 송정동초 야구부는 일제 강점기에 창단돼 암울한 시대 지역민에게 희망을 안겨줬다.

하지만 1945년 해방 이후 재창단과 공백기를 거쳐 빛을 잃어가다 1987년 박 감독이 주축이 돼 동문들과 함께 야구부 재창단을 이끌었고, 감독으로 부임하며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박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진두지휘한 송정동초 야구부는 지난 1989년 광주춘계연맹전에서 재창단 첫 우승을 일궈내며 명문팀으로 비상을 예고했다.이후 광주대회 우승 55회, 준우승 34회를 거뒀다.

또 1991년 대한야구협회장기에서 재창단 4년 만에 전국대회 첫 우승을 시작으로 전국대회 우승 6회, 준우승 3회, 3위 13회의 성적을 올리며 전국 명문팀으로 우뚝 섰다.

박 감독의 탁월한 능력은 송정동초 야구부의 우수 성적 거양으로만 국한되지 않았다.

박 감독은 1994년 8월 북경에서 열린 국제 리틀야구대회 한국 감독으로 출전해 우승을 이끌었고, 2003년 8월 미국에서 열린 칼 립켄 주니어 세계야구대회 감독으로 3위 성적을 냈다.

박 감독은 한국야구를 이끌어 가는 수많은 제자들도 키워냈다. 최희섭 KIA 코치, 이현곤 KIA 코치, 정성훈 KIA 코치, 곽정철 KIA 코치, 양의지(NC), 허경민(두산), 서건창(키움), 박준표(KIA), 정찬헌(LG) 등이 그의 제자다.

광주야구협회는 박 감독의 공로를 높이 사 이날 경기 후 은퇴식을 마련해 공로패를 수여했다. 이날 은퇴식에는 광주야구협회 임원진과 송정동초 야구선수 학부모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박 감독은 야구 지휘봉을 놓았지만 광주 광산구 유소년(16세 이하) 야구클럽을 조성해 야구 유망주를 키울 계획이다.

그는 "그간 송정동초에서 많이 웃고 울었다. 후회없고 보람있게 은퇴한다. 야구는 곧 내인생이었고 송정동초는 그 보금자리였다. 제자들이 한국야구를 잘 이끌어 나갔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태범 송정동초 야구감독이 23일 광주 광산구 본량리틀야구장에서 자신의 고별 무대인 대성초와의 2021 광주야구소프트볼협회장기 준결승을 마친 뒤 제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최동환 기자 cdstone@jnilbo.com

박태범 송정동초 야구감독이 23일 광주 광산구 본량리틀야구장에서 자신의 고별 무대인 대성초와의 2021 광주야구소프트볼협회장기 준결승을 마친 뒤 제자들의 헹가래를 받고 있다. 최동환 기자 cdstone@jnilbo.com

박태범 송정동초 야구감독이 23일 광주 광산구 본량리틀야구장에서 자신의 고별 무대인 대성초와의 2021 광주야구소프트볼협회장기 준결승을 마친 뒤 나훈 광주야구소프트볼협회장으로부터 공로패를 받고 있다. 최동환 기자 cdstone@jnilbo.com

최동환 기자 cdston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