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민간인 희생자 최다 전남, 통계·실태조사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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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민간인 희생자 최다 전남, 통계·실태조사 전무
유공자 대우·위령사업 등 언제쯤||2기 진화위 현장조사 화순 유일||道 "내년 예산 확보해 조사 추진"
  • 입력 : 2021. 06.24(목) 17:10
  • 오선우 기자
1950년 12월 6일 아침 11사단 20연대 2대대 5중대 군인들이 들이닥쳐 주민들을 학살한 함평군 월야면 동촌마을 들머리. 진실화해위원회 제공
민족 최대 비극인 6·25전쟁 발발 71년을 맞아 당시 민간인 희생자에 대한 조사가 시급하다. 억울하게 희생당한 수많은 민간인들의 규모조차 제대로 가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민간인 최다 희생지역인 전남에서 현황조사는 물론 과거사 청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 최대 피해지 불구 실태조사 전무

전남은 6·25전쟁 기간 가장 많은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했지만 전쟁 발발 70여 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유일하게 작성된 자료는 전쟁 당시 기록된 자료가 전부이며, 이마저도 희생자 편차가 커 공신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1952년 3월31일 공보처 통계국이 작성한 '6·25사변 피살자 명부'에 따르면 전국 민간인 피살자는 5만9964명으로 기록됐다. 이 중 전남에서만 4분의 3에 가까운 4만3511명(72.56%)이 학살당했다. 지역별로는 영광이 2만1225명으로 전남의 절반 수준인 48.78%였다.

1953년 발간된 '대한민국통계연감'에는 전국 피살자가 12만8936명으로 이 중 전남에서 절반이 넘는 6만9787명(54.13%)이 학살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북 피살자 1만4216명을 더하면 호남에서만 3분의 2 수준인 8만4003명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것으로 기록됐다.

그나마 두 통계를 통해서 전남에서 희생자가 컸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다.

명확한 현황 파악이 어렵자 유공자 대우나 위령사업 추진 등도 미진한 실정이다.

도내 6·25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사건 관련 위령시설은 28개소가 운영 중이지만 지역별로 있는 현충탑과 소규모 시설이 대부분이다. 위령제는 지난 2015년부터 전남도의 합동 위령제와 시군별 위령제가 연 15차례 열리고 있지만 시행하지 않는 시군도 있을뿐더러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 2기 진화위 화순 등 현장조사 돌입

국가 차원의 진실규명을 위해 지난해 12월 제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이하 진화위)가 출범해 활동 중이다.

지난해 12월10일부터 오는 2022년 12월9일까지 2년간 사건을 접수받으며 조사기간은 지난 3월9일부터 오는 2024년 3월8일까지 3년간이다.

지난 18일 기준 진화위에 접수된 전국 신청 건수는 4410건이며, 전남에서는 707건이 접수됐다. 현재 1차(328건)·2차(334건) 조사활동을 합해 모두 662건에 대한 현장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전남의 경우 지난 5월27일 시작된 1차 조사에 '전남 화순지역 군경 및 적대세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사건'이 포함됐다.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화순에서 현장조사가 진행됐다.

화순 사건에는 1949년부터 1953년까지 화순에서 군경의 빨치산 토벌작전 수행과 빨치산 협조자 색출 과정에서 민간인이 희생된 사건, 공무원·경찰·대한청년단원이나 그 가족, 빨치산 비협조자라는 이유로 빨치산 등 적대세력에 의해 민간인이 희생된 사건 등 2건이 포함됐다.

지난 17일에는 두 번째 조사활동이 시작돼 총 334건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으나 전남 사건은 없다. 조사활동이 시작단계이긴 하지만 최대 피해지인 전남에서 조사가 활발하지 않아 진실을 규명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진화위 관계자는 "모든 신청 건에 대해 최대한 빠른 조사개시를 수행하고 철저히 조사할 수 있도록 위원회 모두가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전남도 "내년 본예산 확보해 추진"

진화위 활동과는 별개로 전남도 차원의 실태조사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 4월28일 전남도의회 제351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이장석(더불어민주당·영광2) 의원이 도정질문을 통해 "6·25전쟁 당시 학살당한 민간인들에 대한 국가 조사를 기다릴 게 아니라 전남도 차원에서라도 실태조사와 위령사업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전남 피해자의 10분의 1 수준인 전북이 지난 1994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실태조사와 위령사업 연구를 마친 후 도민 대상 설문까지 진행한 사례를 들었다.

이 의원은 "71년이 지나 유족과 목격자가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있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하루속히 실태조사를 마치고 위령시설을 갖춰 합동으로 위령제를 지내 억울한 영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전남도는 내년도 본예산에 용역비를 반영해 도 차원의 실태조사에 돌입할 모양새다. 실태조사를 마친 후 결과를 토대로 명예회복과 위령사업, 화해사업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지난 추경에 예산을 반영하기에는 시일이 빠듯해 내년에 반영할 예정"이라며 "전남지역 희생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명예회복과 유공자 대우, 위령사업 기틀 마련에 힘써 진정한 과거사 청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오선우 기자 sunwoo.oh@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