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곳곳 캠핑족 골머리… 스스로 치우는 에티켓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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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복지
전남 곳곳 캠핑족 골머리… 스스로 치우는 에티켓을
전남 149곳 캠핑장 정식 지정 ||장소별 규정 달라 단속 모호 ||캠핑족들 의식개선 선행돼야
  • 입력 : 2021. 06.28(월) 11:25
  • 조진용 기자

무안군 망운면 피서리에 위치한 톱머리항에 캠핑 자제를 당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무안군 망운면 피서리에 위치한 톱머리항에 캠핑 자제 현수막이 걸려있으나 방문객들이 캠핑을 하고 있다.

곡성군 오곡면과 죽곡면 경계에 위치한 유원지에 캠핑카와 텐트들이 빼곡히 있다.

곡성군 한 유원지 간이쓰레기 분리배출함에 각종 쓰레기들이 뒤섞여 배출돼있다.

물놀이금지구역인 곡성군의 한 유원지에 방문객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무안군 망운면 피서리 톱머리항에 위치한 공용화장실 한쪽에 캠핑족들이 남기고간 쓰레기가 쌓여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자 전남 곳곳에는 '차박(자동차에서 잠을 자고 머무는 행위)' 캠핑족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무분별한 쓰레기 투기가 난무하고 있어서다. 지자체가 불법 캠핑 단속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구역별 규제가 달라 단속만으로는 쉽지 않다는 게 단속원들의 하소연이다. 자신이 즐기고 간 자리는 스스로 치우는 선진 의식이 절실히 요구된다.

● 캠핑족들 무분별 쓰레기 투기 '천태만상'

#지난 26일 곡성군 오곡면과 죽곡면 일대. 섬진강과 보성강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유원지다. 주말을 맞아 차박을 위해 캠핑카와 캠핑 트레일러, SUV일반 자동차 등 100여대의 차량들로 빼곡하다. 차량 옆에서는 식사 준비를 하는지 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식사를 마친 방문객들은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맥주캔, 일회용품 등 각종 쓰레기를 담는 듯했지만 그 옆에는 여전히 버려진 쓰레기봉투가 나뒹굴고 있었다.

#같은 날 무안군 망운면 피서리한 톱머리항도 상황은 마찬가지. 입구부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캠핑과 방문을 자제해 주기 바랍니다' 현수막이 걸려있다. 현수막의 취지와는 달리 해질녘이 되자 캠핑카와 SUV 차량들이 텐트 칠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분주하다.

공용화장실에서 음식재료들을 씻고 난 후 캠핑을 위해 준비해 온 일회용품 쓰레기들을 공용화장실 한 쪽에 그대로 버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톱머리항 인근 주민들은 주말마다 찾아오는 방문객들로 인한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진남원 망운면 이장은 "톱머리항은 약 50여 대의 주차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조성돼있어 공용주차장으로 잘못 알고 주차하고 텐트를 치는 바람에 주차문제로 실랑이를 벌이기도 한다"며 "톱머리항 인근에는 톱머리 해수욕장이 인접해 있어 20여곳의 음식점들이 조성돼 있는데 캠핑의 경우 음식을 직접 조리해 먹다 보니 상권까지 도움이 되질 않는다"고 말했다.

캠핑 인구가 급증한 데는 장기적인 코로나19로 해외여행 등에 제약이 따르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캠핑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캠핑 인구는 지난 2019년 기준 600만명 가량 된다. 이는 10년 전에 비해 10배가량 확대된 수치로 국내 캠핑카 등록 대수도 2014년 4131대에서 2019년 2만4869대로 6배가량 증가했다.

● 지자체, 캠핑족 집중단속 나서

전남에는 총 149곳의 캠핑장이 정식 지정돼 있다. 캠핑장으로 정식 지정된 구역 이외의 캠핑은 불법이며 이에 대한 단속은 지자체 재량이다. 장소별 담당 부서와 근거 법안들이 달라 단속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현행 규정상 해수욕장, 하천, 산, 계곡, 자연보전구역, 강(댐), 방파제 장소의 경우 지정된 장소 외에서 취사 및 야영으로 환경을 오염시키는 행위를 할 경우 과태료 처분을 내릴 수 있다.

곡성군 유원지의 경우 캠핑이 가능한 지역으로 일부 방문객들이 캠핑 금지구역인 하류 구역까지 캠핑을 하고 있어 계도에 나설 방침이다.

곡성군 환경지도팀 관계자는 "쓰레기 투기의 경우 구매 이력(영수증)이 있어야 단속이 가능한 데 확보가 수월하지 않다. 압록교 밑 보도블록으로 포장된 구역은 캠핑이 가능한 곳인데 일부 방문객들 중 하류 자갈밭이 깔린 구역까지 찾아가 캠핑을 하는 경우가 있다"며 "7월1일부터 8월까지 안전총괄팀 직원 4명, 담양소방서 2명을 배치해 단속과 계도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무안군 역시 톱머리항에 캠핑을 규제할 마땅한 방법이 없어 난색을 표한다.

무안군 청소행정팀 관계자는 "톱머리항은 해양수산부 관할로 어촌어항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캠핑을 규제하는 내용은 없어 평일에는 청소차량을 이용해 쓰레기 수거에 나서고 있다"며 "7월부터 10월17일까지 단속반 6명을 구성해 매주 주말 단속을 벌여 계도조치를 하고 유관 부서와 협의해 간이 쓰레기 배출함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스스로 치우는 에티켓 갖추기 우선

정부는 차박·캠핑족이 증가하면서 쓰레기 발생 등 문제가 속출하고 있어 조치에 나섰다. 국토교통부가 캠핑 활성화를 위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지난 7일 입법 예고했다. 이 입법 예고안은 캠핑용 자동차를 대여사업용 차량에 포함하는 내용으로 7월19일까지 입법 예고를 거쳐 최종 9월부터 캠핑카도 렌트가 가능해지게 된다.

환경전문가들은 캠핑족 스스로 의식 개선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차병희 한국캠핑협회 회장은 "캠핑으로 쓰레기, 각종 안전사고 위험 노출 등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데 캠핑카까지 렌트가 가능해지면 쓰레기 발생이 폭발할 것"이라며 "'나 하나쯤이야'라는 안일한 생각보다 자신의 자리는 스스로 말끔히 치우고 가는 에티켓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캠핑을 금지하는 관련 법령, 규제들이 세분화 돼있어 일반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기안 초당대학교(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해수욕장, 산림, 자연공원, 공원녹지, 수도, 하천 구역 등에서 캠핑에 대한 규제는 마련돼 있다. 하지만 일반 국민이 각종 법령을 하나하나 찾아 금지되는 행위가 무엇인지, 위반 시 제재가 어떠한 것들인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며 "캠핑 관련 규제 내용을 한 데 모아 일반법을 제정하는 것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진용 기자 jinyong.ch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