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38-1> 학동 참사에도… '안전불감증' 여전한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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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38-1> 학동 참사에도… '안전불감증' 여전한 광주
공사 현장 건축자재들 인도 점령 ||적치물 피해 차도 내몰린 시민들 ||안전모 미착용 위험 120건 신고|| “공사 위주 행정 위험 감당 시민 몫”
  • 입력 : 2021. 06.27(일) 17:29
  • 도선인 기자

광주 수완지구 한 건설공사 현장. 시멘트 등 각종 건설자재가 인도를 점령한 탓에 지나는 이들이 차도로 내몰리는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도선인 기자

광주 동구 학동 철거건물 붕괴 사고(학동 참사) 이후에도 여전히 '위험 광주'다. 공사현장 인근 도로에 쌓인 각종 건축자재는 시민들 안전을 위협하고 있고, 공사가 중지된 재건축 현장에 위험 요소는 여전했다.

26일 밤 찾은 광주 수완지구. 건물 신축공사 현장 주변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사진). 시멘트 등 건축자재가 버젓이 보도를 차지해 지나는 이들은 위험한 차도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공사 낙하물 방지를 위해 설치한 그물로 건물 한쪽에만 설치돼 있어 보는 이들은 아찔하기만 하다. 공사장 주변에 접근 금지 등의 안내 문구도 없어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지 공사장 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는 위험한 모습이다. 더욱이 이곳은 유동인구가 많은 이른바 '수완지구 먹자골목'. 최근 '학동 붕괴 참사' 이야기는 이곳에서 남의 동네 이야기일 뿐이다. 인근을 지나던 전지은(46·여)씨는 "건물 겉을 천으로 가리긴 했지만 허술하기 그지없다"며 "학동 참사 이후에도 여전한 안전불감의 현장"이라고 꼬집었다.

재건축이 한창인 광주 남구 주월동 주월장미 단지 주변도 위험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광주시가 학동 참사 이후 점검을 통해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리기는 했지만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학동4구역 재개발지가 공사 현장의 26일 모습. 공사장이 인도까지 침범해 있다.

'철거건물'로 확정된 몇몇 주택은 가림막도 없이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둔 채 주민들과 '동거' 중이다. 골목을 사이에 두고 재건축지구로 나뉜 탓에 주민들은 코앞에서 나뒹구는 건축 잔재물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인근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임미리(57·여)씨는 "비산먼지·공사소음에 노출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엉성한 가림막이나 심지어 안전장치도 없이 철거건물이라고만 표시해 둔 빈집들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며 "얼마 전에는 바람에 천 가림막이 엎어지는 일도 있었다. 그때는 관심도 없더니 학동 참사 이후에서야 지자체가 급하게 현장점검에 나선 꼴"이라고 했다.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공사현장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정모씨는 "공사 진행 상황에 따라 인도의 크기나 형태가 시시각각 변한다. 건축자재가 인도까지 침범해 어디까지가 차도인지, 공사장인지 구분이 되지 않아 차에 부딪힐뻔한 적이 많다"며 "광주시의 도시계획은 일방적이다. 공사 위주의 행정으로 생활 속 위험은 오롯이 시민 몫"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건설현장의 안전불감증은 이곳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광주시가 '학동 참사' 이후 '시민 긴급안전신고 센터'를 운영 중인데 신고된 건수만 2176건에 달했다. 이 중 건설현장 안전미준수(안전모 미착용, 공사장 통행로 점거 등)가 120건이나 됐다.

'현장'에서도 볼멘 목소리가 높다. 인력대기소에서 만난 한 건설노동자는 "작업 전 현장에서 15분 이내로 진행되는 교육이 전부다"고 했다. 그는 "관리·감독 역시 원청·중간업체가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실정"이라며 "공사 규모가 작을수록 재하도급의 문제가 심하고 원청과 지자체의 안전교육, 관리·감독이 허술하다"고 말했다.

여전히 안전불감증이 팽배한 광주의 현실인 셈이다.

전남 나주 신도시에 진행되고 있는 공사현장. 건축 잔재물이 인도에 쌓여 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