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39-2> "'일원화' 업무혼란… 기관 간 조율·감시 체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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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39-2> "'일원화' 업무혼란… 기관 간 조율·감시 체계 필요"
‘자치경찰 시대’ 과제와 대안 ||사무 모호 ‘책임 떠넘기기’ 우려 ||권한 막강한 자치경찰위 ‘잡음’||“법개정·경찰위 검증시스템 구축” ||주민 맞춤형 치안서비스 강화를
  • 입력 : 2021. 07.04(일) 17:19
  • 박수진 기자
김창룡 경찰청장이 지난 5월 전남도청에서 열린 전남자치경찰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경찰청 제공
본격적인 자치경찰제가 시행됐지만, 여전히 과제는 산적해 있다. 조직을 유지한 채 사무만 분산한 탓에 업무혼란 등 크고 작은 과제다. '한 지붕 세 가족'이라고 표현되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지자체가 얽혀 있어, 인사·예산 등 기관 간 세밀한 조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자치경찰을 운영하는 자치경찰위원회의 인사 검증 시스템과 정치적 독립성이 담보될 수 있는 감시 체계 구축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일원화' 자치경찰… 업무 혼란

자치경찰 조직 내에서 업무상 혼선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조직 분리 형태의 '이원화 자치경찰제'가 아닌, 조직은 그대로인데 사무만 분리된 '일원화 자치경찰제'로 운영되면서다.

즉, 같은 조직 내에서 담당 사무와 지휘 주체가 다르기 때문에, 자치경찰 사무를 '칼로 무 자르듯'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자치경찰제 시행을 위해 광주시·전남도 경찰청 전체 조직(광주 3700여명·전남 6000여명) 중 13% 인 광주 500여명, 전남 800여명이 자치경찰 업무 소속으로 재분류됐다. 생활안전, 교통, 경비 등의 업무 소속이다.

그러나 이들의 경우 신분은 국가직을, 인사권 역시 소속 경찰청장의 권한을 유지하면서도 업무 지휘만 시장·지사 등 단체장으로부터 받는다. 때문에 지휘체계 혼선과 업무 분장에 따른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생치안과 강력범죄 간 경계도 모호해, 일선 시·도경찰이 맡은 업무 가운데는 국가 및 자치 사무로 구분하기 어렵다.

예컨대 아동 실종이나 여성 범죄가 일어났을 때 단순 사건으로 판단하면 자치경찰이 맡지만, 형법의 적용을 받는 형사사건이라면 수사 사무에 해당돼 시·도경찰은 다른 지휘를 받게 된다. 만일 이 같은 상황에서 자칫 책임 떠넘기기가 생긴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 몫으로 돌아간다.

조직 운영의 핵심인 인사와 예산 문제도 지적된다.

일부 경찰의 인사권이 지자체로 넘어가면서 일각에선 지역 인사들이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경찰과 지방권력의 유착관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자치경찰 사무 예산도 각 지역마다 달라 '치안 격차' 발생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광주와 전남과 같은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의 경우 국비 반영이 안 되면 지방비만으로는 신규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결국 치안 불균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치경찰위원회 '잡음'… 권한 막강 원인

자치경찰을 운영하는 자치경찰위원회 구성 과정에서부터 줄곧 잡음이 발생했다.

광주의 경우 위원선발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을 일으켰던 특정위원이 개인사 등을 이유로 총 4차례 열린 회의에 3차례나 불참해 논란이 있었다. 광주시의회가 공개모집 절차를 통해 2배수인 4명을 선발했는데, 결격사유가 없는 1위(변호사)와 3위(교수 출신)를 배제하고, 2위(경찰 총경 출신)와 4위(교수 출신) 인사를 추천한 데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전남 역시 자치경찰위원회 추천 과정에서 불공정·편향성 논란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 자치경찰위원장의 논문 표절 의혹까지 불거졌다. 7명 위원 중 여성이 1명에 불과해 자치경찰법에서 제시한 성 비율 10분의 4에 턱없이 부족한데다 경찰 출신이 3명으로 중립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또 7명 중 5명이 광주에서 거주하고 있어 광주 자치경찰이라는 말까지 나왔었다.

이처럼 자치경찰위원회 구성에서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데에는, 막강한 권한 때문이다.

자치경찰위원회는 경찰청장을 지휘 감독하고, 경찰의 주요정책을 심의 의결하는 등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한다. 또 자치경찰 인사와 예산 업무도 하고 감찰과 징계 요구도 할 수 있어, 자치 경찰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자치경찰위원회는 총 7명으로 구성된다. 모두 3년 임기이며 위원장(정무직 2급)과 사무국장(정무직 3급)이 상근직이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위원회 인원 총 7명 중 지자체장과 지자체장 소속 추천위원회, 시·도의회가 추천할 수 있는 위원은 5명에 달한다. 이는 결국 자치경찰위원회 구성을 지자체가 맡다 보니 지자체장이나 시도 의회 등 지역 유력 인사들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미다. 경찰과 지역 토착 세력 간 유착 가능성도 제기되는 이유다.

성 비위나 가정·학교폭력 사건에 단체장이나 측근 등이 연루되면 과연 공정한 수사가 가능하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 법개정·경찰자치위 감시 체계 구축을

자치경찰제는 기존 '국가경찰'과 달리 경찰이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과 책임 하에 자치지역 내에서 치안업무를 담당하게 되는 만큼, 지역민을 위한 맞춤형 치안서비스를 제공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무적으로는 인사·예산과 관련한 경찰과 지자체간 세밀한 조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세종 조선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조직을 유지한 채 사무만 분산한 까닭에 자치경찰 사무를 맡은 경찰관들도 엄밀하게는 국가경찰 소속이다. 이론적으로 가능할 것 같지만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며 "자치경찰위원회, 자치경찰 사무국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자치경찰 사무를 잘 할 수 있도록 관리, 감독해 주민이 원하는 치안 서비스를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자차경찰위원회 구성에서 부터 인사 검증 시스템과 정치적 독립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감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더 나아가 현행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 필요성도 제기됐다.

정세종 교수는 "자치경찰위원은 3년 단임제인데, 다음 위원회 구성부터 또 잡음이 반복되서는 안 될 것"이라며 "위원 자질을 평가하는 검증 시스템이 강화돼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조항 자체가 명쾌하지 않아 전문가들도 헷갈릴 정도로 난해하게 규정된 부분이 있다"면서 "예산 편성과 인사, 자치경찰위원회 문제 등의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선우 광주대 경찰법행정학부 교수도 "자치경찰위원회가 중립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재구성해야 하는데,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며 "영국의 경우 자치경찰 위원을 행안부에서 자치경찰과를 두고, 위원 후보를 추천받아 중앙 정부에서 결격사유를 검토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자체에 떠넘겨서 자치경찰위원회의 중립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했다.

앞으로 자치경찰제가 성공적으로 안착을 위해선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고, 평가를 통한 후속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세종 교수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는 자치 경찰 사무에 대해 평가를 받는 조항이 있는데, 정확히 계량적으로 평가 해야 한다"며 "예컨대 어떤 경찰서가 자치경찰 사무를 잘 시행했는지, 전년도에 비해 주민 만족도와 안전도가 높아졌는지 등 계량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반영해 주민을 위한 치안서비스가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수진 기자 suji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