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깜짝할 새 불어난 광주천변 '불안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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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깜짝할 새 불어난 광주천변 '불안불안'
지난해 수해 입은 신안교 주민 ||모래둑·물길파기 등 자체 대비|| 양동 상인들 “또 빗줄기” 한숨 ||불어난 하천에 일부 문 닫기도
  • 입력 : 2021. 07.06(화) 17:04
  • 김해나 기자

광주 서구 양동 복개상가 인근 광주천에서 한 시민이 비로 인해 불어난 하천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 5일부터 이틀간 쏟아져 내린 7월 장맛비에 광주‧전남 지역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전남의 경우 산사태와 홍수 등으로 큰피해가 예측되고 있으나 광주는 상대적으로 이날 오후 5시 현재까지 큰 피해는 집계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 역대급 수해를 경험한 지역 주민들은 그치지 않고 내리는 비를 불안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6일 굵은 빗줄기가 내리고 있는 광주 북구 신안교 인근 아파트. 해당 건물 주민들은 장대비가 쏟아진 아침부터 불안한 표정이 역력하다. 비와 함께 바람까지 거세게 몰아치는 이곳은 지난해 8월 초 집중호우로 인해 침수피해가 컸던 곳이다. 당시 인근 아파트 지하주차장까지 비가 흘러들어 차량이 침수되는 등 피해가 심각했다.

그런 탓인지 관리사무소는 일찌감치 지하주차장 입구를 막아두고 차량 출입 통제에 들어갔다. 지난해와 같은 상황을 대비해 7월부터 한 달간 지하주차장 개수공사를 계획했지만, 이번 비로 일단 멈춘 상태다.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한 주민은 "작년 침수피해가 너무 커 주민들 트라우마가 심하다. 사람들이 비만 오면, 안절부절못하고 차부터 대피시켜 놓는다"며 "물 차오르는 게 순식간이라서 그렇다"고 말했다.

아파트 옆 주택가 주민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차오르는 신안교를 확인하기 위해 수시로 골목을 서성였다. 골목 하수구가 금세 역류하지는 않을까, 불안한 맘에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예 직접 집 앞에 모래주머니를 쌓아놓는 주민들도 있었다.

신안교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74·여) 씨는 "작년에는 준비도 없이 지하까지 비가 차는 바람에 짐도 다 버리고 망연자실했다"며 "올해는 미리 아들까지 와서 대비태세에 돌입했다. 지하실 입구 앞에 벽돌담도 쌓고 모래주머니도 쌓았다"고 말했다.

서모(60) 씨는 "사실 전남대 정문부터 신안교까지 장마철만 되면 물이 차오르는데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용봉천부터 서방천까지 복개된 후부터 장마피해는 연례행사다"며 "개수공사는 1년이나 더 남았는데, 쏟아지는 비를 막연히 바라보는 일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토로했다.

현재 광주시는 신안교 지역이 포함된 서방천 대상으로 하천 범람을 막기 위한 개수공사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2022년 12월이 돼서야 공사가 완료될 예정이다.

6일 비바람이 불기 시작하며 광주 서구 광주천 하부도로가 통제됐다.

광주천 인근도 마찬가지다. 이날 오전 광주천 하부도로.

예년에 비해 엄청난 강수량에 지하로 통하는 길은 이미 '차량 진입금지' 띠와 함께 통제됐다.

쏟아져 내린 비로 광주천 옆 산책로는 물이 차 인도인지 차도인지 알아볼 수 조차 없었다.

인근 주민 전모 씨는 "작년에 물이 엄청나게 불어올라 그 공포감이 아직도 여전하다"며 "올해 장마는 제발 조용히 넘어갔으면 좋겠다"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6일 오후 물에 잠기기 시작한 광주 서구 양동 복개상가 지하주차장의 모습.

이날 오후 찾은 서구 양동 복개상가도 피해는 없었지만 긴장한 표정이었다.

이곳도 노면에 표시된 화살표가 물에 잠겨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물이 불어나고 있었다.

복개상가는 서방천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기록적인 폭우로 하천이 범람하는 등 큰 피해가 있었던 장소다. 올해 역시 긴 장마가 예상되고 있어 양동시장 상인들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한 상인은 "오늘 장사는 글러먹었구만"하고 소리 치며 급히 문을 닫고 귀가하기도 했다.

10여 년째 복개상가에서 음료를 파는 '야쿠르트 아줌마'는 지난해의 끔직한 상황을 떠올렸다.

이 상인은 "오전 8시께 출근했을 때보다 훨씬 비가 불어났다. 작년에는 지하주차장 입구 가깝게까지 물이 올라왔는데 올해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며 "산 등지에서 빠지지 못한 빗물이 하천가로 모여들었나 싶다. 현재는 작년 만큼은 아니지만, 언제 비가 차오를지 모르니 불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양동 복개상가 근처에 있는 하부도로 주차장 역시 '출입금지' 띠를 두른 채 막혀 있었다.

인근에서 가구를 판매하는 이모 씨는 "아직까지는 작년 정도로 비가 많이 오지 않았지만, 그동안 비가 조금만 와도 불안해서 잠을 못 잤다. 지난해 악몽이 재현될까봐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거주하는 주민 정모 씨는 "지난해 하천 물이 불어나 불편한 상황을 많이 겪었다"면서 "하천 밑 운동 기구를 자주 이용하는데, 당시 기구들이 모두 물에 휩쓸려갔다. 올해도 비가 많이 오면 하천 밑으로는 발도 못 붙일까 싶다. 이런 악순환이 언제 끝날지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김해나 기자 min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