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펼쳐보는 유토피아적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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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펼쳐보는 유토피아적 상상력
  • 입력 : 2021. 07.08(목) 15:55
  • 박상지 기자

지난달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포럼 2021 '넥스트 팬데믹 기후위기'가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도래할 유토피아들

손희정 | 알렙 | 1만8000원

유토피아에 대한 상상은 우리에게 현실에 주저앉지 않고 계속 나아갈 힘을 준다. 우리가 이 상상력을 포기하지 않을 때, 유토피아는 박제된 꿈이 아닌 도래할 미래로 찾아온다. 팬데믹이라는 전 지구적 재난의 상황에서, 우리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문법으로 세상과 타자, 공동체를 바라보고 새롭게 형성해야 할 것을 요청받는다.

신간 '도래할 유토피아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안으로 떠오른 다양한 비전과 세계 각지에서 현대 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복·저항하며 살아가고 있는 대안 공동체의 모습을 담았다.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에서 대안공동체 인문학총서로 기획· 출판되었으며 '공동체 없는 공동체'(2020), '유토피아 문학 이야기'(2021)에 이어 세 번째로 출간됐다.

현대 사회의 대안이나 공동체를 소개하는 책들은 많다. 그러나 '코로나19' 라는 전 세계적 재난 이후의 시점에서, 기존 대안을 재고하고, 신선한 관점을 제시하는 책은 그리 많지 않다. '도래할 유토피아들' 은 익숙한 개념, 익숙한 관점 속에서 낯선 시선을 경유한 다채로운 9가지의 이야기들을 통해, '대안의 대안'을 고민하고 다시 한번, 세상의 변화를 상상한다.

책의 제목에서 드러나듯, '도래할 유토피아들' 은 '유토피아'가 '도래 할 수 있다'는 어떤 믿음과 확신에서 시작한다. 머리말에서 김만권은 블로흐의 말을 인용하여 유토피아란 우리가 도달해야 할 궁극적 목표가 아닌, "우리가 바람직하다고 믿는 세계와 현실 세계의 불일치를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 우리의 신념"이라고 말한다. 코로나로 인해 황폐해진 일상을 잠시 회피하는 도구로서의 '유토피아관'이 아닌 지금 우리가 딛고 서 있는 현실에서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할지를 묻는 것. 그 현실이 비록 이전의 대안이 실패한 자리라 하더라도, 제대로 '지금 여기'의 삶을 진단하고 필요하다면 방향을 바꾸거나 경로를 이탈하여, 다시 대안을 고민하는 것. 이것이 다른 책과는 다른 이 책의 전제이다.

1부 '어떤 공동체인가?'에서는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뉴노멀 젠더링',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선 아메리카 선주민의 '관점주의', 생태 민주적 세계에서 다시 만나는 '에코페미니즘', 기후위기 시대에 대안인 '탈성장' 등의 개념을 제안하며 재난과 위기로 경직되고 굳어진 우리의 사고를 유연하게 자극하고, 우리 시대의 문제를 멀리 또 깊이 바라볼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한다.

2부 '세계의 대안 공동체'에서는 네팔, 인도, 캄보디아, 미국, 유럽 등지에서 현실의 문제를 극복해 가고 있는 다양한 공동체 사례를 소개한다. 1부가 우리 시대의 '유토피아'에 대한 이론과 지식 추구를 도왔다면, 2부의 대안 공동체의 생생한 사례는 독자로 하여금 '유토피아'가 '도래할 수 있다'는 믿음을 선뜻 안겨주어 지금, 여기의 '실재'로 다가오도록 한다.

이론가이면서 활동가인 '도래할 유토피아들'의 10명의 필자들은, 세상의 변화를 꿈꾸는 데서 멈추지 않고, 변화를 짓기 위해 한 걸음 내딛는 삶으로 우리 모두를 초청한다. 좋은 이론과 실천 모두를 담고 있는 이 책의 생동감 있는 이야기를 통해 '이미 시작된' 변화의 현장은, '도래할 유토피아'를 찾는 많은 이들에게 작은 희망의 씨앗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