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지하철역, 쓰레기통 얼음컵에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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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복지
광주 지하철역, 쓰레기통 얼음컵에 '골머리'
악취·미관 저해…업무 가중 ||잔여음료수거함 활용 ‘미미’ ||선진 시민의식 실종 아쉬워 ||수거함도 20곳 → 4곳 축소
  • 입력 : 2021. 07.12(월) 10:50
  • 조진용 기자

광주도시철도공사가 당초 설치했던 도시락형태의 음료수거함 단점을 보완해 시범운영중인 '신규 잔여음료수거함'. 현재는 총 2개 역(남광주역 2개, 송정공원 2개)에만 도시락 형태의 잔여음료수거함이 설치돼있다.

광주 지하철역 쓰레기통에 버려진 얼음컵에서 잔여 음료가 새어나와 악취와 미관을 저해하고 있다.

광주 지하철역 쓰레기통에 잔여 음료가 남은 얼음컵이 버려져있다.

광주 도시철도공사가 2010년 20개 전체 역에 설치했던 도시락 형태의 잔여음료수거함. 현재는 총 2개 역(남광주역 2개, 송정공원 2개)에만 도시락 형태의 잔여음료수거함이 설치돼있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7월 광주 지하철 곳곳이 '얼음컵'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쓰레기통에 버려진 얼음컵에 남은 음료로 인해 환경미화원들의 업무 가중과 악취·미관 저해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당초 '잔여음료수거함'을 20개 전체 역에 설치했으나 시민들의 무분별한 투기로 제 기능을 상실해 4개 역에만 설치돼있다. 공공장소를 이용하는 선진 시민의식 실천과 시민들의 동참을 유도하는 방안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악취·미관 저해 지하철 쓰레기통 속 얼음컵

#지난 12일 찾은 광주지하철 남광주역 청사 안. 바쁘게 오가는 승객들 사이로 일반쓰레기함 위에 놓인 도시락 형태의 용기가 눈에 띈다. 여름철 얼음컵에 있는 음료 잔여물을 별도로 배출하도록 하기 위해 설치한 '잔여음료수거함'이다. 쓰레기함 안을 살펴봤더니 얼음컵에 있는 액체가 흘러나와 다른 쓰레기들과 뒤섞이면서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같은 날 찾은 송정공원역 상황도 마찬가지. 얼음컵 뚜껑이 열린 상태로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었고 쓰레기통 가장자리에 위태롭게 세워 놓은 음료수 컵도 있었다. 음료잔여수거함이 있음에도 플랫폼 벤치 아래, 계단 모서리 등에서도 액체가 담긴 얼음컵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얼음컵의 특성상 입구가 뚜껑으로 막혀있지 않아 쓰레기통에 그냥 버릴 경우 오물이 새어 나오기 쉽다. 부피도 많이 차지해 수거하지 않으면 쓰레기통이 넘쳐나는 일도 빈번하다.

지켜지지 않는 분리수거로 인해 환경미화원들의 업무가 가중됨에 따라 환경미화원들은 고충을 호소한다

함 모씨는 "액체를 비우지 않고 버려진 얼음컵의 뚜껑을 열고 액체를 붓고 다시 쓰레기봉투에 컵과 빨대 컵홀더를 버리는 작업으로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며 "음료잔여수거함이 도시락 형태로 뚜껑 없이 항시 개방돼있다 보니 액체류가 아닌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경우가 있으나 확인할 방법조차 없다"고 말했다.

●신규 잔여음료수거함 효과 발휘돼나

광주 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2010년부터 매년 여름철(7월~8월) 도시락 형태의 잔여음료수거함을 20개 전체 역에 설치했다. 도시락 형태로 입구가 넓어서 액체류만 버려야 할 잔여음료수거함에 일부 시민들이 다른 쓰레기까지 투기하는 지경에 이르자 규모를 축소했다.

11일 기준 유동인구가 많은 4곳의 역(남광주역, 상무역, 송정공원, 송정역)에 기존 도시락 형태의 잔여 음료수거함과, 신규 잔여음료수거함을 설치했다. 기존 도시락 형태의 잔여음료수거함은 총 4개(남광주역 2개, 송정공원 2개), 신규 잔여음료수거함은 총 7개(상무역 4개, 송정역 3개)가 시범 운영 중이다.

잔여음료수거함이 미설치된 역들은 쓰레기통 바닥에 흡수재를 비치해 수분이 제거되도록 관리하고 있다.

광주 도시철도공사가 시범운영 중인 신규 잔여음료수거함은 기존 입구가 넓어 발생됐던 문제들을 보완했다. 얼음컵에 담긴 액체만 버릴 수 있고 컵도 분리배출할 수 있게 제작됐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시범운영 중인 신규 잔여음료수거함에 대해 아쉬움을 표한다.

이수빈(28·여)씨는 "생김새를 볼 때 우산꽂이와 비슷해서 어떤 용도인지 확인이 어려웠다. '잔여음료수거함'이라는 스티커가 붙었는데 작게 표기돼 있어 몰라봤다"며 "당초 설치했던 도시락 형태의 잔여음료수거함이 있어도 분리배출이 저조해 악취로 인해 눈살이 찌푸려지는데 신규 잔여음료수거함이 얼마나 개선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광주도시철도공사는 지속적으로 미흡한 부분을 개선할 방침이다.

광주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시민들이 지하철에서 얼음컵에 남은 액체를 잔여음료수거함에 분리배출할 수 있도록 지하철에 잔여음료수거함이 있다는 점을 시민들에게 지속적으로 홍보하는데 노력하겠다"며 "잔여음료수거함 운영에 지속적으로 부족한 점들을 개선해 올여름 전체 역에 확대 설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얼음컵 규제대책 마련해야

현재 승객이 얼음컵을 들고 지하철을 탑승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은 없다. 7월 정부가 발표한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수칙 지침에도 대중교통시설 이용 시 음식 섭취는 불가능하지만 물과 무알콜 음료는 섭취가 가능하도록 돼있다. 환경전문가들은 공공장소인 지하철 이용시 얼음컵을 규제하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에티켓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허승희 녹색소비자연대 소장은"시민들이 얼음컵을 계속 들고 다닐 수 없어 양심에 찔리면서도 아무 곳에나 버리게 된다"며 "시민들이 제대로 얼음컵에 남은 잔여 액체를 편리하고 제대로 버릴 수 있도록 분리배출함이 우선 뒷받침돼야 하고 시민들도 남은 음료는 다 먹고 버리려는 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하철 탑승 시 얼음컵을 들고 탑승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태희 자원순환사회연대 국장은 "서울시의 경우 조례를 개정해 2018년 1월부터 승객들이 버스에 얼음컵을 들고 탈 수 없게 됐다"며 "버스와 마찬가지로 지하철도 얼음컵을 들고 탑승할 수 없게 하는 방안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진용 기자 jinyong.ch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