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인의 탐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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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태권도인의 탐욕
  • 입력 : 2021. 07.19(월) 15:54
  • 이용환 기자
이용환 전남일보 문화체육부장.


"내가 골프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어릴 적 태권도를 배우면서 익힌 정신력 때문이었다." 지난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푸에르토리코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노르웨이 출신 빅토르 호블랜드는 유명한 태권도 예찬론자다. 어린 시절 고향 노르웨이에서 태권도에 입문한 호블랜드는 7년의 수련 끝에 유단자가 됐다. 아버지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한 뒤에는 태권도에서 익힌 체력과 정신력으로 노르웨이 골프계를 휩쓸었다. "태권도를 통해 육체적 힘을 키웠고 마음을 다스리는 자제력을 배웠다"는 게 호블랜드의 자랑이다.

태권도는 한글이나 태극기, 한복 등과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이다. 절제된 몸동작과 힘, 거기에서 나오는 위력 때문에 세계인이 선호하는 스포츠이기도 하다. 특히 우리 민족의 전래 사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품새는 기술보다 정신적인 수련을 강조한다. 예의와 인내심, 집중력도 키워준다. 주먹과 손발을 이용한 현란한 몸놀림도 중국의 쿵푸나 일본의 가라데를 앞설만큼 명성이 높다. 남·여·노·소 누구나 손과 발만을 이용해 방어와 공격을 펼칠 수 있다는 것도 태권도의 매력이다.

태권도는 또 전 세계 200여 개 나라에서 1억여 명이 수련하는 글로벌 스포츠로 자리잡았다.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시범 종목으로 올림픽 무대에 첫 선을 보인 태권도는 2000년 시드니부터 2016년 리우까지 정식 종목의 지위를 유지했다. 오는 23일 개막하는 도쿄올림픽과 2024년 파리 올림픽에도 정식종목에 포함됐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우리나라가 전 체급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종주국의 면모를 각인시켰다. 지금도 태권도는 해외에 진출한 수많은 사범들의 노력에 힘입어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무예로 인정받고 있다.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 통합을 놓고 불협화음을 내던 전남 태권도가 결국 지역 체육계에서 퇴출됐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지난 2016년 법 개정에 따라 모든 종목에서 엘리트와 생활체육이 통합됐지만 유독 전남 태권도는 주도권을 놓고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태권도를 수련하는 목적은 상대를 제압하기 보다 스스로를 이겨내는 힘을 키우기 위해서다. 태권도의 가치도 절제된 힘과 예의에서 나온다. 이번 사태의 주역들은 과연 태권도를 통해 무엇을 배웠을까. 일부 태권도인의 탐욕이 반만년을 이어온 태권도의 명성에 먹칠을 하고 선수와 동호인의 미래를 짓밟고 있다. 문화체육부장

이용환 기자 yh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