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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건물 철거' 새로보기
  • 입력 : 2021. 07.15(목) 15:13
  • 이기수 기자
이기수 사진
 '농사를 짓다, 옷을 짓다, 밥을 짓다,시를 짓다,짝을 짓다,집을 짓다'. 이처럼 사람들이 지어낸 것이 아름다운 이유는 정성과 혼을 실어 생명력을 갖게 하는 창조적 행위이기 때문일 터이다. 그렇다면 짓는다의 상대어로는 '부순다', '해체한다','철거하다'' 생명을 다하다', '죽다' 정도가 아닐까 싶다.이런 우리말의 쓰임새는 우리 생활속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난 6월 9일 아홉 명이 목숨을 잃고 여덟 명이 중상을 입은 광주 학동 재개발구역 철거 건물 붕괴 참사가 그것. 시공사와 관련 공무원들이 기본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참사가 빚어졌다고 진단한다. 한 건축가는 건물 철거도 돈이 드는 건축인데 우리 사회가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비극적인 사고가 났다고 분석했다. 그는 학동 참사는 시공사가 전도(顚倒)붕괴 위험에도 비용이 덜 드는 흙산을 만들어 건물을 철거하는 공법을 사용한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형 크레인을 이용해 포클레인 장비를 건물 옥상에 올려 작업하는 것보다 비용이 싸게 먹혀서라는 것. 이 공법을 택했다면 흙산의 횡압을 견디면서 해체하는 순서와 공법을 설계해야 하는데 이 또한 비용이어서 시공사가 제출한 해체 계획서에는 역설계를 통한 해체 순서는커녕 흙산의 횡압력 계산조차 없었다는 전문가의 설명이다. 그동안 재개발현장의 건물 철거공사는 주민 퇴거가 주 업무인 용역회사에 하청을 주는 보너스 성격을 띠었다.이런 건설업계 생태계로 인해 철거 공사비는 낮게 책정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여 시공업체는 가능한 한 최소비용으로 건물을 빨리 부수는 것이 돈을 버는 셈이었다.이런 관행은 '공기 단축만이 살길'이라는 건설업계의 철칙으로 인해 더욱 공고해진다. 그동안 건물 철거는 업계와 세입자를 빼고는 일반인의 관심권밖의 일이었다.늘 '인재'라는 수식어를 단 불행한 죽음이 있은 후에야 이슈화가 됐으니까. 학동 참사는 그동안 가림막에 가려진채 있던 건물 철거의 허약한 구조, 아니 붕괴 위험성을 여실히 드러내준 사고다. 건축가의 말대로 우리 사회가 건물 철거에 대해 해체 설계에 따라 엄격하게 해체해야 할 건축이 아니고 단지 새로운 건물을 짓기 위해 빨리 부수어야 하는 하찮은 과정쯤으로 여긴다면 노동자와 시민의 죽음이 되풀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원청업체가 철거가 아닌 해체 공사비를 적정하게 분배하고 , 사고 발생시엔 책임을 엄격하게 묻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고, 일반인들도 건물 철거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과제를 남긴 것이 학동 참사가 아닐까싶다. 새 건물 지을 때 정성스런 마음과는 달리 쓰임새가 다됐다고 쉽게 부수는 삶이 과연 옳은 것인지 성찰이 필요할 때다.이기수 수석논설위원

이기수 기자 kisoo.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