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發' 히트곡들이 알려준 오래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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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광주發' 히트곡들이 알려준 오래된 미래
‘모모는 철부지’ 저자 최유준 교수·장상은 작가||40여년 전 광주서 열린 ||제1회 전일가요제 수상곡 ‘모모’ ||버림받고 소외된 삶의 내용 담아||수도권·지역 교류 ‘트랜스 로컬’ ||히트곡은 ‘임을 위한 행진곡’ ||“로컬 연구가 곧 호남학 연구 ||지역이 갖는 보편성 찾고 싶어”
  • 입력 : 2021. 07.19(월) 15:54
  • 박상지 기자

트랜스로컬 감정총서 '모모는 철부지'를 집필한 최유준(왼쪽)전남대 호남학과 교수와 장상은 작가.

대한민국의 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초를 관통했던 이라면 대학가요제 수상곡 '모모'를 한번쯤 흥얼거려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대여섯살 어린아이서부터 노인까지 따라부를 정도로 '모모'의 인기는 대단했다. MBC의 '금주의 인기가요'에서 5주 연속 1위에 올랐던 '모모'는 이듬해 '모모는 철부지'라는 제목의 영화로까지 제작될 정도였다. 영화배우 이미숙씨의 데뷔작이었던 '모모는 철부지'는 당시 최고의 청춘스타였던 전영록이 남자주인공을 맡아 다시한번 화제가 됐다.

40여년이 흐른 지금 '모모'의 인기를 반추하는데는 두가지 이유에서다. 첫번째는, '모모'가 일반적인 대중가요가 아닌, 대학가요제 수상곡 중 최초 히트곡이라는 점, 두번째 이유는 좀더 의미가 깊다. 전국적인 히트곡이었던 '모모'의 발신지가 광주였던 까닭이다.

'모모'가 대중에 첫 선을 보였던 무대는 전남일보(현 광주일보 전신)가 주최한 제1회 전일방송 대학가요제였다. 프랑스의 유명작가 로맹 가리의 작품 '자기 앞의 생'을 모티브로 박철홍이 작곡하고 김만준(당시 조선공업전문학교 재학)이 노래한 '모모'는 야만과 폭력의 역사 속에 버림받고 소외된 삶을 대변하는 내용을 담았다.

광주에서 쏘아올린 대학생의 호소력 있는 울림에 어두웠던 유신정권의 터널을 지나온 이들은 본능처럼 공감했고, 열광했다. 로컬이 강조되지 않았던, 오히려 지방이 소외됐었던 40여년 전 광주발 대학가요제 창작곡이 전국적인 히트곡이 될 수 있었던 이유다. 로컬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도, 문화, 자본, 인재 등의 자본이 수도권 집중에 집중되고 있는 아이러니한 과제에 대한 답을 대학가요제 수상곡 '모모'에서 찾을 수 있을까.

최유준 전남대 호남학과 교수와 장상은 작가는 트랜스로컬 감성총서 '모모는 철부지'를 통해 당면한 아이러니한 상황에 대한 답을 분석했다. 그들은 40여년 전 광주발 전국히트곡인 '모모'를 '오래된 미래'라고 지칭했다.

"어린시절을 부산에서 보냈는데, 이미 '모모'를 알았고 즐겨불렀던 곡이었어요. 내 세대는 다 알 정도로 유명했죠. '모모'가 전일가요제 수상곡이라는 사실은 나중에야 알았지만 '전일가요제'가 광주에서 열렸던 대학가요제였다는 것은 좀 자란 후에야 알게 됐죠. 성인이 돼 음악연구를 진행하면서 궁금해졌어요. 어떻게 그 시대에 지역에서 전국적인 히트곡을 만들어 낼 수 있었는지. 2011년 광주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전일가요제에 대한 기억을 찾아보기로 했죠."

최유준 교수가 10년 간 구상, 기획단계에 머물러 있었던 '모모'와 '전일가요제'에 대한 퍼즐맞추기는 지역의 문화자원을 바탕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장상은 작가와 의기투합 하면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마침 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 감성인문학연구단에서 새로운 지역분권시대 인간에 대한 탐구를 위한 '트랜스로컬 감성총서'를 발간하기로 했고, 감성연구와 지역연구의 연계성을 도모하는 연구단의 공동연구 아젠다 중 하나로 전일방송 가요제의 기억을 추적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대학가요제 수상곡은 대중문화사에서 다소 과소평가 된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모'를 비롯해 하성관의 '빙빙빙' 김종률의 '소나기' 등 대학가요제 수상곡들이 연달아 히트를 칠 수 있었던 배경엔 정치적 배경이 있었다고 한다.

"1975년 대중가수들 사이에서 대마초 파동이 일면서 연예계가 쑥대밭이 됐었습니다. 연예계 정화 차원에서 대학생들의 순수하고 건전한 문화를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지요. 대학가요제가 개최될 수 있었던 배경이죠. '쎄시봉' '청바지' '통기타' '장발' 등으로 대표되는 '청년문화'가 대마초 파동으로 중단됐습니다. 이후 등장한 것이 '대학가요제 문화' 이고, 민주화운동을 거치면서 '민중가요 문화'로 가요계의 중심축이 옮겨갔습니다."

대학가요제 문화는 청년문화나 민중가요 문화에 비해 아마추어 문화 혹은 관제문화 정도로 저평가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나, 사실 이 세 문화는 별개가 아닌 서로 상호간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연결지어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 최 교수의 설명이다. 특히 전일방송 가요제 출신인 김종률씨가 518광주민주화운동 상징곡인 민중가요 '임을위한 행진곡'을 전국적으로 히트시킬 수 있었던 것은 서울대 출신으로 '아침이슬'을 발표해 큰 호응을 얻었던 김민기씨와의 인연이 컸다고 한다. 최 교수는 이를 '트랜스 로컬'이라고 일컫는다.

"김민기씨는 1970년대 초 '아침이슬' 등으로 대중의 호응을 얻었죠. 하지만 '불온하다'는 이유로 국가검열을 당하자 고향 익산으로 내려왔어요. 이후 광주 문화패와 교류를 했는데, 대학생 싱어송라이터였던 김종률씨와의 만남과 백제야학의 졸업공연이 계기가 됐다고 합니다. 김민기씨는 김종률씨와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음악적 영감과 아이디어를 서로 주고받았죠. '임을 위한 행진곡'은 이러한 배경 속에서 탄생했습니다. '모모'의 계보를 잇는 광주발 전국 히트곡은 김민기씨와 김종률씨와의 관계 속에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트렌스 로컬이 발휘된 전형적인 사례인거죠."

전일가요제 수상곡에서 시작해 518광주민주화운동 상징곡에 이르기까지, 40여년 전 '광주발 전국 히트곡'의 비밀은 '로컬'이었다. 특히 '지역 횡단적인' 트랜스 로컬은 지역간 상호교류를 통해 문화적 상상력과 힘을 발휘시켰다. 지역성이 전혀 강조되지 않았던 때, 지역에서 시작한 문화가 수도권으로 확산됐던 '오래된 미래', 즉 트랜스 로컬은 지방소멸로 인한 위기상황에 적절한 답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 교수 역시 트랜스로컬 감성총서 '모모는 철부지'를 시작으로 향후에도 로컬에 대한 연구를 활발하게 해 나갈 계획이다.

"로컬연구는 곧 호남학 연구입니다. 자기 장소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주체를 발굴하고 싶어요. 단순히 지역 연구로 가면 고립된 연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지역이 갖는 보편성과 전 지구적 보편성을 찾아내는 노력이 일차적으로 필요합니다. 특수하면서 보편적인 지역연구, 앞으로 제가 수행해야 할 과제이지요. " 글·사진=박상지 기자

전영록, 김미숙 주연의 영화 '모모는 철부지' 책 발췌

지구레코드가 발매한 김만준의 '모모' 앨범. 첵 발췌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