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舌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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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설화(舌禍)
박간재 전남취재부장
  • 입력 : 2021. 07.26(월) 10:04
  • 박간재 기자
박간재 전남취재부장
 세계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인물 중 한명을 꼽으라면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을 지목한다. 중체서용(中體西用). 그가 천명한 전략이다. 중국의 전통적 사상 즉 유학을 기반으로 서양의 기술만을 도입하자는 의미다. 그의 사업철학은 '역발상 전략'과 '삼장법사 리더십'이다. 물구나무를 서면 세상이 다르게 보이는 것처럼 거꾸로 뒤집어 생각하면 생각지 못한 방향에서 해결책을 찾는다는 얘기다. 중국인들이 '삼국지'의 유비팀을 최상의 조합으로 여기는 반면 마윈은 '서유기'를 꼽았다.

 그 중 삼장법사를 높이 평가했다. 막중한 사명감으로 조직의 가치관과 발전 방향을 제시한 인물로 봤다. 삼장법사는 오로지 경전을 가져와야 한다는 생각만 했기 때문에 서역으로 가면서도 고난을 넘어섰고 목표를 달성했다. 삼장법사처럼 리더가 목표와 방향을 설정한다면 그 조직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게 마윈의 주장이다.

 장미꽃을 깔아놓은 탄탄대로만을 걸을 것 같던 마윈이 지난해 10월 악재를 만났다. 한 포럼에서 중국 금융 당국의 규제를 '전당포'에 비유하며 공개 비판했다가 당국의 견제를 받았다. 이후 중국 정부와 갈등설, 주가 폭락, 앤트그룹 상장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1분 연설로 수조원의 주가가 폭락했고 시간으로 따져보면 1초당 1000억원이 넘는 액수다.

 이뿐 아니다. 후배 기업가를 양성하기 위해 세운 대학 간판 마저 내려지고 총장에서도 물러나는 수모를 겪었다.

 '세치의 혀'를 얼마나 조심히 다뤄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사례다. 지난 15일 주한 일본대사가 국내 언론 매체와 오찬 면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부적절한 발언을 해 비난을 받았다.

 선거철이 다가오니 정치권에서도 정치인들의 입이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 도를 넘는 막말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양아치' '돌림빵' 같은 비속어가 난무하는가 하면 '약장수' '비루먹은 강아지' '가방 들고 다니는 사람' '안동 예안 비하' '숭어가 뛰니 망둥어도…' 등의 단어가 난무하고 있다.

 최근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민란, 120시간 노동 등의 발언이 가세했다. '정치언어가 체화되지 않아서'라고 하겠지만 좌우를 양분하는 철지난 색깔론으론 미래를 담보할 수없다. 맞는 얘기네 틀린 얘기네 따지기 전에 국민에게 옳은 이야기를 하는, 비전과 품격의 언어를 제시하는 지도자가 필요한 시간이다. 박간재 전남취재부장

박간재 기자 kanjae.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