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 악취 민폐' 은행나무…장성 명물로 재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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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군
'열매 악취 민폐' 은행나무…장성 명물로 재탄생
황미르랜드 은행나무 수국길 명소||80년대까지 동화면 소재지 가로수||거목에 간판 가리는 등 민원 쇄도||이식후 생명력 회복 ‘희망의 상징’
  • 입력 : 2021. 07.22(목) 14:54
  • 장성=유봉현 기자
장성 황룡강 은행나무 수국길 전경
간판을 가리고 열매 특유의 냄새로 주민 민원이 폭증했던 은행나무 가로수가 이식을 통해 지역의 명물로 재탄생했다.

22일 장성군에 따르면 황룡강 상류 황미르랜드에 조성한 '은행나무 수국길'이 숨겨진 명소로 알려지면서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수국이 어우러진 은행나무 길은 장성 황룡강 황미르교를 건너 우측으로 향하면 만날 수 있다.

이곳에 식재된 은행나무 가로수는 특별한 사연을 품고 있다.

이 나무들은 당초 지난 1980년대 장성군 동화면 소재지에 가로수로 심어졌었다. 매년 가을이면 샛노란 단풍이 거리를 장식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 나무가 거목으로 성장한 이후에는 간판을 가리고, 열매로 인한 악취가 주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줬다.

여기에 땅속 깊숙이 뻗은 뿌리는 보도블록을 밀어내고 인근 주택과 담벼락을 파손시키는 재산 피해도 유발했다.

매년 반복되는 피해에 참다못한 주민들은 나무를 제거해줄 것을 장성군에 요청했다.

장성군은 전담반을 구성해 자체 회의와 면밀한 현장 조사를 거친 결과 벌목보다는 '소중한 산림자원'을 재활용하기 위해 황룡강 황미르랜드 기슭에 이식하기로 결정했다.

이같은 결정은 주민 고충을 해결하면서 황룡강에 새로운 볼거리를 만들자는 '발상의 전환'에서 출발했다.

장성군은 지난해 여름 동화면 은행나무 가로수 101그루 중 이식이 가능한 69그루를 황미르랜드로 옮겨 심는 작업을 마쳤다.

은행나무 이식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겪었다. 이식 후 얼마 되지 않아 장성 전역에 큰 장맛비가 내리는 바람에 은행나무 한 그루가 유실되고 말았다. 다행히 비가 그친 뒤 발견해 다시 심을 수 있었다.

이 나무는 한동안 생명력을 회복하지 못하다가 올 봄부터 새 이파리가 돋아나기 시작해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희망의 상징'으로 회자된다.

유두석 장성군수는 "동화면 주민들을 괴롭히던 천덕꾸러기 은행나무가 '발상의 전환'을 통해 숨겨진 보물로 다시 태어났다"면서 "장성 황룡강의 가을 풍경이 더욱 아름다운 노란빛으로 물들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장성=유봉현 기자 bhyu@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