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말고 뭘 해야하나요"… 광주 청년들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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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공무원 말고 뭘 해야하나요"… 광주 청년들의 '한숨'
통계청, 경제활동 청년층 조사 ||취준생 전년비 늘어 전국 86만명 ||유일 희망… 3명 중 1명 ‘공시족’ ||코로나 겹쳐 안정적 직장에 올인
  • 입력 : 2021. 07.22(목) 17:19
  • 김해나 기자
서울의 한 대학교 내 취업광장에서 학생들이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 뉴시스
"광주에서 공무원 준비 말곤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아요.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는다면 유일무이한 희망이라고 보면 되죠."

코로나19 여파로 취업문이 좁아진 가운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특히 광주지역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은 공무원 시험 준비가 아니면 길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1년 5월 경제활동인구 조사 청년층(15~29세) 부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5월 청년층 총인구 879만9000명 중 비경제활동인구 수는 448만8000명이다.

이 중 취업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은 전체의 19.1%인 85만9000명이다. 전년 동기(80만4000명) 대비 55만 명(2.1%)이나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여기에는 공무원·교원 임용, 고시 및 전문직 시험, 공기업·언론사 입사, 기능분야 자격증 취득 시험, 일반 기업체 입사 시험 준비 등이 포함됐다.

청년 취업준비생 중 일반직 공무원 시험 준비생(공시생) 비중은 전년 대비 4.1% 증가한 32.4%로 가장 높았다.

일반 기업체 입사를 준비하는 취업준비생은 22.2%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취업 분야가 좁아지면서 공시생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상황에 더해 사실상 '불안정한' 취업 한계에 부딪힌 청년들은 안정적인 직업을 찾고 있다.

22일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인근 공무원 시험을 대비한 학원 거리.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한 손에 작은 공책을 든 공시생들이 하나둘 거리로 나왔다.

이들은 멍한 표정으로 밥을 먹거나 손에 공책을 쥔 채 그릇과 공책을 번갈아 바라봤다. 이들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것은 광주지역에 마땅한 일자리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공시생 이모(31) 씨는 "학교를 졸업하고 시험만 3년째 준비 중이다. 매번 아슬아슬하게 떨어져서 미련이 남는다"며 "광주에는 안정적인 일자리도 없을뿐더러 주위에 공무원 친구들이 많은 것도 한몫한다. 일단 합격만 하면 정년이 보장되고 안정적인 직장 생활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더욱 절실하다"고 말했다.

안모(27) 씨는 "코로나19 사태로 채용이 전체적으로 줄었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공무원 시험 준비뿐이다"며 "절대 시험을 간단히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광주는 공무원 준비 외에 도전해볼 수 있는 것 자체가 없는 환경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광주지역 청년들은 안정적인 직장 생활과 더불어 갈 곳이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고민은 공시생 자녀를 둔 부모에게서도 크게 드러났다.

공시생 딸을 둔 한모 씨는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로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 해마다 공무원 시험 경쟁까지 치열해지니 걱정이 크다"며 "이때껏 준비해온 기간이 아깝기도, 광주에서는 공무원이 제일 나은 직업이기도 하니 딸에게 계속 도전해볼 것을 권유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지원해줄 수 없는 입장이다 보니 안타깝고 속이 탈 따름이다"고 토로했다.

지역의 한 대학 취업지원과 관계자는 "스펙은 점점 향상되는 반면 취업준비생들은 계속 증가하는 상황이다"며 "공시생이 많아진 것은 정년과 신분보장에 있어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는 특성이 크게 작용한듯하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경기침체로 인해 이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해나 기자 min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