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고민자> 우산동 물류창고 화재로 신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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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고민자> 우산동 물류창고 화재로 신고합니다!
고민자 광주광역시 소방안전본부장
  • 입력 : 2021. 07.26(월) 14:01
  • 편집에디터
고민자 광주광역시 소방안전본부장.
지난 7월12일 오전 7시께 광산구 우산동 일대 하늘이 검은색 연기로 뒤덮였다. 생활용품 창고에 불이 난 것이다. 농연을 본 시민들의 신고 전화가 잇따랐고, 불과 몇 분 사이에 대응 1단계가 발령되어 50여 대의 소방차가 출동했다.

광주 119상황실에서 물류창고 화재가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은 건 오전 7시 20분께 '광주광역시 소방안전본부장'으로 전보하는 소방청(세종시) 신고식에 참석하기 위해 세종시 숙소를 막 나서는 중이었다.

경기도 이천 물류센터 화재가 발생한 지 불과 한 달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물류창고화재라니, 현장지휘를 위해 광주로 바로 가야하나?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다. 인명피해는요? 연소 확대 우려는 없는지요? 피해건물 규모는 어느 정도죠? 쉴 새 없이 질문을 해댔다. 인명피해가 없다는 정보를 듣고서야 가슴이 트였다. 창고 안에 휴대용 부탄가스통과 가연물이 많아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화재건물은 단층이고, 연면적 191㎡로 대형 물류창고는 아니었다. 191㎡는 30평 아파트 두 채를 합한 정도니 주변 건물로 연소 확대되는 것을 막는다면 큰 문제는 없으리라.

7월12일 월요일은 세종은 물론 광주까지 전국적으로 폭염주의보가 내린 날이다. 불볕더위와 화재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대원들이 방화복과 마스크를 착용한 채 장시간 활동하면 탈진의 우려가 있다.

"현장에 출동한 대원 안전에 유의하고, 탈진 우려가 있으니 대원들을 교대로 투입하여 연소 방지에 주력해 주시고, 특이사항은 보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광주소방안전본부장으로서 첫 지휘를 한 셈이다. 전국 최초 여성 소방본부장! 어깨가 절로 무거워진다. 지난 2월, 소방조직 72년 역사상 여성 최초 소방준감(3급 상당)으로 승진한 뒤 소방청 소방분석제도과장에 이어 두 번째 이동이지만,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는 따라왔다.

아이러니하게도 폭염은 화재와 무관하지 않다. 화불단행(禍不單行)이라 해야 할까? 기록적인 폭염이 찾아온 2018년 여름, 화재 발생건수는 현저히 증가했다. 최근 5년 평균 화재발생 건수에 비해 전국 여름철 화재건수는 1516건(3.2%)이 증가했으며, 광주의 경우도 21건(3.6%)이 늘어난 것이다. 화재원인은 다양하다. 폭염에 따른 에어컨(실외기), 선풍기 등 냉방기기 과열, 분・배전반, 차량 내부 온도 상승 및 엔진 과열로 인한 차량 화재뿐만 아니라 폐기물 처리장 자연발화로 인한 화재까지.

광산구 우산동 창고 화재는 주변 창고와 사무실동 등 네 개의 동을 태우고 소방서 추산 9억여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으며, 화재원인은 여러 가지 가능성을 두고 조사 중에 있다. 광주소방안전본부장 취임식은 생략했다. 화재현장으로 급하게 나가보니 잔화정리가 한창이었다. 폭염 속에서 방화복을 입고 활동 중인 대원들은 땀범벅이었으며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수고하십니다! 연소 확대 저지를 잘해서 큰 피해를 막아 내셨네요." 격려의 한 마디로 대원들의 사기를 북돋아주는 것도 본부장의 역할일 것이다.

지난 몇 달 사이 '유리천장(여성의 고위직 승진을 막는 조직 내 보이지 않는 장벽)'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질문을 자주 받았다. '여자들은', '여자이니까'라는 편견과 부딪칠 때마다, 나는 맡은 업무에 더욱 집중했다. 절대 포기하지 않고.

광주소방안전본부장으로 임명을 받던 날, 생활용품 창고 화재로 신고식을 했다. 앞으로도 광주광역시의 다양한 화재, 구조, 구급 현장을 접하게 될 것이다.

나는 3000여 명의 소방공무원 및 의용소방대원과 함께 완벽한 현장 대응을 꿈꾼다. 폭염과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모든 현장에서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할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