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창·조경희> 세대 소통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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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창·조경희> 세대 소통 방정식
조경희 동화작가
  • 입력 : 2021. 08.01(일) 14:02
  • 편집에디터
조경희 동화작가
수학에서 '방정식(方程式)'이라는 등식이 있다. 네모 방, 과정 정, 법 식. 즉, 미지수를 네모(☐)로 표기한 다음 풀이를 통해서 ☐의 값을 구하는 과정이 포함된 등식을 말한다. 미지수(未知數)란 '아닐 미, 알 지, 셀 수' 어떤 값인지 알려지지 않은 수를 지칭한다. 미지수를 표현할 때 □와 같은 도형이나 x, y와 같은 문자를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x다.

그렇다면 미지수를 왜 x로 표기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별뜻 없음'이다. 처음 x를 미지수로 사용하기 시작한 사람은 프랑스의 수학자 데카르트였다. 데카르트가 x를 사용한 이유는 프랑스어에 x가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인쇄소에 x 활자가 남아돌아서 사용하기 편리해서였다는 설이다.

나는 X세대다. 사실 나 자신이 X세대에 속(해당)한다는 사실도 얼마 전에 알았다. 이전까지는 세대 구분없이 자유분방하게 살아온 듯하다. 세대 구분을 짓지 않으니 유치원생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작가와 독자, 강사와 수강생의 만남을 통해 거침없이 소통해 왔다. 그런데 최근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서 20대와 협업을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그들은 자신들을 MZ(엠지)세대라고 당당하게 소개했다. 은연중에 원활한 협업을 위해 MZ세대에 대해 알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MZ세대에 대한 정확한 뜻과 특징, 좋아하는 것, 가치관 등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나 자신이 X세대에 속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더불어 각 세대별 특징과 의미도 알게 됐다.

내가 속한 X세대는 1965~1976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를 지칭한다. 그들은 한국에서 최초로 '∼세대'로 규정될 만큼 독특했다. 경제적 풍요에 따른 물질주의를 바탕으로 사회적 관념이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주장을 강하게 내세우면서 무관심, 무정형, 기존 질서 부정 등을 특징으로 삼았다. X세대라는 말은 캐나다 작가인 더글러스 쿠플랜드가 1991년 뉴욕에서 출간한 팝아트 스타일의 소설 'X세대(Generation X)'에서 처음 유래되었다. 이전의 세대들과는 분명히 다른 특성을 가지고는 있지만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 어렵다는 뜻으로 'X'를 붙인 것이 발단이 되어 신세대들을 지칭하는 말로 고착됐다.

젊은 시절에 나 자신이 X세대에 속했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무관심, 무정형, 기존 질서 부정'에 동조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 당시 X세대라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었다.

X세대를 시작으로 Z, Y, MZ, A(알파), 라떼 등. 세대를 지칭하는 용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우리는 MZ세대예요.'라는 말을 듣는 순간부터 세대 분리의 개념이 머릿속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더불어 '~세대답게' 처세해야 한다는 생각이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의식적으로 MZ세대 앞에서 말과 행동을 조심하게 되면서 부자연스러워졌다. 이는 MZ세대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결국 서로의 눈치를 살피게 되면서 분위기가 점점 경직되어 갔다.

한때 '요즘 젊은 것들은…….' 하고 탄식을 자아내던 X세대를 거쳐 지금의 '라떼(기성세대들이 자주 쓰는 '나 때는 말이야~'를 풍자한 표현으로 '나 때'와 발음이 비슷한 '라떼'를 활용해 고리타분함을 꼬집는 말이다.)'가 되었듯이 MZ세대들도 머지않아 라떼가 된다. 멀리 내다봤을 때 세대 구분이란 '별뜻 없음'인 것이다.

물론 동일 집단끼리 자신들의 문화를 향유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회피와 무관심을 비롯해 다른 세대들을 배척하는 잣대로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동시대를 살고 있으면서도 출생연도와 경험에 따라 세대별 다른 행동양식과 가치관 그리고 관점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다르다는 것이 틀린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방정식이 미지수의 값에 따라 미궁에 빠지기도 하고, 명쾌하게 해답을 찾아낼 수도 있는 것처럼 각각의 세대가 가진 경험과 생각을 잘 활용하면 '모두 함께'라는 화합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