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장애인 "수업하며 꿈 생겨… 만화작가 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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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청년 장애인 "수업하며 꿈 생겨… 만화작가 될래요"
남구장애인복지관 웹툰 아카데미 ||광주·전남 최초 웹툰 창작 지원 ||호남대 만화애니메이션과 협업 ||취미 생활 넘어 진로 선택 기회
  • 입력 : 2021. 08.02(월) 17:36
  • 김해나 기자

청년 장애인들이 광주 남구 월산동 남구장애인복지관에서 웹툰 진로 체험 입문 교육을 받으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교육을 듣다 보니 웹툰에 더욱 관심이 생겼어요. 지금은 만화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에요."

광주시 남구장애인복지관(복지관)의 '꿈틀꿈틀 웹툰 창작 아카데미'가 수강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복지관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청년 장애인 웹툰 아카데미 조성 및 운영사업'에 선정, 지난 5월부터 광주·전남지역 최초로 장애인 웹툰 창작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교육은 오는 11월까지 진행되며 호남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 등 전문 강사와 함께한다.

복지관은 △웹툰 진로 체험 입문 △캐릭터 디자인 △웹툰+인문 △웹툰 심화 △웹툰 작가 △찾아가는 웹툰 직업 체험 등으로 교육 과정을 구성했다.

그중 웹툰 진로 체험 입문반은 가장 많은 수강생이 참여하고 있는 수업이다. 웹툰에 관심이 있는 청년 장애인을 위한 진로 체험 강좌다.

2일 광주 남구 월산동의 남구장애인복지관.

웹툰 교육을 듣기 위해 뇌병변·발달 장애인 등 다양한 청년층이 모였다.

이날 강좌는 가장 인기 있는 진로 체험 입문반으로, '클립스튜디오' 프로그램 사용 방법부터 그리기 기초 등을 차근차근 배우는 수업이었다.

수강생들은 선을 긋는 것부터 시작해 기존 캐릭터를 모방한 그림, 직접 창작한 그림까지 다양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이날 수업의 주제는 각자의 얼굴 사진을 이용한 그림이었다. 수강생들은 앱을 통해 웹툰의 그림 형식으로 변환된 자기 사진에 색칠, 명암 등을 했다.

뇌병변 장애가 있는 한 수강생이 손을 떨면서 그림을 그렸지만, 프로그램 내에서 자동으로 보정이 돼 무리 없이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1대당 500여만원의 생소한 액정 태블릿을 사용해 즉흥적으로 그림을 그리고 지울 수 있는 것에 흥미를 느끼는 이들도 많았다.

수업은 평소에 취미 삼아 그림을 그렸던 이들에게도 호평을 받았다.

수강생 이수지(22)씨는 "원래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고 그림에 관심도 많아서 수업에 참여하게 됐다"며 "스마트폰을 사용해 웹툰을 보기만 했지 직접 그려 보니 또 다르다. '내 손으로 직접 그린 그림이 이렇게 만화로 만들어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신기하다"고 말했다.

이어 "수업을 할 때마다 '조금만 더 잘 그렸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며 "그래도 좋아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너무 재밌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청년장애인들이 광주 남구 월산동 남구장애인복지관에서 웹툰 진로 체험 입문 교육을 받으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강의는 단순한 취미 생활에서 그치지 않고 향후 진로 계획까지 뻗어갔다.

수강생 박경준(27)씨는 "평소에 웹툰을 자주 보고 관심도 많았는데 웹툰 관련 교육을 한다고 해서 참여하게 됐다"며 "관심 있던 것을 공부하고 몰랐던 새로운 것도 배울 수 있어서 좋다. 수업에 올 때마다 그리고 싶은 주제가 떠올라서 흥미롭다"고 말했다.

박씨는 "더 잘 배워서 앞으로 무협·영웅·액션·코믹 만화 등을 그려 보고 싶다. 이 수업으로 웹툰에 더욱 관심을 두게 됐다. 수업하면서 만화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며 설레는 표정을 드러냈다.

복지관은 웹툰 전문 교육만이 아니라 웹툰 문화 향유를 위해 상품·성과 작품집 등 제작, 전시회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이 밖에도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외부 공모전 등에 참가할 계획이다.

이날 강의를 담당한 백종성 호남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는 "현재는 웹툰의 기본을 익히기 위해 반복 과정 중심의 수업을 하고 있다. 보고 그리고, 틀에 대고 그리는 등의 작업을 한다"며 "수강생들이 놀랄 정도의 속도로 너무 잘 따라와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진로 체험반, 심화반 등 반의 형성 목적에 따라 수강생들의 목표를 다르게 설정해 교육하고 있다. 이들이 웹툰 작가로 성장해준다면 참 좋겠지만 그것만이 목적이 아니다"며 "웹툰을 직접 만들어 보며 제작 과정을 알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성취감을 느끼는 것도 중요하다. 웹툰이 전문적인 영역이 아닌, 누구나 접할 수 있는 분야라는 인식을 심어 주고 싶다"고 희망했다.

청년 장애인들이 광주 남구 월산동 남구장애인복지관에서 웹툰 진로 체험 입문 교육을 받으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김해나 기자 min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