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반도 끝자락서 울리는 인간을 향한 경종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미술
고흥반도 끝자락서 울리는 인간을 향한 경종
고흥 도화헌미술관 유벅작가 개인전||오는 30일까지 '자연만들기(TO MAKE NATURE)'||곤충 소재 평면, 설치작품 20여점 전시
  • 입력 : 2021. 08.04(수) 16:13
  • 박상지 기자

유벅 작 무제. 도화헌 미술관

자연에 천착해 온 유벅작가의 작업 소재는 다소 독특하다. 10년이 넘도록 그가 주목해 온 소재는 곤충이다. 매년 여름 야외에서 곤충을 모으는 작업을 하고 있는 그는 예명마저 벌레와 곤충을 의미하는 '벅(bug)'을 사용한다. 곤충은 생명체를 가진 자연의 상징으로 손색이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유리나 캔버스에 곤충들을 유혹하는 물질들을 특정한 형상으로 바른 뒤, 주간엔 냄새로, 야간엔 빛으로 곤충을 유인해 긴 시간동안 각양각색의 날벌레들을 모은다. 유 작가의 작업은 오랜 시간 집충의 과정을 담아낸다는 점에서 과정예술이라고 볼 수 있으며 자연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선 자연예술이기도 하다.

현재 유 작가는 고흥반도 끝자락에 위치한 도화헌 미술관 레지던시에 참여중이다. 전남문화재단 공간연계형 창작활동 지원사업을 통해 레지던시에 참여 해 온 그가 오는 30일까지 그간의 성과를 보여주는 개인전을 열고있어 관심을 모은다. 주제는 '자연만들기(TO MAKE NATURE).'

평면 및 설치작품 20여점을 감상할 수 있는 '자연 만들기'는 한편으로는 유 작가의 작업과 제목이 상충되는 느낌을 준다. 자연을 만들기보다는 자연을 훼손하거나 건강한 자연의 생명을 파멸시키는 과정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작품 속 곤충은 의인화 된 존재들로 하루살이처럼 짧은 생이지만 부나비처럼 돈과 권력, 명예 등 눈 앞의 욕구와 말초적 감각을 좇다 파국을 맞는 인간의 군상을 드러낸다. 역설적이게도 그의 작업은 냉혹하며 거친 자연이 그 자체의 속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을 정복하고, 관리하며, 가꾸겠노라는 인간의 억설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에 대한 경종이기도 하다.

곤충들이 만들어낸 형상들 중에는 종교적 형상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고, 명상적 포즈를 취한 자신의 누드를 집충의 플랫폼으로 삼기도 하는데, 자연의 죽음이 모든 피조물들이 구원을 얻을 때까지 탄식하며 기다리는 그 때를 떠올리게도 한다. 그가 만들고자 하는 자연은 조화와 질서의 자연이라기보다는 충돌과 모순으로 가득찬 날 것으로, 황무한 본래의(rewilding) 자연인지도 모른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그의 '자연 만들기'는 관념과 합리적 대상으로서의 자연에 대한 '역설적 자연 만들기'이며 '본래적 자연 만들기'를 꿈꾸는 하나의 제안이며 모색이기도 하다.

유벅 작가는 "자연을 만든다는 것은 그 말 자체가 모순이다.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비슷해지려고 하는 어떤 행위를 뜻한다고 볼 수 있다"며 "자연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순수하고 아름다우며 또 다른 내면에는 권력, 물질, 폭력으로 이중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유벅 작가는 추계예술대학 서양화과와 프랑스 파리 8대학 조형예술과를 졸업했다. 주요개인전은 런기스 고기공장 영상 프로젝트(프랑스), 반 호에크 갤러리(파리), 파스칼 갤러리(파리), 벵센느 숲 프로젝트(벵센느, 프랑스), 토탈 미술관(서울), 성곡 미술관(서울), 스페이스 이씨 레 무리노(프랑스), 한원미술관(서울) 등에서 참여했다. 주요 단체전은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 및 세계수영선수권대회 특별전(광주), 2018 PAF 파리(바스티유,파리), 금강 자연 미술 비엔날레 큐브전(공주), 빛과 파라다이스전 프로젝트(양평 미술관), 유럽 청년작가 종이작업전 (파리 폴 리카르공간), 장흥 물축제 설치 프로젝트(장흥), 청주공예비엔날레 기업 미디어 지원(청주), 유럽 국제 미디어 아트전(브룩셀), 프랑스 포리 국제 야외 설치 초대전(생 저멘 엉 레. 프랑스), 김환기 국제미술제 (신안,목포), 아트 인 슈퍼스타전(서울)등 참여했다. 현재 전업작가로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유벅 작 '새' 도화헌미술관 제공

유벅 작 '2021 소나무' 도화헌 미술관 제공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