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난치병…"아직 사과 한마디 못 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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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난치병…"아직 사과 한마디 못 들었는데…"
전두환 난치병… 지역민 반응 ||혈액암 일종… “당분간 입원” || 광주시민 “아직 사과 기회 있어” ||“잘못 물어 죗값 치르게 할 것”
  • 입력 : 2021. 08.22(일) 16:45
  • 김해나 기자
고(故)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전두환씨가 9일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리는 항소심 재판에 경호원의 부축을 받으며 출석하고 있다. 나건호 기자
"아픈 사람에게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아직 사과할 기회는 남아 있습니다. 부디 광주시민들에게 자신의 죄를 말하고 용서를 빌었으면 합니다."

건강 악화로 병원에 입원한 전두환(90) 씨가 검사 결과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을 진단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광주시민들은 아직 기회가 있을 때 "전씨가 80년 5월 당시 광주시민들을 무차별 학살하고 폭도로 내몬 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22일 전씨 측 관계자 등에 따르면 전씨는 지난 13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정밀 검사 및 치료 등을 받았다.

검사 결과 병원 측은 전씨에게 다발성 골수종 진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다발성 골수종은 항체를 만드는 백혈구의 일부가 증식하는 종양으로 40대 이후 발병 빈도가 높아지다가 70대 이후 가장 많이 나타나는 질병이다.

형질세포가 종양세포로 변한 뒤 비정상적으로 증식하고 이로 인해 골수에서 적혈구나 정상적인 백혈구, 혈소판 등이 줄어들게 된다.

전씨 측 관계자는 "지난 13일 병원에 입원 후 계속 검사를 받았다고 들었다"며 "검사 결과가 그렇게 나왔다. 당분간 계속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지난 9일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광주행에 오른 전씨는 1심 선고기일에 출석했던 약 9개월 전보다 부쩍 야윈 모습으로 집을 나서 주목을 받았다.

당시 핼쑥해진 전씨는 차량에 몸을 실을 때도 경호원의 도움을 받는 등 거동이 힘든 모습을 보여, 난치병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예측이 있기도 했다.

실제 항소심에서도 재판 시작 약 25분 만에 호흡 곤란 및 가슴 통증 등을 호소했고 재판은 그대로 마무리됐다.

전씨의 난치병 소식에 대해 지역민들은 복잡미묘한 표정이다.

자영업자인 정성민(48) 씨는 "90살이 된 노인이 난치병에 걸렸다는데 아무리 미워도 무슨 말을 할 수가 없다"면서 "일단 기력을 회복한 뒤 광주시민들에게 꼭 사죄했으면 한다. 그래야 그도 마음이 편하지 않겠는가"고 말했다.

회사원 박지윤(41) 씨는 "아직 갈 때가 아니다. 오월 영령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그 한마디가 그렇게 어렵나. 90살에 병까지 있는데 이제라도 용서를 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진규(59) 씨도 "그가 천벌을 받기를 몇 번이고 빌었지만, 막상 90살의 노인이 난치병에 걸렸다니 뭐라고 하기가 그렇다"면서도 "아직 진실을 말할 기회는 있다. 부디 그 기회를 잡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월단체는 병환과 상관없이 전씨는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광주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전씨가 반성하지 않을까, 용서를 빌지는 않을까' 기대했었다. 최소한 인간에 대한 연민과 예의였는데, 전씨는 국민의 기대를 한마디로 잘라 버렸다"면서 "전씨는 몇 번이나 광주를 방문하며 사죄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스스로 걷어찼다. 살아생전에 용서를 구하지 않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조 이사는 이어 "사죄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이제 맞지 않다. 살아있는 동안 끝까지 죄를 물어서 그에 합당한 죗값을 치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가 설령 병으로 자연에 섭리에 따라 죽는다고 하더라도 그가 저지른 죄는 '자연인' 전두환의 죄가 아니다. '사회적 존재'로서 전씨의 죄에 대해서는 그가 사망한 후에도 추궁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광주에서 진행하고 있는 전씨의 항소심 다음 재판은 오는 30일 오후 2시에 열린다.

김해나 기자 min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