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41-2> 광주·전남 유권자들 "피부 와닿는 공약 없나요"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일주이슈
일주이슈 41-2> 광주·전남 유권자들 "피부 와닿는 공약 없나요"
코로나 장기화, 정치적 피로도 동반상승 ||“당장 먹고살기 바빠”… 정권 신뢰도 하락 ||국힘 영향력 커질 수도… 달라진 분위기|| ‘MZ’ 공략, 보여주기식 보단 진정성으로
  • 입력 : 2021. 08.22(일) 17:33
  • 최황지 기자
3
대선을 향한 정치권의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호남 민심을 얻기 위해 하루가 멀다 하고 여권의 대권 후보들이 광주와 전남을 찾고 있고, 야권의 주자들도 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 민심은 정작 싸늘하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을 더 크게 느끼고 있다. 시도민들은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역시스템을 제안하고 리더십을 가진 차기 대통령을 기다리는 분위기다. 경쟁 주자 간 네거티브 공방에 정치적 피로도도 동반 상승하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한국 사회 화두로 떠오른 'MZ(밀레니얼+Z) 세대'들 역시 정치권의 '러브콜'에 곱지 않은 시선이다. 시선끌기용으로 청년들에게 다가서는 마케팅 방식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다. 오히려 그들은 피부에 와닿는 정책 공약을 원하고 있었다.

21일 만난 택시기사 백재한(54)씨. 그는 내년 3월 대통령 선거에 대해 묻자 "관심없다"고 잘라 말했다. 오히려 그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줄어든 손님에 먹고살기 급급한 현실"이라며 "솔직히 누가 대통령이 되든 먹고 살게 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결혼을 준비 중인 예비신부 김모(30)씨도 비슷하다. 그는 "문재인 정부를 오랫동안 지지했지만, 결혼식의 불평등한 방역수칙 등으로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내년 대통령 선거에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방역수칙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이 나타났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전남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모(45)씨는 최근 정치판의 네거티브 경쟁을 꼬집었다. 그는 "요즘 선거를 보면 포퓰리즘이 많아 불만"이라며 "정치권도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방을 멈춰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일색'이라고 평가 받았던 광주·전남에서도 차기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정치 판도가 다변화할 것이란 예측이다. 지역 대학생인 류모(24)씨는 "국민의힘이 5·18묘지를 방문하는 등 달라진 분위기를 실감하고 있다"며 "과거와 달리 지역색이 옅어진 것은 긍정적이다"라고 말했다.

직장인 박모(31)씨도 "국민의힘이 호남에서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며 "과거 호남은 민주당 깃발만 꼽으면 당선되는 지역이었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진 것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선거철을 맞아 호남을 끌어안기 위한 '반짝' 방문은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전남에서 자영업을 하는 장모(65)씨는 "국민의힘이 달라졌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면, 보다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오월 정신을 기리겠다며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선거철에만 전통시장을 방문하지 말고 평소에도 민생 행보를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지역 청년들은 일부 정치인들의 MZ 타깃 마케팅이 오히려 반감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년 현실을 외면한 마케팅이 본질을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광주의 한 회사원인 박모(28)씨는 "정치인들이 롤을 하거나, 유명 아이돌 춤을 추거나 하는 게 청년층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니라서 좋게 보이진 않는다"라며 "정치인이 쇼도 필요하겠지만 단순히 이런 마케팅이 관심끌기용에 그쳐, 오히려 반감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취업준비생인 최모(22)씨도 "정부가 집값을 상승시켰고, 코로나19 방역도 오락가락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정치권이 단순히 MZ세대를 이해하겠다고 하는 마케팅들이 다 요지를 잘못 이해한 것들이라 어이가 없다"며 "청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최황지 기자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