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4차 공판, 전씨 감싸기·재판 지연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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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4차 공판, 전씨 감싸기·재판 지연 되나
회고록 관여한 민정기 증인 신문 ||전씨 측 명백한 재판 지연 목적 ||506항공대 조종사 4명 출석 관심
  • 입력 : 2021. 08.29(일) 16:31
  • 양가람 기자
사자 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9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기일 출석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회고록에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서 헬기 사격을 목격·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전두환(90)씨에 대한 항소심 4번째 재판이 열린다.

이번 재판에서는 회고록 집필에 관여한 인물이 전씨 측의 증인으로 서게 되는데, 이를 두고 고의적 재판 지연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제1형사부(항소부·재판장 김재근 부장판사)는 30일 오후 2시 201호 법정에서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전씨에 대한 항소심 4번째 공판을 연다.

전씨는 재판부 허가에 따라 선고 전까지 법정에 나오지 않는다.

이번 공판에서는 전씨 회고록 집필에 관여한 민정기 전 청와대 공보비서관에 대한 증인 신문이 이뤄진다.

전씨 측은 앞선 공판 때 "어떤 취지로 회고록을 집필했는지 설명할 기회를 달라"며 민 전 비서관을 증인으로 신청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였다.

전씨 측은 5·18 때 헬기 사격이 없었고, 전씨가 고의로 조 신부를 비난하지 않았다는 기존의 주장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검사는 "1심이 1980년 5월 21·27일 계엄군이 500MD·UH-1H 헬기에서 총을 쏜 사실을 인정한 만큼, 전씨가 회고록으로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명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씨가 12·12 내란을 주도한 뒤 5·18 당시 광주 진압 상황(실탄 분배·발포 허가, 무장헬기 출동 등)을 보고받고 발포 허가의 책임이 있는 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전일빌딩 감정 결과 등 회고록 발간 당시까지 헬기 사격에 부합하는 자료가 다수 존재했음에도 이를 외면하고 조 신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한 점에 비춰 전씨에게 범죄 고의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5·18단체도 지난 27일 성명을 내고 "민정기는 자신이 원고를 완성했고 퇴고 과정에도 전두환이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는 전두환의 책임을 희석하고 재판을 지연하려는 목적"이라고 비판했다.

민 전 비서관과 함께 증인으로 채택된 506항공대 헬기 조종사 4명도 추후 법정에 나올지는 지켜봐야 한다.

재판부는 항공대 작전(군 문서)에 '헬기 사격 지시' 내용이 담긴 점, 506항공대 헬기 조종사 4명이 1심에서 진술하지 않은 점, 조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한 날(1980년 5월21일) 출동한 점 등을 고려해 506항공대 조종사들에 대한 심리가 필요하다고 봤다.

법조계 일부에선 육군 제1항공여단장(준장)이었던 송진원씨가 1심 재판에 전씨 측 증인으로 출석해 5·18 당시 광주에 오지 않았다고 허위 진술을 한 혐의(무고)로 기소된 점이 506항공대 조종사들의 출석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소환장 송달 전후 증인 출석 노력은 전씨 측이 부담하는 점, 검찰 신청 증인과 달리 피고인 신청 증인이 불출석해도 과태료 부과가 없는 점, 1심 때에도 헬기 조종사들이 출석을 거부하거나 연락이 닿지 않아 신문하지 못한 사례가 잦았던 점 등도 이러한 추론의 한 배경이다.

전씨는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에 '5·18 당시 헬기 기총 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써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장은 국군이 (정권 찬탈을 위해) 국민을 공격했다는 매우 중요한 쟁점이라는 것을 인식하고도, 전씨가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역사 왜곡 회고록을 출판해 조 신부의 명예를 고의로 훼손했다고 봤다.

한편 재판부는 고령인 전씨가 지난 공판 기일에 출석할 당시 건강이 좋지 않아 보였던 점, 변호인을 통한 방어권 행사와 권리 보호에 지장이 없다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선고 전까지 불출석을 허가했다.

전씨는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으로 입원 치료를 받고 최근 퇴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