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세굴비에 밥상 내어준 '영광굴비'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정치일반
부세굴비에 밥상 내어준 '영광굴비'
명성을 ‘얻다·잃다·잇다’ - 영광굴비||영광, 중국산 ‘부세굴비’ 점령||부세 5년새 판매량 4.3배 상승
  • 입력 : 2021. 09.08(수) 18:18
  • 최황지 기자
추석을 10여일 앞둔 9일 영광 법성포 일대에 굴비판매장 건조대에는 영광굴비와 부세굴비로 가득하다. 비싼 영광굴비보다 부세굴비가 소비자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김양배 기자
"영광에서 굴비업자들도 마진이 적으니까 요즘 부세로 한다고 하대요. 국산 참조기 굴비 한마리에 최소 10만원인데 식당에서 누가 그 돈 주고 굴비를 먹겠어요. 크기도 크고 값도 싼 중국산 양식 부세를 사 먹지."

영광 법성포 칠산 앞바다에서 잡은 참조기를 천일염으로 간질해 해풍으로 말려낸 영광굴비는 임금님 수라상에 올리는 귀한 음식 중 하나였다. 그러나 최근 참조기 남획으로 어획량이 크게 감소한 데다 소비자들이 조기와 유사한 어종인 부세를 가성비 측면에서 선호하면서 국내산 참조기의 판매량 부진이 가속화되고 있다.

서해안에서 참조기를 어획해 영광과 목포 등지에 납품하는 어민 A씨는은 최근 소비자들의 바뀐 인식을 실감하고 있다. 시중에 유통되는 부세는 거의 중국산 양식이지만 오히려 판매량이 자연산인 국내산 조기에 비해 월등히 높다.

최근 영광내 굴비 백반을 선보이는 식당에서도 1인당 10만원선을 넘어가는 참조기 굴비 정식 대신 중국산 부세 굴비로 주요 메뉴를 바꾸고 있다.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던 영광 굴비의 명성도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어민들의 입에서 오르내리는 이유다.

A씨는 "중국에서 양식되는 부세 30㎝만한 고기를 영광 법성포에서도 백반으로 해서 잘 팔리는 것으로 안다"며 "요즘 영광에서 굴비 장사하던 업자들이 중국에서 수입한 부세를 영광에서 가공만 해서 판다. 조기굴비보다 부세굴비가 선물용으로도 더 잘 팔린다"고 말했다.

영광굴비 시장의 사정이 이렇다 보니 원물인 참조기는 하락하는 반면 대체제인 부세는 상승하면서 역전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영광군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참조기 굴비 판매량은 2169억5000만원으로 5년 전 대비 91억5000만원(4%)이 감소했다.

반면 중국산 양식 부세굴비 판매량은 지난해 1036억6000만원으로 5년새 797억6000만원이 상승했다. 2016년 대비 무려 433%나 증가했다.

최근 5년간 참조기 굴비 판매량은 정체되거나 일부 감소한 반면, 부세 굴비는 오히려 상승하면서 빠르게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문제는 소비자들 상당수가 식당이나 선물용으로 살때 대부분 영광굴비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짝퉁 조기'라는 오명으로 일부 식당에서 원산지 표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거나 아예 국산으로 속여 판매하다가 적발당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원산지 표시법에 따라 원산지를 제대로 표시해줘야 하지만 일부 식당에서는 굴비와 부세를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영광 관내보다 목포나 광주 등 도심에서 비일비재하게 이뤄진다. 식당이 원산지 표기에 굴비와 보리굴비를 혼용해서 사용한다면 굴비는 국내산 조기, 보리굴비는 중국산 부세다. 일각에선 관행에 기대 원산지 표시를 명확히 하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더욱 철저한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황지 기자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