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적 유전자·유훈> 우리는 나보다 똑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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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적 유전자·유훈> 우리는 나보다 똑똑하다
유훈 한국표준협회 센터장·숭실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 입력 : 2021. 09.15(수) 13:05
  • 편집에디터

유훈 한국표준협회 경영혁신센터장

이노센티브 챌린지(InnoCentive Challenges).

1989년 대형 유조선 엑슨 발데즈호가 알래스카 프린스 윌리엄 해협을 항해하다가 빙산을 만나 좌초되어 무려 25만 배럴의 기름이 유출된다. 인근 해안 1,900㎞가 기름으로 오염됐고 바닷새 60여만 마리, 해달 3000마리, 바다표범 300여 마리가 죽었다. 역사상 최악의 해양오염 사고로 발생한 것이다. 피해 규모와 혹독한 알래스카의 자연환경 때문에 기름 제거 작업이 쉽지 않았다. 게다가 물과 기름이 뒤엉켜 얼어버리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가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물과 기름이 함께 얼어버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만 달러의 상금을 걸고 공모를 진행하였다. 공모 결과 시멘트 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회사원이 시멘트가 굳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레미콘을 돌리듯, 기름도 진동 기계를 이용해 지속적으로 자극을 주면 얼지 않고 물과 기름이 분리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제안하였다. 이 아이디어는 알래스카 해양오염 사고의 피해를 줄이는데 큰 기여를 하였다. 당연히 약속한 2만 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여기서 한번 생각해 볼 것이 있다. 우리는 이런 전문성이 요구되는 문제는 국가나 기업 연구소의 박사급 인력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평범한 직장인'이 문제를 해결했다. 사실 혁신은 변방에서 일어난다. 이러한 문제 해결 방식을 집단지성이라고 한다. 집단지성은 다양한 분야의 사람이 힘을 합쳐 도출한 아이디어가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만들어낸 아이디어보다 훨씬 강력하고 유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알래스카 해양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 활용된 프로그램이 '이노센티브 챌린지(InnoCentive Challenges)'이다. 이노센티브는 기업이나 정부, 대학에서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상금과 함께 '해결자(Solver) 커뮤니티'에 공유하고 집단지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집단지성 플랫폼'이다. 이전에는 인터넷 기반의 시스템이었고 여기에 웹과 모바일 기술들이 적용되면서 보다 유용한 플랫폼이 되었다. 이제는 전 세계의 다양한 문제해결능력을 보유한 조직과 개인들이 작게는 한 지역의 문제뿐만 아니라 전 지구적인 문제까지도 해결하고 있다.

누구나 더 나은 환경에서 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예측하지 못한 문제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전보다 문제들의 규모도 크고 난해해졌다.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해양오염 사고, 플라스틱 쓰레기에 의한 육상과 해양 동물의 멸종, 기후변화에 의한 재난, 더욱 심각해지는 미세먼지, 불평등과 취약계층의 문제들, 아동학대, 고령화, 지역 소멸 등.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나의 지능이 아니라 '우리의 지능'이 필요하다. 정보통신기술 ICT의 주요 기능은 정보 공유이다. 이를 통해 문제를 빠르고 정확하게 공유할 수 있고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리고 지혜를 모을 수 있다. 기술은 나보다 똑똑한 우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환경과 사회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