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잔티움부터 쿠스코까지… 몰랐던 '진짜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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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잔티움부터 쿠스코까지… 몰랐던 '진짜 세계사'
  • 입력 : 2021. 09.30(목) 16:21
  • 이용환 기자

이슬람 최대 명절인 이드 알 아드하(희생제)를 맞아 광장에 모여 기도를 하고 있는 요르단 시민들. 뉴시스

야만과 문명의 경계에서 바라본 세계사

에발트 프리 | 동아엠앤비 | 3만1500원

'지금까지 세계사는 유럽인의 시각으로 쓴 역사였다. 이제는 모두를 위해 새로운 시점에서 세계를 관찰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독일 튀빙겐대학교 근대사 교수 에발트 프리의 최신작 '야만과 문명의 경계에서 바라본 세계사'는 유럽 중심의 세계사에서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 변방으로 눈을 돌린 인류의 역사서다. 유럽과 백인 중심이라는 지금까지의 세계사를 통해 굳어진 주류의 가치관에도 과감한 의문을 제기한다.

그에게 '새로운 역사'는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멀고 먼 옛날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는 유럽에 등장하기 훨씬 이전에 오스트레일리아에 살고 있었다. 로마인이 잔뜩 겁에 질린 채 해안가를 따라 노를 젓고 있을 때 드넓은 태평양 수천 킬로미터를 건너 다른 곳까지 간 사람도 있었다.

아메리카 대륙에 세워진 도시와 피라미드는 바빌론과 이집트에서 지어진 것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근대에 와서 서유럽이 종교 전쟁을 치르느라 혼란스러울 때 헝가리에서 인도 남부까지 연결된 다문화 무역 지대가 번성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책은 최초의 인류부터 현재까지의 세계사를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글로벌한 시선에서 바라보며 새롭게 설명한다. 다양한 연령에서 두루 읽을 수 있다는 장점도 가졌다. 아시아나 아프리카, 아메리카에 대한 다양한 시각적 자료와 방대한 서술도 직설적이다.

저자는 특히 다른 입장에서 봤을 때 당연히 야만인으로 비쳤던 유럽인에 대해서도 다룬다. 유럽의 발견과 정복, 혁명과 전쟁이 세계를 바꾸었고 찬란했던 모두의 문화 또한 자연스럽게 변방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세계사에서 찬란했던 고대 중국에 대한 평가도 충격적이다. "오늘날 장안의 옛 중심지에서 북쪽으로 몇 킬로미터 떨어지지 않는 곳에 중국 산시성 수도인 시안이 있다. 시안은 인구가 100만 이상 되는 도시로 세계에서도 유일무이했다" (p133)

이뿐이 아니다. 만주사변과 중일전쟁, 급기야 1941년 미국과 일본의 태평양 전쟁으로 인류사에 엄청난 피해를 입힌 일본 제국의 광기에 대해서도 그의 평가는 냉정하다.

서양의 중국으로 불리던 비잔티움과 중앙아시아 초원 지대의 기마 유목 민족 시데바이, 콜럼버스가 착각했던 두개의 메트로폴리스 테노치티틀란과 쿠스코, 대짐바브웨를 꿈꿨던 킬와의 흔적도 경이롭다.

책을 쓰면서 그가 내린 결론은 모든 사람이 서로 연결된 존재라는 것이다. "유럽이나 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 혹은 아메리카, 어디에 살든지 우리는 모두 아프리카 사람이다"(p 57)

과거를 직시하고 반성하지 않는 나라, 자신이 곧 세계라는 오만한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피를 흘리는 전쟁부터 무역 전쟁까지 다툼이 끊이지 않고 탐욕과 종교간 전쟁, 세대간 갈등, 극단주의까지 인류의 시각으로 보면 너무나 당연한 '비상식' 속에서 '우리 모두는 하나'라는 저자의 외침이 신선하다.

이용환 기자 yh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