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문명의 원동력은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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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명의 원동력은 '땅'
  • 입력 : 2021. 09.30(목) 16:21
  • 이용환 기자

퍼타일 크레슨트.

문명의 요람 퍼타일 크레슨트

남영우 | 문학사상사 | 2만3400원

기원전(BC) 3000년 경. 아시아 황하와 인더스 강 인근, 나일강, 티그리스유프라테스 강 유역은 각각의 문명을 꽃피운 세계4대 문명 발상지다.

문명은 일반적으로 사회가 물질적, 기술적으로 발전해 이루어진 결과물의 총체로 정의된다. 하지만 이렇게 간략한 몇마디로 명확히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은 아니다. 문명을 정의해 놓은 학자가 무궁무진하고 문명을 문화의 개념과 혼동하는 것도 흔히 볼 수 있다.

지리학자 남영우의 신간 '문명의 요람 퍼타일 크레슨트'는 지리적 관점에서 본 문명론을 메소포타미아, 레반트, 이집트 문명이 탄생한 퍼타일 크레슨트 중심으로 다룬 책이다.

퍼타일 크레슨트는 페르시아만으로부터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을 거슬러 올라가 시리아를 거쳐 팔레스타인과 이집트에 이르는 초승달 형태의 반원형 지역이다. 고대 오리엔트 연구에서 자주 사용되는 역사·지리적 개념이기도 하다.

이 지역은 지리적으로 구대륙의 중심부로 접근성이 뛰어나 아프리카·유럽·아시아의 문화가 교차하는 땅이었다. 여기서 인류 최초의 도시가 등장했으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메소포타미아 문명, 이집트 문명, 오스만튀르크 문명, 페르시아 문명, 헬레니즘 문명, 이슬람 문명, 크레타 문명, 수메르 문명, 그리스 문명 등이 번성했다.

저자는 퍼타일 크레슨트에서 발생한 최초의 잉여 식량을 예로 들면서 문명의 기원이 그리스·로마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퍼타일 크레슨트에 메소포타미아를 중심으로 한 하천형 농업 문명과 이집트의 하천형 석조 문명만 존재했던 것이 아님도 알려준다.

아나톨리아를 중심으로 한 고원형 융합 문명과 레반트 페니키아를 중심으로 한 해양형 교역 문명도 있었다. 이들 문명이 가진 각각의 특징도 있지만, 문명 간 교류로 이루어진 융합적 특징이 다분하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문명의 발생지인 퍼타일 크레슨트에서 시작해서 현재의 태평양 시대에까지 시대별, 지역별로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면 문명사의 흐름이 인간이 아닌 땅의 비교우위에 따른다는 사실이 명확해 진다. 문명 탄생의 서막을 올린 당시의 상황도 비교적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이용환 기자 yh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