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 명성' 영암 참빗의 전통 이을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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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300년 명성' 영암 참빗의 전통 이을 방법은
조진용 전남취재부 기자
  • 입력 : 2021. 09.26(일) 14:42
  • 조진용 기자
조진용 전남취재부 기자
 지나칠 경우 두피에 상처를 줄 수 있지만 머리의 형태를 다듬을 수 있고 모발의 엉킴 예방, 먼지나 이물질이 묻은 것을 걸러내고 두피의 혈류를 촉진하는 장점이 있는 빗질.

 현대사회에서는 여러 빗 종류를 이용해 자신의 머릿결을 관리하는데 과거에는 어떻게 했을까.

 조선시대부터 '참빗'을 이용해 머릿결을 관리했는데 영암·담양·나주·남원 지역에서 주로 만들어졌다. 이 가운데 영암과 담양서 만들어진 참빗이 호응이 높았는데 오래 사용할 수 있고 질이 좋기로는 영암 망호정마을서 제작된 참빗이 꼽혔다고 한다.

 300년 전부터 참빗의 품질로 전국을 제패했던 영암 망호정마을을 취재하는 과정은 쉽지만은 않았다. 1986년 전남 무형문화재 15호로 지정된 이식우씨가 2003년 타계해서다. 마을 이장 등을 통해 현존 남아있는 참빗을 만들 수 있는 기술 보유자를 확인해보니 5명 남짓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마을 주민, 5명의 참빗 기술 보유자 등에게 전통이 끊길 위기에 처한 참빗을 보존할 수 있는 방안을 물었다. 방법은 있는데 자칫 주민들 간의 싸움으로 번질까 걱정이다고 했다. 참빗이 수익성 높은 사업 수단이라도 되는 걸까 특허라도 있다는 건지 그들에게도 말 못 할 사정이 있었다.

 주민들이 들려준 얘기에 순간 당황했다.

 "타계했던 마지막 무형문화재 이식우씨 배우자가 생존해 있어요. 배우자가 현존해 있는 참빗 기술 보유자들을 무형문화재로 지정해주면 됩니다. 활동비 명목으로 150여만원 정도 지원되고 현재로선 유일한 방법인만큼 서로 간에 의견을 모아 야할 때입니다."

 문화재청에서는 무형문화재 보존을 위해 배우자에게 지정 권한을 위임하고 있다. 문화·전통 유지를 위해 소정의 금액도 지원한다. 현재 망호마을에는 경주 이씨 자손들이 남아있다. 주민들 대부분 어릴 적 마을 어른들이 모여서 참빗을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며 어깨너머로 제작방법을 터득했기에 특정 인원만 무형문화재로 지정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의견도 있다.

 조선시대에 이어 1930년 일제강점기 중국, 일본, 만주 등 수출길에 올랐던 참빗. 개인의 이익보다 오로지 참빗의 명성을 이어나가겠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구성된 '영암산업조합'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현존해 있는 참빗 기술력을 보존하고 이어나가기 위해 다시 한번 옛 마음으로 뭉쳐야 할 때다.

조진용 기자 jinyong.ch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