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6억과 50억 퇴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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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456억과 50억 퇴직금
  • 입력 : 2021. 09.28(화) 17:17
  • 이용규 기자
요즘 우리나라 사회·문화 현상의 두드러진 화두는 '오징어 게임'이다. 넷플릭스 드라마인 '오징어 게임'을 본 사람과 보지 않은 사람으로 나눌 정도로 선풍적이다. '오징어 게임'은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이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시리즈물이다. 영화 '도가니', '수상한 그녀' 등을 제작한 황동혁 감독이 극본과 연출을 맡은 이 드라마는 지난 17일 공개 이후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로는 최초로 66개국에서 '오늘의 톱10' 전체 1위에 등극, 새로운 기록을 써나가고 있다.

극은 감당할 수 없는 막대한 채무를 지고 삶의 벼랑 끝에 몰린 456명이 인생을 바꿀 단 한번의 마지막 기회인 게임에 참가하는 내용의 9화로 구성됐다. 첫번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시작으로 6차례 살벌한 게임을 통과한 최후의 1인이 456억을 받게 된다. 일확천금의 상금은 탈락자들의 사망 보험금이 누적된 것이다. 오징어 게임 현상은 자발과 공정으로 대표되는 잔인한 오디션 프로그램과 같은 사회 현상을 반영한다. 즉 게임은 공정하고, 참가는 자율적이다. 그런데 참가자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보고 공정성을 의심받는 것에서 경쟁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를 투영시킨다.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받는 화천대유 자산관리에서 6년간 근무하다 퇴직한 곽상도 국회의원 아들이 최근 오징어게임을 거론, 씁쓸하다. 자신이 퇴직금으로 받은 50억원에 대해 "제가 입사한 시점에 화천대유는 모든 세팅이 끝나 있었다. 돌이켜보면 설계자 입장에서 저는 참 충실한 말이었다. 오징어 게임 속 말일뿐 이었다"고 강조했다. 자신을 화천대유라는 게임속의 말로 규정하고, 대장동 사건의 본질이 수천억원을 벌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설계의 문제지, 그 속에서 열심히 일한 한 개인의 문제냐고 반문한 것이다. 50억 퇴직금에 대한 해명이라고 내놓은 도발적 언사에 어이가 없다. .

1990년생인 곽씨가 근무 중 얻은 병에 대한 산재 보상과 위로금을 포함한 떳떳한 돈이라 할지라도 대기업 CEO에 비해 적지않은 퇴직금 규모가 국민의 눈높이와는 맞지 않다. 아무리 일확천금의 노다지를 캤던 회사라고 하나 과연 이 내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국민이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곽상도 국회의원의 아들 화천대유 퇴직금 사건은 갈수록 불거지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한조각에 불과할 뿐이다. 지금까지 흐트러져 있는 조각들이 하나씩 퍼즐을 맞추면 대장동 개발의 그림이 완성될 것이다. 그많은 유력 법조인들이 고문단으로 참여한 이유들은 정말 궁금하다. 감출게 많고 가릴게 많으면 공정한 세상은 결코 오지 않는 것은 명확한 진리다. 일단 '화천대유의 50억 게임'의 진실부터 파헤쳐 대장동 퍼즐의 실체에 접근해야 한다. 이용규 논설실장

이용규 기자 yonggyu.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