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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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대통령과 왕
  • 입력 : 2021. 10.05(화) 16:34
  • 이용규 기자
한재림 감독의 '관상'(2013년)은 조선 문종 당시 어지러운 왕실을 배경으로 한 영화다. 계유정난(수양대군이 조카 단종의 왕위를 빼앗기 위해 일으킨 사건)을 배경으로 허구의 인물인 천재 관상가 김내경을 중심으로 풀어나간다. 송강호가 연기한 김내경은 얼굴만 보고 그 사람의 모든 것을 꿰뚫어보나, 조정의 피바람에 휘말리는 비운의 인물이다.

 관상은 얼굴의 이목구비나 얼굴형 등 생김새를 따져 사람의 운명이나 재수를 판단하고 미래에 닥쳐올 길흉을 점치는 일이다. 신라 선덕여왕때 우리나라에 전해진 관상은 조선시대에는 사람을 뽑을 땐 관상감을 둬 인재 선발과정에서 이용됐다고 한다.

 오늘날에도 일부 기업의 직원 채용 과정에 관상가가 면접관으로 참여한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용하다는 점집이나 역술원 등을 찾는 정치 지망생들이 많다. 출마를 준비하는 일부 기독교인들도 이 대열에 합류해 점집이나 역술원을 찾아 자신들의 내일을 점치는 것도 정치 시즌에는 빠지지 않는 가십이다. 이러한 소식을 들을 때마다 자신들의 신앙관과 배치된 행보들에 대해 혹여 어떻게 설명할 까하는 궁금증을 갖는다. 성경에서도 이슬라엘 첫번째 임금 사울이 블레셋과의 전쟁을 두려해 변장을 하고 엔돌 지역의 무당을 찾아 죽은 사무엘을 통해 블렛셋과의 전투에서 승리할지 패배할지를 묻는 내용(사무엘하 28장)이 기록돼 있다. 고대 이스라엘에서 점은 의미가 부정적이었고 비밀스럽게 행해졌다. 왕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게된 사울은 결국 이 사건 후 하나님의 진노를 받아 그를 비롯해 그의 가문이 멸문에 이르는 결정타를 맞게 된다.

 정치인과 기업인들이 의사 결정에 있어 역술·무속 등에 의존하는 것이 정상적으로 볼 수는 없다. 동서고금을 통해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많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고려시대 공민왕시대 신돈, 재정 러시아시대 요승 라스푸틴과 박근혜 정부의 국정을 농단한 오방색 타령의 최서원(옛 최순실)의 폐해는 결국 나라를 혼돈에 이르게 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임금 王(왕)자를 손바닥에 적고 방송 토론회에 출연한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윤 후보측은 지지자들이 격려의 의미로 적은 것으로 해명했지만 여당과 야당 내 경쟁 후보들은 '부적선거', '시대착오'라며 비난하고 있다. 부적 선거로 공격을 받은 윤 후보는 "어떤 분은 속옷까지 빨간색으로 입고 다닌다는 소문이 있다"고 홍준표 후보를 직격했다. 정치가 유치한 코미디에 노이즈 마케팅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이런식으로 국민적 관심을 끌어보겠다는 식이라면 정말 유감이다. 지켜보는 국민들은 웃음이 아니라 짜증스럽다.손바닥에 王(왕)자나 빨간 팬티로는 대권에 이를 수 없다. 국민들의 마음을 붙잡기위해 해야할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정답이다. 결과는 늘 과정이 만드는 것이다. 준비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기회가 오지 않는다. 이용규 논설실장

이용규 기자 yonggyu.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