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창·노영필>산업현장 실습 이대로가 최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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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창·노영필>산업현장 실습 이대로가 최선인가
노영필 교육평론가
  • 입력 : 2021. 10.17(일) 14:16
  • 양가람 기자
노영필 교육평론가
고 홍정운군의 죽음 앞에 심심한 애도를 표하며 이 글을 바친다. 꽃다운 나이, 피어보지도 못하고 떠난 이승 길이 평안으로 이어지길 간절히 염원한다.

한 제자의 죽음이 아니다. 김용균법이 나온지 3년도 채 되지 않아 사고가 계속되고 있다. 홍군의 죽음을 계기로 산업체 현장 교육의 현황과 문제점을 마무리하자. 특히 현장실습의 안전사고와 관련된 참담한 문제들이 왜 자꾸 반복되고 있는지 다시 묻고, 얼마나 많은 학생들을 앗아가야 우리 사회가 학생들에게 안전한 산업체 교육현장을 마련해줄 수 있을지 곱씹자.

지난번 사고 때도 현장실습 존폐가 거론된 적이 있어 더 착잡하다. 우리에게 결코 먼 일이 아니다. 또 다른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몇 가지를 제안한다.

하나는 학교 실습을 현장화하기 위한 제도적인 정비다. 다른 하나는 프랑스처럼 학생들에게 노동인권교육을 교육과정에서 철저히 시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실습을 둘러싼 인식의 재고다.

첫째, 학교 실습을 현장화하는 것은 학교 안에서 창업을 유도해 실전과 유기적인 관계를 만들어 가는 방식이다. 창업을 담을 수 없는 분야는 실습이 필요한 기간에 맞춰 현장교육을 단기화하고 단원에 맞게 참여하도록 그때그때 실시한다. 이를 위해 참여 횟수를 늘리고 현장 실습을 관리할 수 있는 산학협력취업지원센터 관리를 현실 규모에 맞게 강화하여 운영하는 것이다. 우리 교육청의 경우 실무 담당자가 4명에 그치고 있다. 그들은 담당업무가 과중하다. 7000여명의 특성화고 학생수와 광범위한 산업영역을 상대로 담당업무의 실효성이 얼마나 확보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

두 번째는 노동인권교육이다. 노동자로서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인식하고 귄리행사를 정당하게 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에 편입되어야 한다, 노동인권관련 공문을 일선 학교에 내리고 홈페이지에 자료를 탑재하지만 취업센터홈페이지에 게시된 교사용 노동인권 지침서로는 너무 큰 한계가 있다. 대기업의 노동권리는 향상됐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은 법과 제도의 힘이 미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고용노동부는 현실에 밀착되도록 고용주도 똑같이 교육시켜야 한다.

사고가 발생하면 매번 지도, 감독, 관리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등 사후약방식 호들갑을 떤다. 그러다 말게 되곤 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안전의식과 노동인권의식의 부재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내실있는 노동인권교육이 빠진 학생들의 현장실습은 시각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할 수도 없는 시각적인 일을 하도록 내모는 것과 같다. 권리 위에 잠자게 해서는 안 되겠지만 권리를 누릴 수 없게 만드는 일은 엄중한 노동착취다.

자신의 안전이 무엇인지,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현장에서 확보해야 할 권리가 무엇인지 인식할 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져야 하고 그것을 가르쳐야 한다. 교사들의 권리의식도 고용주의 권리의식도 변해야 한다. 학생들의 권리는 아는 만큼 보이고 싸운 만큼 커진다는 인식이 심어져야 한다. 노사싸움을 부추기자는 말이 아니다. 사람들은 의사표현을 분명하게 하지 않으면 권리를 침해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아는 만큼 보이면 자신의 권리를 건의할 수 있고 구조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그래야 현장에서 부딪히는 사회적 위험성에 눈길을 돌릴 수 있다. 오늘을 사는 학생들 앞에 놓인 게으른 자본주의 논리를 직시하고 사건이 터지기 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말이다.

세 번째로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은 학교에서 사회로 진출하기 위한 징검다리에 해당하는 교육과정이다. 실습 나온 학생은 부족한 일손을 돕는 노동 인력이 아니다. 그들은 단순히 현장 기술을 배우고자 나온 학생이라는 점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학생이 '일하러 왔다'가 아니라 '배우러 왔다'여야 한다. 임금을 지급하는 일로 보는 순간 실습 임금만큼 노동력을 빼앗아가는 것이다.

끝으로 관련 당국 역시 사고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방대한 취업분야를 지도관리 하기에는 턱없이 역부족인 인력이다. "실습에서 취업으로"를 슬로건으로 특성화고 취업의 모든 것을 내걸고 있는 초점이 어긋난 과포장을 털자. 현행 특성화고 산학협력취업지원센터는 '취업'이 아니라 '배움'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

현장 실습은 생존게임이 아니다. 교육 현장에서 과거처럼 '남을 속이지 않고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는 훈화는 비현실적인 훈화 메시지다. 실습에서 그 분야 기술을 혼자 배우는 것이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 필요한 경험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학교에 복귀해 자신이 배운 내용이 자신의 삶의 기술로 최종 결정할 것인지를 점검하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이제 무상교육이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국가가 독점하는 학교가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개척할 수 있도록 인권의 실질을 깨우칠 수 있도록 법을 만들고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 비정규직으로 나가는 젊은이들의 이중고를 없애는 것이 우리가 짊어진 교육적 책임의 몫이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