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위도도 높지 않고 만년설을 갖고 있는 산이 없어 빙하가 낯설기는 하다. 빙하는 고위도 지역을 중심으로 바다위에 떠있는 얼음(빙산), 대륙위에 두껍게 쌓여 있는 얼음(빙상) 대륙빙하의 끝자락에서 바다와 만나는 바다위 얼음(빙붕), 높은 산에 있는 얼음(산악 빙하) 등 다양하다. 매년 빙하는 여름에 면적을 줄였다가 겨울에 다시 커진다. 그런데 최근 빙하가 여름에는 너무 많이 녹고 겨울에는 충분히 얼지 않는 날들이 계속되고, 일부는 아예 지구에서 사라지고 있다. 보통 일은 아닌 것같다.
수백년 동안 웅장함을 자랑한 빙하의 소멸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그 소멸이 환경파괴로 인한 지구 온난화가 원인이라는 점에서 인간은 이 장례식의 주범이다. 최근의 10월 한파는 기후 변화를 실감케한다. 엊그제까지 가을 날씨에 어울리지 않게 고온으로 인해 적잖이 고생했는데, 갑작스런 한파는 '가을의 낭만'을 빼앗아갔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에서 기후변화는 먼나먼 얘기로 치부된다. 마치 유리창에 성에가 가득 낀 차를 미친 듯이 과속하는데도 별로 속도감을 느끼지 못한 것과 같다.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18일 발표한 2050년 석탄 발전 전면 중단을 내용으로하는 탄소 중립 시나리오에서는 빙하장례식은 한낯 퍼포먼스에 불과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방출되는 온실가스는 우리의 미래에 위험을 저축하는 것과 같다. 불편한 내일을 예고하는 지구를 향해 째각째각 울리는 경고음이 심상찮다. 이용규 논설실장
이용규 기자 yonggyu.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