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넘어선 화해와 평화의 도시, 여수·순천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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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갈등 넘어선 화해와 평화의 도시, 여수·순천 되길"
정근식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전남은 한국전쟁 전후 제주 다음으로 희생 큰 지역”|| “조사 후 적절한 명예회복과 배·보상 이뤄지도록 노력”
  • 입력 : 2021. 10.19(화) 17:49
  • 도선인 기자

정근식 정근식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이 "여순 지역을 제외하고 전남에서 발생한 군경 및 적대세력에 의한 여러 민간인 희생 사건의 진실규명 실마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나건호 기자

지난 6월 여순사건 특별법 통과 이후, 73주년 추모식이 진행됐다. 이번 추모식은 여러 가지면에서 의미가 깊다. 특히 71년간 한국전쟁 전후 희생된 전남지역 민간인 사망자에 대한 조사도 이뤄지기 때문에 지역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여순사건 73주년 추념식을 참석한 직후인 정근식 진실화해위원회(진화위) 위원장과 만나 단독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아래는 일문일답.

- 여순사건 특별법이 지난 6월 통과됐다. '과거사 정리'에 있어서 여순사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대통령, 국무총리, 여야 등 할 것 없이 보내온 추념식 화환들이 평화를 상징하는 것 같아 감격스러웠다. 여순사건은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 사건을 따지면, 제주 4·3사건 다음으로 가장 큰 피해 지역이다.

지난 6월 특별법 통과 이후, 완전한 명예회복까지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한반도의 진실을 찾고 화해와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맥락에서 가장 중요한 시점이다. 또한, 여순 지역을 제외하고 전남에서 발생한 군경 및 적대세력에 의한 여러 민간인 희생 사건의 진실규명 실마리가 되길 기대한다.

73년 동안 너무 큰 고통이었기 때문에. 여순사건의 추후과제는 특별법 시행령에 따라 진행될 적절한 명예회복과 배보상, 역사적 교훈을 담아내는 과정 등이 아주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다.

- 진화위 2기에서 여순사건을 조사하나?

△여순사건은 1기때 조사가 진행돼 그 결과로 정부에 특별법 제정을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한정된 조사기관과 관련 자료 멸실 등으로 사건의 전체 모습을 파악하는데 아쉬움이 있었다.

이번 2기 때 역시 여순사건 관련 진실규명 신청이 695건이 있었다. 이 중 239건에 대해 조사개시를 결정했다. 그런데 지난 6월 특별법 발의로 내년 1월 관련 진실규명위원회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그에 따라 진화위에서 파악한 내용을 이행시킬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최대한 유족 뜻을 반영하는 것이다.

- 광주전남 지역에도 여순사건과 비슷한 군경 및 적대세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사건이 아주 많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 사건은 도 단위에서 전남이 그 피해가 가장 크다. 전남은 백운산, 지리산, 불갑산 등 중심으로 빨치산 활동이 만연했던 곳이기 때문에 그 영향이 있다. 특히 당시 민간인들이 전국 형무소에 끌려가 고초를 당하고 집단 희생됐다. 여순사건은 이곳 지역만의 일이 아니다. 2기 활동을 통해 사건의 범위를 넓힐 수 있도록 하겠다.

- 진화위 1기 활동 종료 이후에도 높아진 인권 감수성에 따라 2기가 출범했다. 접수된 사건의 특징이 1기와 차이가 있나?

△지난달까지 진화위 2기에 1만229건의 진실규명 신청이 있었다. 1기와 마찬가지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 사건의 비중이 가장 높고 신청 건수는 6538건에 이른다. 이 중에서 60%가 광주전남에 집중돼 있다.

1기 위원회는 전국적이고 포괄적인 조사를 진행해 많은 성과를 남겼다. 당시 위원회 활동에 대해 몰랐거나, 진실규명 신청 기간을 놓쳤거나, 도리어 불이익이 돌아올 것이 두려워 신청을 못 했던 분들이 2기 위원회 출범 이후에 많이 신청해주고 있다.

2기 위원회 신청사건 중에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수용시설 인권침해 사건들이 특징적이다. 대표적으로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이 있다. 전남의 경우 목포 동명원에 수용된 피해자들이 신청을 해주셨다. 이는 우리 사회의 인권감수성 성장을 보여주는 사건들로, 피해 당사자들이 스스로 인권을 자각하고 진실규명의 주체로 나섰다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 진실규명 결정을 받았을 때, 법적 위치 및 제도적 장치도 1기와 차이가 있나?

△기본적으로 진화위는 과거 부당한 국가권력의 행사에 따른 피해를 규명하고, 그에 따른 조치들을 국가에 권고하는 역할을 한다. 1기 때 관련 피해자들은 진실규명 결정을 바탕으로 국가에 배보상 소송을 진행할 수 있었다. 1기 위원회가 희생자로 인정 결정한 1만6600여 명 중 6400여 명이 국가배상 소송 진행했고, 그 중 88%가 승소했다.

하지만 2기에 들어서 진실규명과 함께 배보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요청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소송 과정에 또 많은 시간이 흐르고, 소멸시효 문제로 패소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진실규명과 동시에 명예회복 또한 제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과거사정리기본법상 배보상 규정을 마련하는 입법적 해결이 필요하다. 현재 관련 개정안 국회 계류 중에 있다.

- 5·18민주화운동은 이후에도 군사정권, 보수세력에 의해 현재도 폄훼되고 왜곡되는 과정을 겪고 있는데?

△5·18의 경우, 현대사에서 어느 정도 진실규명이 이뤄졌다 하더라고 여전히 이익 관계에 따라 진실의 부정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은 한번 진실이 규명됐다 하더라도 거기서 끝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진실규명의 성과를 함께 나누고 아픈 역사를 통해 얻은 교훈은 시민교육을 통해 이어져야 한다.

'5·18 왜곡 처벌' 등의 담긴 법안이 만들었지만, 우리가 기대야 할 것은 진실을 지키고자 하는 시민들의 양심이다. 진화위 또한 조사개시를 결정한 사건들에 대해 진실규명 이후에도 끊임없이 그 내용을 나누고자 하는 5·18의 교훈을 본받겠다.

- 위원장으로서 포부가 있나?

△2000년대까지 전남대학교에서 교수 생활을 하면서 학생들과 논의하고 연구한 것들이 위원장을 하면서 비로소 실제 상황에서 접하고 있다. 광주전남은 나에게 큰 자산이 된 지역이다. 시민, 도민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과거사를 언급하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는 분들도 일부 있다. 하지만 과거의 피해를 '말하는 것'보다 '말하지 않는 것'을 더 불편하게 여겨야 한다. 한국 사회에는 금기의 시대가 길었다. 국가가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의 호소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이는 과거사 정리는 과거의 일이 아니라, 바로 현재 대한민국의 인권과 정의를 세워가는 일이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