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박찬규> 귀촌일기 - 남도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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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칼럼
아침을 열며·박찬규> 귀촌일기 - 남도의 가을
박찬규 진이찬방식품연구센터장
  • 입력 : 2021. 10.20(수) 14:13
  • 편집에디터
박찬규 진이찬방 식품연구센터 센터장
남도의 가을은 장성 백암산 능선에서 시작해 해남 땅끝까지 계속된다. 벼이삭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황금 들녘은 남도의 가을에 두루 볼 수 있는 장관이다.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풍요로운 황금빛을 나타낸다. 특히 올해는 태풍이 없이 비가 적당히 오고 일조량이 높아 병충해도 적어 벼의 작황이 순조롭다. 따라서 쌀 생산량이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에 따라 남도는 활기를 띄는 농촌이 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남의 벼 재배 면적은 155,435㏊로서 22개 시·군 가운데 재배면적이 가장 넓은 지역은 해남이다. 쌀 도매가격도 전년보다 약 16.9% 올라 벼 재배농가의 소득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또한 전남에서는 가을이 되면 밭마다 절임용 배추, 무, 마늘, 양파, 쪽파 등이 풍성하게 자라는 것도 흔하게 마주치는 풍경이다. 파랗게 자라는 가을 채소의 경치는 벼이삭의 황금벌판 외에 남도를 연상시키는 또 다른 모습이다. 이모작이 가능한 남도의 따듯한 기후 덕분에 가을에도 채소농사로 추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셈이다.

한편 자연환경적으로 남도의 아름다운 가을을 경험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는 담양 병풍산, 광양 백운산, 고흥 팔영산, 영암 월출산, 장흥 천관산, 해남 두륜산 그리고 달마산을 꼽을 수 있다. 그 밖에 영산강 길을 따라 피어있는 억새도 남도의 가을 풍경에서 빠질 수 없는 코스이다. 먼저 담양 병풍산은 병풍을 두른 듯 하다하여 병풍산이라 불린다. 가을 풍경화에 모두 담겨진 듯 아름다운 능선과 봉우리에서 억새들의 흔들림과 노랗고 붉은 단풍을 관찰할 수 있다. 남도에서 지리산 다음으로 높은 광양 백운산은 호남정맥의 종착지다. 정상에서 약 1km에 걸쳐 장관을 이루고 있는 억새 군락이 남도의 가을을 맞아 절정을 이룬다. 고흥 팔영산은 다도해를 조망할 수 있는 유영봉, 성주봉, 생화봉, 사자봉, 오로봉 등 여덟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있다. 봉우리를 돌다보면 하늘과 남해 바다의 경계를 구분하기 어렵고 억새의 흔들림에 가을의 정취를 깊게 느낄 수 있다. 영암 월출산은 단풍 든 전경이 영락없는 금강산의 모습이다. 또한 서남릉과 미왕재 사이에 만발한 억새밭이 일품이다. 장흥 천관산은 호남 5대 명산의 하나로 정상은 온통 억새밭이고 여기저기 우뚝 솟아 있는 기암괴석이 볼 만하다. 해남 두륜산은 가련봉, 두륜봉, 노승봉, 고계봉이 남해를 굽어보며 우뚝 솟아 있는 형세다. 관광명소인 대흥사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으며 1979년 12월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두륜산은 해남의 황금 들판을 한눈에 보면서 강진만과 완도를 잇는 바다와 섬들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달마산은 불썬봉을 지나 도솔봉까지 약 8km에 걸쳐 기세를 자랑하고 있으며 남해를 바라보면서 남도의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달마산 서쪽으로는 우리나라 육지의 가장 남쪽에 자리한 사찰 미황사가 있다. 도솔봉 정상에 있는 도솔암은 남해로 둘러싸인 해남, 장흥, 강진, 완도를 멀리 바라볼 수 있는 천혜의 명소로 유명하다.

이처럼 남도의 가을은 볼거리가 풍성하고 먹거리를 생산해낼 수 있는 비옥한 토지가 있다. 땅은 거짓이 없기 때문에 정성들여 가꾸면 농부에게 수확의 기쁨을 느끼게 해준다. 도시에서는 맛볼 수 없는 자연환경이 어우러진 남도에 귀촌해서 맞이하는 가을은 이래서 행복하다. 한 여름에 쏟은 땀이 결실을 맺어 풍요로움을 가져다주는 농촌을 배우고 익히면서 자치활동도 더 열심히 하게 되고 농사일에 더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고 있다. 앞으로는 자연환경과 향토문화를 접목하여 문화관광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남도의 자연과 농촌을 자원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금보다도 더 특화된 농촌의 가을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은 없는지 찾아보고 남도의 가을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농촌의 모습으로 자리매김되기를 희망한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