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12년 우주개발 결정체…우리 힘으로 우주의 문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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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군
누리호, 12년 우주개발 결정체…우리 힘으로 우주의 문 열었다
국내 첨단 기술 집약체||내년 5월 2차 발사 계획||"30년 우주역사 이정표"
  • 입력 : 2021. 10.21(목) 18:40
  • 김은지 기자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21일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다. 나건호 기자
2010년 개발을 시작한지 11년 7개월 만에 누리호가 고흥군 봉래면 나로우주센터에서 우주로 떠났다.

21일 발사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이름에는 "우리의 세상을 우주까지"라는 염원이 담겼다. 지난 30년간 우주개발에 대한 대한민국의 꿈과 열정도 함께였다.

누리호 발사로 대한민국은 미국, 유럽, 러시아, 중국, 일본, 인도와 함께 실용급 위성(1톤급)을 지구 저궤도에 보낼 수 있는 7번째 로켓 보유국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12년 우주산업 결정체 '누리호'

누리호는 우리 땅에서 자체 기술로 우리의 인공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한국은 인공위성을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는 있지만 우주로 보낼 발사체는 해외 기술에 의존해왔다. 한국이 독자적인 우주 수송능력을 인정받고 우주강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는 키를 누리호가 쥐고 있던 셈이다.

누리호는 지난 2010년 나로호 1차 실패 이후 개발에 착수한 발사체다. 약 12년의 개발 과정을 거쳐 완성된 '우리나라 우주 산업'의 결정체로 300여 개의 국내 기업이 참여했으며 1조9572원이 투입됐다.

누리호 개발 연구진은 발사 예정일을 확정하기까지 다양한 기술적 한계를 돌파 해왔다.

연구 초기에는 75톤 엔진 개발 과정에서 중대형 액체엔진 개발의 가장 큰 기술적 난제인 '연소불안정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연구진은 2014년 첫 시험부터 발생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6개월 동안 약 10차례의 설계변경과 20회가량 시험을 진행했다.

누리호 추진체 탱크를 제작하는 일도 수월하지 않았다. 누리호의 높이는 아파트 12층과 맞먹지만 추진제 탱크의 두께는 2㎜에 불과하다. 맥주 캔만큼이나 얇게 제작된 탱크로 우주환경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기술적 난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개발 도중 추진체 탱크 제작 업체가 기술적 한계에 부딪혀 사업을 포기해 납품이 18개월가량 늦춰지기도 했다. 연구진은 설계와 제작의 무수한 반복을 통해 핵심 기술을 확보해 결국 연소 시험을 성공해 냈다.

한우연은 끊임없는 연구 끝에 지난 8월 누리호의 'WDR(발사 전 비연소 종합시험)'을 진행하고, 발사에 기술적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 WDR는 영하 183도의 산화제를 투입했다 빼내는 과정을 통해 발사체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절차다.

●내년 5월 성능검증용 위성·모사체 발사

누리호 2차 발사는 내년 5월 무게 180㎏의 성능 검증용 위성과 위성 모사체를 싣고 한 번 더 진행된다. 그 이후엔 실전에 투입되는 공공·민간 목적의 진짜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사업에 활용될 전망이다. 2차 발사를 끝으로 '한국형발사체 개발 사업' 12년 2개월의 여정이 마무리된다.

누리호 후속사업으로 지난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마쳐 6874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신뢰도 확보' 사업이 내년부터 시작된다.

신뢰도 확보 사업은 2027년까지 누리호 4기를 더 만들고 쏘아 올려 1·2차 발사에서 얻지 못했던 데이터를 추가로 얻고 성능과 안전성 신뢰도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실제 임무를 수행할 차세대 중형위성 3호와 차세대 소형위성을 각각 싣고 발사된다.

항우연은 향후 2024년 2026년, 2027년 등 거의 매년 실제 인공위성을 탑재해 궤도로 올려 운반선 역할을 수행하도록 할 계획이다.

●대한민국 '뉴 스페이스' 시대 개막

전 세계적으로 우주 개발 산업 패러다임은 '뉴 스페이스(New Space)'로 정리할 수 있다. 정부가 개발 사업을 제시하고 기업이 따라오던 '올드 스페이스(Old Space)'에서 민간이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New Space)'로 전환된 것.

이번 누리호 개발·발사는 우주 산업의 패러다임을 '뉴 스페이스'로 바꾸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누리호 발사 역시 민간 기업의 참여가 두드러진다. 기술 국산화를 위해 무려 300여 개 국내 기업이 누리호 개발 전 과정에 참여했다.

누리호 기술이 민간에게 이전되면 한국의 우주산업 역시 국가 주도에서 민간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기술 개발과 사업 추진을 이끄는 '뉴 스페이스'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역시 앞으로 민간 주도의 우주 산업 개발에 나설 방침이다. 누리호는 뉴 스페이스 시대를 열기에 충분한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앞으로 달과 소행성, 화성 탐사와 같은 심우주 탐사에 뛰어들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최근 한국은 미국 주도의 달·우주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약정에 10번째로 가입, 2030년 독자 달 탐사의 목표를 잡았다. 이번 누리호 발사는 그 꿈을 실현하는 도약판이 됐다.

누리호 발사는 국내 고유 기술로 개발된 발사체라는 점을 통해 한국 우주개발의 경쟁력이 한 단계 올라섰다는 것을 증명했다.

연구·개발(R&D) 중심의 우주기술 개발에 그치지 않고 우주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고, 민간 우주 시대를 맞아 국내 우주기업들이 점유해나갈 산업 분야 역시 확대될 수 있다는 게 항공우주업계의 전망이다.

문미옥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원장은 "누리호 개발 계획은 국내 우주 과학기술 역량이 총동원된 초대형 프로젝트"라며 "모든 과정이 국내 기술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우주개발 30년 역사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은지 기자 eunzy@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