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장 |
어원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일본어 '가부시키'의 '가부'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있다. '가부'는 과거 일본의 도매상인들 동업 조합을 부르는 말이다. 투자한 지분 만큼 얻는 권리를 '가부시키'라고 칭했다. 미국에서 소규모 음악 밴드(주로 재즈)를 뜻하는 단어인 '콤보(Combo)'가 주한미군을 통해 민간에 퍼지면서 유래됐다는 주장도 있다. 친구 사이의 깊은 우정을 뜻하는 고사성어 관포지교의 관중과 포숙아를 뜻하는 '관포'의 발음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지난 4일 한국을 방문한 딘 가필드(Dean Garfield)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은 국내 망 사업자, 콘텐츠 생태계와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을 '깐부'로 치켜세웠다. 하지만 망 사용료 납부 대신 캐시 서버 등 기술적 조치를 통해 과도한 트래픽 유발 문제에 대응하겠다고 했다. '오징어 게임' 참가자 복장인 초록색 운동복을 입고 '깐부'를 외쳤지만, 정작 망 사용료에 대해선 지불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그들에게 깐부는 '봉'에 가까운 단어로 여겨진다.
정치권에선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경선에서 패한 홍준표 의원에게 '깐부'란 표현으로 선거대책위원회 참여를 요청하기도 했다. 사실 깐부는 일반적으로 잘 쓰지 않는 단어다. 특정 지역의 방언이란 말도 있다. 국민 대다수가 잘 모르는 속어다. 극중에서도 성기훈이 못 알아들어 오일남이 설명하는 장면이 나온다. 우리에겐 더 친숙한 우리 말이 많은데 아쉽다. 깐부 말고 짝이나 벗, 짝꿍이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서울=김선욱 기자 seonwook.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