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에세이·최성주> 드론·사이버 신기술 등장… 전쟁법 규율대상도 진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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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세이·최성주> 드론·사이버 신기술 등장… 전쟁법 규율대상도 진화해야
최성주 고려대학교 특임교수·전 주 폴란드 대사||45)기술 진보와 전쟁법의 진화
  • 입력 : 2021. 12.06(월) 13:17
  • 편집에디터
최성주 고려대학교 특임교수·전 주 폴란드 대사
태고 이래, 인류는 현실적 필요와 지적 호기심에 의해 새로운 기술을 계속 발전시켜 왔다. 이러한 기술의 기본 속성은 이중 용도인데 이는 기술이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악용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기술의 이중성은 곧 인간의 본성과도 연계된다고 본다. 즉, 모든 인간은 천사와 악마의 이중성을 갖고 있다. '야누스의 두 얼굴', 또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이를 잘 보여준다. 원자력 에너지의 경우를 보더라도 퀴리 부인과 아인슈타인 박사가 처음부터 원자폭탄을 염두에 두고서 방사성 원소를 발견하거나 상대성 이론을 수립하지는 않았다. 과학기술의 발전을 억지로 막을 수는 없는 만큼 악용을 방지하면서 책임 있는 사용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기술 진보는 전쟁 수행방식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하는데 구체적으로 무기 기술은 전쟁법의 규율 대상이 된다.



일반적으로 전쟁이란 국제적인 무력충돌을 의미한다. 이에 관한 법규범이 곧 전쟁법(무력충돌법)이다. 과학기술은 전쟁 수단인 무기 제작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기술의 고속 발전으로 전쟁 수단도 첨단화하면서 그 공격력과 살상력이 배가함에 따라 전쟁을 둘러싼 전반적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중세까지만 해도 올바른 전쟁, 즉 정전(正戰)의 개념이 통용되었다. 13세기의 저명한 신학자인 토마스 아퀴나스는 정전의 3대 조건을 제시한 바 있다. '정당한 권력, 정당한 이유, 최대한의 선'에 의한 전쟁이 그것. 18세기에 사회계약론을 주창한 장자크 루소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는 순간에 그는 적이 아닌 하나의 인간으로 돌아간 것이므로 누구도 그의 생명을 빼앗을 권리가 없다." 전쟁법규범은 헤이그 규칙과 제네바 협약으로 양분되며 1차 대전 이전에 작성된 헤이그 규칙은 주로 전쟁 당사자 간의 교전 방식을 규율한다. 이는 1899년과 1907년에 개최된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서 채택되었다. 1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신무기의 살상효과 극대화에 따른 비인간성과 잔인성이 부각되기 시작한다. 즉, 무기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쟁의 잔혹성이 드러남에 따라, 전쟁불법화 주장은 물론 '전쟁범죄'의 개념도 대두된다. 그렇지만 2차 세계대전 이전의 전쟁법규범 발전 성과는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국제연맹 창설과 부전조약 체결 등 성과가 있었지만 구속력이 없는 규범이어서 그 한계를 드러낸다.

2차 세계대전이 종료된 후인 1949년에 채택된 제네바 협약은 전쟁포로와 부상병 등 전쟁 수행능력을 상실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법규범이다. 이는 인도주의법의 근간을 이룬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엔 창설과 동서 냉전, 핵무기 경쟁에 따라 전쟁방지와 평화구축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일단 전쟁이 발발하면 유엔의 3대 축인 국제평화와 안보, 개발, 인권이 모조리 부정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전쟁은 평화와 안보를 파괴하고 정상적인 개발을 저해하며 인권을 유린한다는 얘기다. 전쟁법은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의 주도로 인도주의적 측면을 보강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왔다. 1950년에 발발한 한국전쟁은 제네바 협약과도 연관이 있다. 한국전쟁의 교전 당사자인 남북한, 미국, 유엔, 중국은 제네바 협약의 원칙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협약의 실질적인 이행을 기대하기는 어려웠지만 제네바 협약의 원칙을 준수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평가된다. 전쟁법의 3대 기본원칙은 군사적 필요성과 비례성, 식별이다. 전쟁법은 전쟁이라는 예외적인 상황에 적용되므로 실효적인 이행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전쟁법은 교전당사국에게 법규범을 준수해야 할 필요성을 압박함으로써 파괴적 효과를 감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드론과 사이버 등 신기술이 중요한 전쟁수행 수단으로 등장함에 따라 전쟁법의 규율대상도 진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무기 기술의 발전에 상응하여 새로운 국제법 규범도 제정되어야 한다. 자율살상용 로봇(킬러 로봇)을 규제하는 법규범을 작성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다. 사이버 전쟁법규범의 기본 방향을 제시한 '탈린 매뉴얼'도 이미 발간되었다. 전쟁법규범은 전쟁이라는 국가 행위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전쟁상황에서 법규범의 충실한 이행을 확보하기가 어렵더라도 국제사회는 신기술이 동원되는 새로운 전투상황에 맞는 법규범을 발전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전쟁법의 실효성은 대량살상이 야기될 수 있는 현대의 전쟁에서도 저하되지 않는다. 전쟁범죄와 반인도죄를 구성하는 무차별적인 파괴와 살상은 인성(人性)을 저버리는 만행이므로 결코 용납되어선 안 된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