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산보국(增産保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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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증산보국(增産保國)
  • 입력 : 2021. 12.01(수) 12:30
  • 최권범 기자
최권범 뉴스콘텐츠부장
'증산보국(增産保國)'

'생산을 늘려 나라로부터 받은 은혜를 갚는다'는 의미인 이 한자어는 석탄을 주에너지원으로 쓰던 시절인 1960~80년대 전국의 탄광에서 불려지던 구호다.

6·25전쟁 이후 정부의 석탄 증산정책에 따라 전국 곳곳에 광업소가 세워졌다. 1980년대까지 전국에는 300곳이 넘는 탄광이 있었다고 한다.

호남에서도 탄광이 번성했다. 화순지역인데 전국에서 세번째로 규모가 큰 탄광지대였다. 화순 탄광은 구한말인 1905년 화순 출신 박현경(1883~1949)이 동면 복암리 일대를 광구로 등록하면서 채탄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화순에서만 20여개의 탄광이 운영되면서 광부 수가 1천600여명에 달하는 등 대규모 탄광촌이 형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석탄 산업은 대체 에너지원 개발과 연탄 수요 감소 등의 이유로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했다. 최근엔 탄소 배출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세계적으로 석탄 생산을 중단하고 있다. 폐광이 잇따르면서 탄광은 서서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전국에 300곳이 넘던 탄광은 이제 화순의 화순광업소, 태백의 장성광업소, 삼척의 도계광업소·경동상덕광업소 등 네 곳만 남아 명맥을 이어오고 있을 뿐이다.

광부들은 산업화 발전을 이끈 일등 공신이었다. 하지만 칠흑같이 어두운 갱내의 삶은 그 누구보다 힘들고 치열했다. 갱 막장을 오가며 생사를 넘나드는 현장은 두려움과 공포 그 자체였을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과연 '증산보국'은 어떤 의미였을까.

호남 유일의 탄광지대인 화순에서 의미 있는 사진전이 열리고 있어 주목을 받는다.

바로 화순 소아르갤러리에서 오는 8일까지 개최되는 전제훈 작가의 '증산보국' 전시회다.

전제훈은 갱내의 삶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다. 30년 넘게 갱내 화약관리사로 일하고 있는 현직 광부인 전제훈이 사라져가는 석탄 산업을 기록하겠다는 소명의식으로 사진작업을 시작한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고 한다. 위험하고 숨이 턱턱 막히는 막장을 오가며 동료 광부들의 삶과 애환을 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게다.

전제훈 작가는 '증산보국'이라는 구호가 광부들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고 고강도 노동 착취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한다. 하여 이번 전시회 주제도 '증산보국'이다.

이제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난 탄광. 남은 탄광마저 언제 폐광되도 놀라지 않을 일이지만 광부들의 땀과 노력이 얼마나 가치 있고 의미 있었는지 한번쯤은 되새겨볼 일이다. 이번 기회에 화순으로 발걸음을 옮겨 질곡된 삶을 살아온 이 시대 마지막 광부들의 진솔한 얼굴들을 만나보자. 최권범 뉴스콘텐츠부장



최권범 기자 kwonbeom.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