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보호 사각지대, 배달 노동자 권리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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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법적 보호 사각지대, 배달 노동자 권리 찾아야"
●광주시노동센터 번개 쉼터 가보니||"쉬는 시간 없는 배달 노동자를 위한 장소 제공" ||“권리 찾고 보호받게 도와주는 것이 센터의 역할”||배달 노동자 권리 알리기… 방한용품 등 지급도
  • 입력 : 2021. 12.07(화) 17:42
  • 김해나 기자

7일 오후 배달 대행 노동자들이 광주시노동센터가 전남대학교 후문에서 운영하는 '번개 쉼터'에 방문해 방한 용품을 받고 있다.

7일 오후 배달 대행 노동자들이 광주시노동센터가 전남대학교 후문에서 운영하는 '번개 쉼터'에 방문해 방한 용품을 받고 있다.

광주시노동센터가 겨울 한파로 더 힘든 노동을 하는 배달 대행 노동자들을 위해 '번개 쉼터' 천막을 폈다. '번개 쉼터'는 말 그대로 번개처럼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으로, 배달 대행 노동자들의 쉬는 시간인 오후 3시에서 5시 사이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7일 광주시노동센터에 따르면, 추워지는 겨울을 맞아 배달 대행 노동자를 위한 번개 이동 천막을 올해 총 3번 운영한다. 운영 일시는 지난달 30일, 이날, 오는 9일이다.

코로나19로 배달 주문이 늘어나는 만큼 배달 대행 노동자들의 사고 위험 역시 증가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이유로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이에 센터는 사회 속에 필수 노동자군으로 자리 잡은 배달 대행 노동자들이 법적인 보호를 받고 자신의 권리를 알 수 있도록 번개 쉼터를 마련했다.

현재까지 센터가 배달 대행 노동자 실태조사를 진행하며 연락처 등 개인 정보 동의를 받은 노동자는 200여명이다. 하지만 센터는 개인 정보 미동의 노동자를 포함하면 광주지역 내 배달 대행 노동자는 1000여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날 센터는 전남대학교 후문에 천막을 펴고 배달 대행 노동자를 맞았다.

오후 3시가 되자 오토바이가 한 두 대씩 모여들었다. 이들은 배달 대행 노동 중 소중한 휴식 시간을 쪼개 방문, 오토바이용 장갑 등을 받고 노동권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센터는 배달 대행 노동자 노동조합 가입 홍보도 빼먹지 않았다.

쉼터에 방문한 강모 씨는 "지금은 배달 대행 기사들이 일하기가 너무 힘든 환경이다. 12시간을 일해도 벌 수 있는 가격이 한정돼 있다"며 "오전 9시에 나와서 번개 쉼터에 방문하기 전까지 6시간 가량을 쉬지 않고 일했는데 배달 건수는 20건 정도다. 어떤 날은 시급조차 못 버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업체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인 것도 노동자들이 더욱 쉴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 구조라고 생각한다"며 "업체끼리 적절한 가격을 맞춰서 기사와 업체 모두에게 좋은 방향으로 갔으면 한다. 현재 노동자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을 개선하고 배달 대행 노동자들을 위한 이런 사업이 다양하게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쉼터는 노동자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다. 전남대 후문 앞에는 배달 오토바이가 빼곡히 들어섰고 모두 천막을 방문해 커피 한 잔을 챙겼다.

김충씨는 "오토바이 장갑은 더러워지면 자주 빨기 때문에 오래 못쓴다. 한두 달에 한 번씩 교체하는 편인데 번개 쉼터에서 커피도 한잔하며 쉬고, 장갑까지 받아서 좋다"며 "앞으로도 배달 대행 노동자들을 위한 사업들이 더욱 다양하고 활발하게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쉼터를 방문해 노동자들의 인식 개선을 요구하는 이도 있었다.

황모씨는 "배달 대행 노동자들의 쉬는 시간은 사실 쉬는 시간이 아니다. 언제 잡힐지 모르는 배달을 기다리는 업무 대기 시간일 뿐이다"며 "신호 위반 등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는 몇몇 배달 노동자들로 인해 모든 배달 노동자들이 저평가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많은 시민의 인식 개선이 우선적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번개 쉼터는 총 58명의 노동자가 방문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최경미 광주시노동센터장은 "사회 구조 변화로 인해 일명 '플랫폼' 노동이 확대되고 있는 반면에 그들은 열악한 조건 속에 법적인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다"며 "기념품 제공과 단순 홍보도 좋지만 내년에는 노동자들이 자기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 근본적인 부분부터 접근해 볼 계획이다. 그들의 권리를 찾게끔 도와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우리 사회에서 배달 대행 노동자, 택배 노동자 등은 없으면 안 되는 존재가 됐다"며 "이전에 택배 노동자들이 권리를 요구한 것처럼, 다음은 배달 대행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낼 차례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는 9일 번개 쉼터는 광주 광산구 수완동 국민은행 사거리에서 운영된다. 센터는 사업 완료 후 남은 기념품을 각 배달 대행 업체 사무실에 방문해 전달할 예정이다.

7일 오후 배달 대행 노동자들이 광주시노동센터가 전남대학교 후문에서 운영하는 '번개 쉼터'에 방문해 방한 용품을 받고 있다.

7일 오후 배달 대행 노동자들이 광주시노동센터가 전남대학교 후문에서 운영하는 '번개 쉼터'에 방한 용품을 받기 위해 모여들고 있다.

김해나 기자 min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