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국토 최서남단 신안 가거도1> '외딴섬' 아닌 '국제 정세·해양 경제' 지리적 요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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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군
신년특집 국토 최서남단 신안 가거도1> '외딴섬' 아닌 '국제 정세·해양 경제' 지리적 요충지
  • 입력 : 2022. 01.02(일) 16:03
  • 박간재 기자

하늘에서 바라본 가거도 전경. 신안군 제공

하늘에서 바라본 가거도 전경. 신안군 제공

'전남도 남서쪽 뱃길따라 370리, 동경 125, 북위 34도, 외로운 섬하나 새들의 고향…. '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얘기다. 외딴섬 '절해고도'로 목포에서 남서쪽 145㎞, 대흑산도에서 70㎞에 있는 국내 최서남단 섬이다. 면적 9.18㎢이며 해안설 길이 22㎞다.

국내 최동쪽 끝단인 독도와 서해안 백령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는 곳이 가거도다. 뉴스에 나오는 때도 있다. 태풍이 불어닥칠 무렵 각국 어선들이 부랴부랴 대피하는 곳으로, 중국 불법어선들이 우리 수역에 들어 왔다가 해경에게 붙잡히거나 쫒겨났을 때 딱 두번이다.

그랬던 가거도가 최근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을 겨냥한 최전선으로 향후 국제정세에 맞선 요충지로서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주장과 군사분야 뿐 아니라 경제, 산업, 학술분야에까지 다양한 논의를 해야 할 때가 됐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본보는 국토 서남단 끝 가거도를 절해고도 '외딴섬'이 아닌 국내 정치, 경제, 군사, 산업분야 주요 요충지로서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는 시리즈를 게재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

●중국어선 불법조업 말썽

#지난 해 12월25일 목포해양경찰서는 조업일지 부실기재 등 제한조건을 위반한 불법조업 중국어선이 해경에 나포됐다고 발표했다. 신안군 가거도 남쪽 180m 해상에서 '배타적 경제수역에서의 외국인 어업 등에 대한 주권적 권리의 행사에 관한 법률' 상 조업일지 부실기재 혐의로 쌍타망 중국어선 A(99톤·승선원 8명)호를 나포했다.

해경 조사 결과 중국어선 A호는 한국 측 수역에서 조업을 하면서 작성한 일지에 날짜 미기재, 서명날인 누락 등 총 48건에 대해 부실 기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해 10월 31일 해양수산부는 29~30일 신안군 가거도 해상에서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어선 3척을 나포했다고 밝혔다.

중국어선 3척(서해단 2척·남해단 1척) 중 2척은 조업일지에 어획량을 허위 기재한 혐의를, 나머지 1척은 선박서류를 소지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중국어선은 코로나19 국내 유입 예방을 위해 해상에서 조사 중이다. 우리 배타적경제수역에서 불법조업을 한 혐의가 확인되면 관련 법률에 따라 담보금 부과 등 처분을 받는다.

해수부 서·남해어업관리단은 관할 내에 들어오는 중국어선 세력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9일부터 내달 2일까지 제주 해양경찰청과 함께 합동단속을 실시 중이다.

목포해경 관계자는 "외국어선의 조업 동향을 수시로 파악해 무허가 불법조업은 물론 제한조건 위반사항에 단속을 실시해 조업질서 확립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가거도 인근에는 매년 끊이지 않는 중국어선과 사투가 벌어지고 있다.

최근 3년간 중국어선 나포 횟수와 긴급피난 현황을 보면 더욱 선명해진다.

서해해경청이 발표한 지난 2019년 나포 척수는 75척(목포 64척·군산 11척)이었으며 2020년 11척(목포 9척·군산 2척)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31척(목포 23척·군산 8척)으로 껑충 뛰어 올랐다.

긴급피난 역시 매년 증가 추세다.

2019년 총 423건으로 이 중 가거도가 250건으로 가장 많았고 홍도·흑산도가 뒤를 이었다. 2020년 718건으로 가거도 340건, 홍도 315건, 흑산도 3건, 기타 등이었다. 지난해에는 804건으로 가거도 146건, 홍도 642건, 기타 등이다.

서해해경은 중국 불법어선 단속을 위해 합동단속에 나서고 있다. 불법어선이 몰려오는 △中춘절전 △4월 타망 조업종료 전 △10월 타망조업 재개 △12월 연말 등에 역점을 두고 있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 관계자는 "불법 외국어선 단속을 위해 서해어업단 등 유관기관과 합동단속에 나서고 있다"며 "불법 외국어선 단속에 따른 애로사항은 광활한 해역을 한정된 경비세력으로 불법 조업을 자행하는 외국어선을 100% 차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 무인감시장비를 배치해 불법행위 예방에 나서고 있다.

그는 "허가 선박은 불법행위 금지 홍보·계도활동을 강화하고 있으며 무허가 어선은 끝까지 추적해 엄정한 법집행으로 공권력 확립에 노력하고 있다"며 "지난해 12월부터 무인헬리콥터를 배치해 관할해역에 대한 정밀순찰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북이 형상 닮은 지형…목포서 3시간30분 소요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는 마치 갓 태어난 거북이가 기어가는 형상을 닮았다. 아득한 '절해고도'의 섬이었지만 지금은 목포에서 쾌속선으로 3시간 30분이면 당도한다. 9.18㎢ 면적의 섬으로 3개 마을 290 가구, 550여 명이 살고 있다.

가거도항 방파제는 40년째 공사 중이며 지난 2년 전 완공을 앞두고 태풍으로 훼손돼 지금도 공사가 진행중이다.

섬등반도를 가려면 가거도항 대리마을에서 독실산의 중턱 샛개재를 넘어가야 한다. 새벽에 가면 일출광경을 볼 수 있다. 샛개재에서 독실산 아래쪽 일주도로는 서쪽 바다를 조망하면서 걷기에 좋다. 완만한 길이 섬등반도까지 이어져 최고의 워킹코스다.

●선사시대 유물 패총 등 출토

조선시대 가가도(佳嘉島·可佳島·家假島)로 불리다가 1896년부터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라 해서 가거도(可居島)라 부르게 됐다. 일제강점기 때 소흑산도로 바뀌었다가 다시 가거도로 불리고 있다. 지도군 흑산면에 속했으나 1914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대리·대풍리·항리를 합해 무안군 흑산면 가거도리가 됐다. 1969년 신안군이 무안군에서 분군됨에 따라 신안군 흑산면으로 개편됐다. 주민의 대부분이 어업에 종사하며 소량의 채소류를 재배한다. 인근 해역은 난류인 제주해류가 통과하고 있어 각종 어족이 풍부해 황금어장을 이루고 있다. 주요 어획물은 멸치·전복·농어·장어 등이다.

선사시대의 유물인 돌도끼·돌바늘·패총 등이 출토됐으며 섬 북쪽에는 소흑산도 등대가 있다. 교육기관으로는 가거도 초등학교와 신안흑산중학교 가거도분교장이 있다.

●철새 중간 기착지…400여 종 확인

가거도는 철새 중간 기착지로 중요한 위치에 있다. 철새들은 중국 동남쪽에서 한반로 들어오는데 바다를 이동해 처음으로 보이는 섬이 가거도다.

봄철인 4-5월 많은 철새들이 관찰된다. 국내 580여 종의 조류 중 68% 이상인 400여 종이 가거도에서 확인됐다. 하루 최대 100종 수 만개체 이상이 관찰되는 국내 최대 이동철새 중간기착지로 지리·생태학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다.

국내에 기록이 없던 미기록종이 발견되기도 하며 관찰 횟수를 손에 꼽을 정도로 희귀한 종도 간간히 관찰된다. 국내 처음 관찰된 종은 노랑멧새, 우수리개개비, 사막딱새, 나무밭종다리, 회색머리멧새, 검은머리멧새(2000년), 검은뻐꾸기, 작은칼새, 파랑딱새(2001년), 검은가슴할미새사촌(2013년) 등이 있다.

매년 봄 탐조인들이 가거도를 찾고 있으며 국내외 연구자들 또한 찾는 연구지역으로 가치가 높다.

신안군 관계자는 "지리적으로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다보니 국민적 관심사에서 멀어져 있는데 현실"이라며 "중국어선 불법조업 등 경계를 넘는 사례가 빈번해 올해는 국가차원에서 가거도에 대한 조치가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가거도는 역사적, 지리적, 학술적 가치가 높은 곳으로 다양한 연구가 필요한 곳"이라며 "석기시대 패총 등이 발굴됐으며 철새의 중간기착지로 의미가 크다. 동해안 독도와 서해안 백령도 만큼이나 국토 서남단 끝 가거도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신안 가거도 최서남단 표지석

신안 가거도 조기털기 작업

가거도 섬등반도-해가 가장 늦게 떨어지는 곳

검은머리멧새

가거도항

가거도항

목포해경, 중국어선 검문검색

목포해경 해상특수기동대가 지난해 11월 18일 신안군 가거도 해상에서 불법조업하는 중국어선의 명칭과 어선번호 등이 미표기된 부표 및 깃대를 확인하고 있다. 목포해경 제공

목포해경이 지난 달 21일 신안군 가거도 해상에서 불법조업하는 중국어선 단속을 위해 접근하고 있다. 목포해경 제공

신안가거도

목포해양경찰서가 12월 24일 조업 일지 부실 기재 혐의로 나포한 중국어선 A 호. (사진=목포해경 제공)

목포해경, 신안 가거도 인근 해역에서 불법조업 외국어선 단속.

박간재 기자 kanjae.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