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신문조서' 증거능력 제한…재판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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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피의자 신문조서' 증거능력 제한…재판 달라질까
형소법 개정…공판 중심주의 강화||검찰 조서위주 재판 폐해 예방 목적||모든 증거 법정서 드러내 진실 규명||기소 회피·재판 지연·비용 증가 우려
  • 입력 : 2022. 01.24(월) 16:54
  • 양가람 기자
광주고등·지방검찰청 전경
올해부터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찰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 증거능력이 제한된다. 공판중심주의를 강화하자는 취지인데, 재판 장기화와 보이스피싱 등 피의자 진술 의존도가 높은 사건 처리의 어려움 등 우려의 시각도 크다.

24일 광주지검 등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피고인이 법정에서 간단한 의사표시로 검찰 작성 피의자 신문조서(이하 피신조서) 내용의 증거능력을 배제시킬 수 있는 개정 형소법 규정이 발효됐다. 검찰의 시각에서 작성된 공소장과 피신조서를 중심으로 진행돼 온 재판 대신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고 법정에서 실체적 진실을 가리자는 취지다. 1일 이후 검찰에 의해 기소된 사건이 적용된다.

그동안 형사소송법 제312조 1항에 따라 검찰 작성 피신조서는 '피고인이 진술한 내용과 동일하게 기재돼 있다는 사실이 피고인의 진술에 의해 인정되고', 조서에 기재된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특신상태)에서 작성된 경우 증거능력이 인정됐다.

하지만 개정 이후 해당 조항은 피고인이 법정에서 피신조서가 진술 내용과 다르다고 주장하면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대신 모든 증거를 법정에서 드러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공판중심주의를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그간 보이스피싱 등 공범이 많은 사건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굉장한 압박을 받은 공범들이 왜곡된 진술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증거에 기반한 수사 대신 자백 등에 따른 공범의 진술에 증거능력이 저조했다는 문제의식이다.

일각에선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줄어 불필요한 재판이 사라지고, 무죄 선고가 늘어 억울하게 유죄를 선고받는 이들도 없을 것이란 기대감이 인다.

반면 무죄판결이 날 것을 염려해 검사들이 제대로 기소하지 못하거나 재판 장기화 등 사법 비용이 증가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광주지검 관계자 A씨는 "법정에서 이뤄지는 재판을 중심으로 유·무죄를 가리는 공판중심주의는 바람직한 방향이다"며 "다만 보이스피싱이나 조직범죄처럼 공범이 많아 진술증거의 의존도가 높은 사건들은 지금도 법정에서 진술이 번복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이들이 무죄로 판결나게 되는 건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광주지방변호사회 소속 B변호사는 "검찰이 법정에서 다시 수사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고, 재판부도 일일이 검증하는 과정에서 재판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변호사의 법정 출석 횟수도 늘어 사건 의뢰인 입장에선 변호사 비용 부담도 크다. 무엇보다 무죄 판결이 늘어날 경우, 억울함을 호소할 피해자들도 생길 염려가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억울하게 처벌받는 시민이 없도록 하자는 취지인 만큼, 검찰 피신조서 증거능력 제한으로 인한 부작용이 최소화 되도록 해야 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검찰청은 검찰 피신조서 증거능력 제한 시행을 앞두고 지난달 일선 검찰청에 대응 매뉴얼을 배포했다. 먼저 수사 단계에서 영상 녹화 조사를 적극적으로 시행해 피고인이 법정에서 조서 내용을 부인해 증거능력이 부정될 경우를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또 재판이 시작되면 수사관처럼 피의자 진술을 수사 단계에서 청취한 조사자나 참여자를 법정에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는 '조사자 증언' 제도 사용을 권장했다.

A씨는 "대검이 제시한 조사자 증언이나 영상 녹화 조사 제도는 '강제력 없음' 등으로 그간 거의 사용된 적이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건 사실"이라며 "다만 제도가 갓 시행된 만큼 현장의 어려움 등은 직접 경험해 봐야 알 수 있다. 현재는 각자 유리한 쪽으로만 해석하는 분위기다. 공판 중심주의 조성을 위해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법조계가 다각도로 고민해 나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