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나광국> 물때력(潮汐曆)의 체계와 현대적 활용의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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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단상·나광국> 물때력(潮汐曆)의 체계와 현대적 활용의 혼란
나광국 전남도의원
  • 입력 : 2022. 01.24(월) 13:13
  • 편집에디터
뱃사람들은 '판장 아래 지옥'이라는 말로 바다 생활을 표현한다.

바다는 풍요의 공간이지만 자칫 잘못하면 곧바로 죽음으로 이어지는 공간이라는 말이다. 물 반 고기 반이라도 바다 환경에 대한 지식을 갖추지 않고서는 바다 생활을 영위할 수 없다.

바다의 환경 지식으로 조석에 대한 물때 지식은 바다 지식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다.

물때의 본래 뜻은 조류의 세기를 숫자로 등급화한 것인데 조류의 변화로 발생하는 조석간만의 차, 좀 더 쉽게 말해 바닷물의 주기적인 변화를 '물때'라고 한다.

바다가 생업 공간인 어민들은 바로 이 '물 때 따라' 바다로 나가고 육지로 돌아온다. 이러한 '물때'는 민속 지식으로 전승됐고, 바닷사람들은 이 '물때'를 세어가면서 조류의 주기를 예측했다.

특히 조석간만의 차가 큰 서해안과 남해안 지역에서는 조류를 이용한 고기잡이 어법이 발달했다.

안강망·낭장망·덤장 등은 조석간만의 차가 큰 '사리' 때를 중심으로 어로 활동을 하고, 유자망·주낙·건착망 등은 조석간만의 차가 작고 물살이 약한 '조금' 때를 이용한다. 주민들의 생활도 조류의 주기에 따라 변화를 반복하고 있다. 이러한 물때 지식은 섬사람과 바닷사람들의 삶에 중요한 역법으로 작용하면서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물때(조석)에 대한 우리나라 최초 기록은 고려 후기 이규보의 '축일조석시(逐日潮汐詩)'로 알려져 있다. 고려시대에도 조석간만의 차를 인지하고 음력 날짜에 따라 구체적인 시간대까지 계산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데, 물때를 역법으로서 15일 단위의 순환형 조석표로 온전히 기록한 것은 조선 후기에 들어서 확인된다. 조선 후기에 기록된 서해안과 남해안의 물때력(潮汐曆)은 현재까지 일정한 관련성을 지닌 채 지속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물때 체계는 '7물때식'으로 불리는 서해안형과 '8물때식'으로 불리는 남해안형이 병존하고 있다. 음력 초하루의 물때를 서해안에서는 7물로 세고, 남해안에서는 8물로 세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전통의 물때 체계가 현대적 활용에 있어 혼돈을 드러내고 있다.

민속 지식으로서 물때력이 실용적이지 않다는 한 학자의 판단으로 6물때식 제안이 있자, 조석을 관찰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국립해양조사원에서는 기존의 7·8물때식 표기와 더불어 6물때식 표기까지 기입했다. 동일한 지역에서 3가지 물때표기를 기입하는 복잡한 체계가 돼버린 것이다.

기존 7·8물때식에 6물때식 병합 표기는 현지 주민들이 사용하지도 않고 과학적인 타당한 근거도 없이 국립해양조사원이나 관공서를 통해 공식화됨으로써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제 물때력에 대한 국가 차원의 통일된 규격이 마련돼야 한다.

국립해양조사원의 조석예보표는 7물때식과 8물때식의 물때 체계가 명확하게 구획되는 점을 고려해 명칭을 제공하고, 지역별 물때 이름과 체계를 촘촘하게 조사해 세부 권역별 물때 이름과 함께 필요에 따라 현지 명칭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자료 출처-해양수산부해양문화연구총서 '섬과 바다의 전통지식 2020' , '2021년 한국무형유산종합조사 심화연구(목포대 산학협력단 도서문화연구원)'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