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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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고진감래
최동환 체육팀장
  • 입력 : 2022. 01.24(월) 17:02
  • 최동환 기자
최동환 체육팀장
중국 오대 후한을 개국한 황제 유지원은 본래는 몰락한 집안의 후손이었다. 어려서 이문규라는 이가 그를 거두어 함께 살았는데 유지원은 나중에 이문규의 딸 삼랑을 아내로 맞이했다. 이문규가 죽은 후에 처가의 괄시를 받았던 유지원은 그 모욕을 참지 못하고 가족을 버린 채 떠나서 군인이 되었다. 후에 유지원은 큰 공을 세워 절도사가 되었고, 옛날 조강지처인 삼랑을 불러 오게 했다.

유지원의 부중(府中)에 도착한 삼랑이 감탄해 말했다. "당신은 고통받고 모욕받는 것을 달게 여기더니 마침내 오늘이 있게 됐네요. 쓴 것이 다하면 단 것이 온다는 것을 이제 알게 되었습니다."

'유지원제궁조' 제12절에 나오는 내용이다. 여기서 고진감래(苦盡甘來)란 말이 유래했다. 쓴 것이 다하면 단 것이 온다라는 뜻으로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이다.

바꿔 말하면 낙(樂)을 찾거나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어렵고 힘든 역경을 이겨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사자성어는 여러 분야에서 두루 사용되고 있지만 특히 스포츠선수에게는 늘 마음속에 간직하고 생활의 지침으로 삼는 좌우명으로 가장 어울리는 표현일 것이다.

우리가 스포츠에 열광하는 것은 각본 없는 드라마, 역전의 짜릿함, 명승부가 주는 박진감 등 스포츠적 요소와 함께 선수들이 흘린 땀과 눈물, 그들을 뒷바라지한 가족과 지도자들의 고진감래 사연들이 큰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오는 2월 1일부터 프로야구 KIA타이거즈가 스프링캠프를 진행한다. 스프링캠프는 올시즌 주전 라인업의 윤곽을 결정하는 훈련이다. 올해 KIA의 스프링캠프는 어느해보다 더 뜨거운 경쟁 무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명가 재건의 중책을 맡은 김종국 감독이 "스프링캠프부터 연습경기, 시범경기까지 똑같이 기회를 주겠다"며 무한경쟁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고진감래한 선수들에겐 기회다. 특히 지난시즌 부상과 부진으로 최악의 시즌을 보냈던 나지완, 지난 2년간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며 주전 경쟁에서 밀려난 이창진, 8년차 거포 유망주 황대인, SSG에서 방출돼 KIA에 영입된 고종욱 등이 반전의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 사뭇 기대되는 스프링캠프다. 최동환 체육팀장 cdstone@jnilbo.com

최동환 기자 cdston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