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참사, 정치의 역할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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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두 번의 참사, 정치의 역할은 무엇인가
최황지 정치부 기자
  • 입력 : 2022. 02.15(화) 14:29
  • 최황지 기자
최황지 정치부 기자.
2022년이 시작된 지 두 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지역에 쓸쓸함이 감돈다. 광주 화정동에선 프리미엄 아파트가 건설 도중 무너졌고, 여수산단의 한 공장에선 기계 작동을 시험하는 도중 폭발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천재지변이 아닌 후진국형 인재로, 두 건의 참사로 목숨을 잃은 근로자가 10명이나 된다.

무고한 생명을 집어삼킨 사고 현장, 억울한 울음으로 가득 찬 장례식장. 정치인들은 앞다퉈 참사의 막후를 방문한다. 유가족의 이야기를 듣고 손을 붙잡고 함께 울고, 또 '재발 방지'를 이야기한다. 지난해 12월 여수산단 화재 폭발, 또 그 이전엔 학동참사가 있었다. 닮은꼴 참사가 되풀이되는데 "재발 방지 마련"은 여전히 허공에서 맴돈다.

참사 현장에 모여든 여야. 누구는 쫓기듯 와서 내쫓기고, 누구는 경쟁하듯 더 빨리 찾는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6일 화정동 사고 현장을 방문했지만 피해자들의 천막에 발을 들이지 못했다. 전날 방문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보다 한발 늦어 문전박대 당했다.

지난 12일 여천NCC 폭발사고 피해자 장례식에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오후 5시 동시에 찾는 것으로 예정됐다. 그러나 당일 오전 이 전 대표가 낮 12시로 스케줄을 조정하며 윤 후보보다 먼저 유가족을 만났다. 유가족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시간을 옮긴 이유도 있겠지만, 국민의힘보다 먼저 피해자들을 위로하겠다는 의도도 없지 않아 보였다.

국민의힘은 호남의 마음을 얻기 위해 민주당보다 더 많이 참사 현장을 찾고 있다. 하지만 진정성은 부족하다. 책임자 처벌에 역량을 집중한다고는 했지만 산재를 막기 위해 제정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폐지는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다.

올해는 대통령 선거와 전국동시지방선거까지 예정된 '선거의 해'로 작게는 동네를 크게는 나라를 바꿀 수 있는 변화의 길목에 있다. 정치의 계절을 맞아 표심을 얻으려는 후보들이 앞다퉈 공세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되풀이되는 참사를 보며 여야의 정치적 진정성에 물음표가 남는다.

참사 현장을 방문하고 공감하는 인간적인 정치에 유권자들의 표심은 흔들린다. 다만 감성 정치가 전부가 되어선 안된다. 화정동 붕괴사고와 여수산단 폭발사고의 피해자들, 그들의 가족과 친구, 나아가 그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지역민 등 그 모든 표심에 호소하고 싶다면 안전한 나라를 만들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유가족 보상,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규제까지. 일회성 방문이 아닌 지속적인 관심 표현이 정치적 진정성을 보여주는 길이 아닐까.



최황지 정치부 기자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