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세이·최성주> 자강과 동맹의 중요성 일깨워준 우크라이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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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에세이·최성주> 자강과 동맹의 중요성 일깨워준 우크라이나 전쟁
최성주 고려대 특임교수·전 주 폴란드 대사||53)우크라이나 전쟁과 대한민국 안보
  • 입력 : 2022. 04.04(월) 12:59
  • 편집에디터
최성주 고려대 특임교수·전 주 폴란드 대사
지난 2월24일부터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강대국 중 하나인 러시아가 이웃한 국가를 침략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인류 전체에 엄청난 충격과 피해를 주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인 21세기에 불법적인 전쟁을 일삼는 러시아의 만행을 보고 형언할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러시아의 무차별 공격으로 다수의 민간인이 살상되고 병원과 학교 및 아파트가 파괴되는 등 인도적 재앙이 나타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지돼 온 유엔 체제가 사실상 붕괴되는 건 아닐까 걱정된다. 융합과 연계의 시대인 21세기에 발발한 이번 전쟁이 지구촌에 미치는 영향은 가히 총체적이고 심대하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일으킨 이유는 동서냉전 당시 '소련'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한 것이다. 80년대 말 이후 냉전 종식과 소련(소비에트 연방)의 해체 및 중국의 부상에 따라, 러시아의 국제정치적 영향력은 눈에 띄게 감소했다. 냉전 이후 미국과 유럽의 집단안보 동맹인 NATO의 동진 및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국가들의 NATO 가입 시도를 차단하기 위함이다. 소련 정보기관인 KGB 출신의 야심가 푸틴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접경국인 우크라이나의 동남쪽 지역을 우선 공략하는 전술을 동원해왔다. 2014년 초 일차로 남쪽 요충인 크림반도를 병합했다. 이어 러시아계 주민들이 다수 거주하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돈바스 지역에 친러 인민공화국을 수립했다. 개전 이래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살상하고 비인도적인 무기를 쏟아붓는 푸틴 대통령을 전쟁범죄와 반인도죄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기소해야 한다는 국제적 여론이 비등하다. 미국과 유럽 등 국제사회는 러시아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자유 대 독재'의 대결로 규정하면서 푸틴 대통령을 전범으로 낙인찍는다. NATO동맹 차원의 대응 강화는 물론 SWIFT 퇴출 등 러시아에 대한 최강력 경제금융 제재를 시행하는 중이다. 필자가 수년전 폴란드 주재 대사로 근무할 때 여행한 리비우와 오데사 또한 포염에 휩싸여 있다. 참으로 안타깝고 처연한 심정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과 국제정치적 함의를 살펴본다. 첫째, 이번 전쟁으로 자유민주 진영과 공산독재 진영이 정면충돌 하면서 신냉전이 구현되고 있다.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인권을 탄압하는 공산독재 세력에 대항하는 자유민주 진영의 결속이 강화될 것이다. 중국 및 북한 등 공산주의 세력은 이러한 국제정치환경을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악용할 우려가 있다. 둘째, 에너지와 원자재 및 곡물 시장의 동요다. 서유럽국가들은 러시아에의 천연가스 의존을 탈피하기 위해 미국 등 대체 수입원을 적극 물색 중이다. 에너지 시장이 불안하니 유가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되는 재료 광물 등 원자재의 수급 또한 불안정하여 기업 활동에 지장을 초래한다. 밀과 보리의 주산지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공급량 감소로 국제 곡물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아울러, 경제 제재로 항공기가 북극항로를 이용하지 못하고 우회하는 까닭에 기업의 물류비용이 증가한다. 셋째,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래전 수행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이는 현실 공간과 사이버 공간의 병용이다. 이른바 하이브리드(hybrid) 전쟁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동시에 의존하는 하이브리드 전술은 그간 러시아가 주로 애용해왔다. 전쟁 초반 우크라이나 정부의 동참 요청에 전세계에서 호응한 40만 명의 '사이버 전사'들이 러시아의 주요 기관을 집중 해킹하고 있다. 넷째, 러시아 국내 상황이 어려워지고 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이다. 군대의 병참 부족과 사기 저하로 침공작전에 차질이 생기고 경제 제재의 영향으로 러시아 국민들의 일상생활이 어려워질 것이다. 이런 상황의 장기화는 푸틴의 국내적 위상 약화, 신변 이상으로 연결될 수 있다. 종전을 위한 푸틴 대통령의 결단을 요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에게 자강과 동맹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군사적 억제력을 강화하며 유비무환의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한미동맹을 업그레이드하여 포괄적 가치동맹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ICBM 발사 등 북한의 군사적 도발은 물론 사이버공격에도 철저한 대응이 필요하다. 지금은 우리의 정권교체기인 만큼 안보 취약요소를 점검해야 한다. 남북한이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상황에서 국가안보는 곧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양대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 국민이 합심 단결해야 한다. 경제안보를 아우르는 총력외교를 펼쳐야 할 때다. 내달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책무가 실로 막중하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