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세이·최성주> 계속되는 미얀마 참극… '인권보호' 국제적 노력 계속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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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에세이·최성주> 계속되는 미얀마 참극… '인권보호' 국제적 노력 계속돼야
최성주 고려대 특임교수·전 주 폴란드 대사||54)진행 중인 미얀마 쿠데타 상황
  • 입력 : 2022. 04.18(월) 13:19
  • 편집에디터
최성주 고려대 특임교수·전 주 폴란드 대사
지난해 2월 1일 미얀마에 군부 쿠데타가 발발한 이후 1년 2개월이 지났지만 지금도 정치 상황은 안정되지 않고 있다. 그간 1700명이 넘는 민간인이 사망했지만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국민통합정부(NUG)측은 처절한 무장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미얀마는 과거 '버마'라는 명칭으로 알려진 나라다. 1983년 전두환 대통령의 국빈 방문 당시 북한 공작원에 의한 테러 사건('아웅산 테러')이 발생했던 곳이기도 하다. 군부 쿠데타에 대한 유엔 및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등 국제사회의 무기력한 대응으로 미얀마의 참극은 아직도 그치지 않고 있다.



동남아 지역에 위치한 미얀마에서는 1962년부터 군부가 장기 집권하고 있다. 1961년부터 시작된 한국의 군부 독재에 온몸으로 항거한 김대중 대통령은 미얀마의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는 아웅산 수치 여사를 적극 성원해 국제사회로부터 '미스터 버마'라는 별명을 얻은 바 있다. 미얀마의 독립영웅 아웅산 장군의 딸인 수치 여사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비폭력 투쟁'의 공로로 1991년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런데, 미얀마의 쿠데타 상황에 대해 태국 및 인도네시아, 싱가폴 등 동남아시아 10개국으로 구성된 아세안(ASEAN)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안타깝고도 실망스러운 일이다. 아프리카연합(AU)이 올 1월말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부르키나파소의 회원국 자격을 정지시킨 것과 대조된다. 아세안이 AU보다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왜 이런 상황이 생기는 걸까. 아세안이 '내정 불간섭의 원칙'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국내문제 불간섭은 주권국가로 구성된 국제사회를 지탱하는 기본원칙이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주권국가의 국민보호조치다. 국가(정부)가 국민을 보호하기는커녕 이들을 학살하고 탄압한다면 국제사회가 강력하게 나서야 한다. 2005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보호책임(R2P) 원칙은 2011년 리비아 사태 당시 발동되어 독재자 가다피를 축출하는 계기를 준 바 있다. 불교국가인 미얀마는 소수 이슬람교도인 로힝야족을 조직적으로 탄압하고 있어서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되는 등 국제사회의 비난을 사고 있다.



주권 존중은 국제법의 근본원칙이다. 모든 국가는 주권평등의 원칙에 따라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 유엔의 1국 1표 제도는 이를 구현하는 기축이다. 193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유엔 총회에서는 강대국이건 약소국이건 모두 1표의 주권적 권리를 행사한다. 민간인에 대한 군부의 지속적이고 악질적인 살상과 탄압이 자행되는 경우 주권존중의 원칙만을 내세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된다. AU의 경우 것처럼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 회원국에 자격정지 또는 축출 등의 강경한 조치가 필요하다. 현대 국제법은 과거의 주권 절대주의에 맞설 수 있는 상황을 상정해 놓고 있다. 이에 관한 것이 강행규범(jus cogens)인데 인종청소 및 전쟁범죄, 대량학살, 반(反)인도죄의 4대 중범죄는 국가의 주권을 넘어서는 강제조치를 취할 것을 주문한다. 개발 및 안보 문제와는 달리 인권을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분류하는 이유다. 이러한 인권에는 이중성의 문제가 내재되어 있다. 인권을 탄압하는 세력이 해당국의 정권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 국가의 국내인권문제를 거론할 경우 정치 이슈로 비화되기 십상이다. 이것이 인권문제의 민감한 측면이다. 세계의 어떤 나라도 타국의 인권 문제에 대해 보편적 가치라는 단일 기준만을 적용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북한 및 중국의 인권문제에 관한 정부의 대응 수위는 그간 정권의 성향에 따라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필자는 2000년대 초반 쿠바에 업무 출장 가 쿠바 공산당의 간부 초청으로 만찬 협의를 가진 바 있다. 당시 그는 한국이 미국이나 서유럽처럼 인권문제에 대해 이중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국이 중국이나 러시아의 인권에 대해 쿠바 인권문제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렇지만 어떤 경우에도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미얀마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기존의 입장을 견지해 나갈 필요가 있다. 아세안이 미얀마의 군부에 대해 보다 강경한 조치를 취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일관성 유지가 중요하다. 미국 및 서유럽과 공동보조를 취하되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계속해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인권문제에 대한 기본입장의 널뛰기는 바람직하지 않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