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비싼 소고기는 과연 인류에게 공공의 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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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비싼 소고기는 과연 인류에게 공공의 적일까
  • 입력 : 2022. 04.14(목) 14:25
  • 이용환 기자

강원 평창군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한우연구소 방목장에서 한우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다. 뉴시스

소고기를 위한 변론. 갈매나무 제공

소고기를 위한 변론

니콜렛 한 니먼 | 갈매나무 | 1만9800원

최근 트렌드를 이해할 때 '비건(채식주의자)'은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엄격한 의미의 비건이 아니더라도, 기후위기와 동물복지 등의 이슈로 채식은 다양한 관심을 받고 있다. 육식이 건강을 망친다는 우려, 비윤리적 도살에 대한 죄책감, 공장식 사육이 지구를 망가뜨린다는 공포 등이 만든 결과다.

변호사이면서 환경론자인 니콜렛 한 니먼의 '소고기를 위한 변론'은 이같은 주장에 대한 반론이다. 저자는 책에서 "이렇게 복잡 미묘한 문제의 한가운데에서 '육식'만 단순히 악역을 맡아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건 아닌가"라고 주장한다.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 모든 문제의 합당한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도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는 한때 환경보호단체의 수석변호사로 일하며 동물의 공장식 축산을 반대하는 운동에 앞장섰던 채식주의자였다. 이후 남편을 만나 목장에서 소를 키우기 시작했고, 지금은 더 많은 소가 더 많은 초지에서 풀을 뜯도록 해야 오히려 지구와 인류를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 온 가족과 함께 농장 일에 매진하고 있다.

책은 1970년 4월 22일, 첫 번째 지구의 날을 맞아 거리로 쏟아져 나온 2000만 명의 사람들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날 이들은 소고기산업을 미국의 대표적 환경오염 유발 산업 중 하나로 지목했다. 세계 최대의 소고기 생산국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일까. 환경론자 제레미 리프킨은 한 술 더 떠 세계 곳곳이 오랫동안 과잉방목에 시달려 땅이 황폐화됐다면서 소고기를 끊을 것을 촉구했다. 그리고 소와 소고기는 어느새 공공연한 공공의 적이 되고 말았다.

저자도 당시 환경보호단체의 변호사로서 소고기산업을 고발하기 위해 수많은 축산농가를 방문하고, 연구논문을 읽고, 전문가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오히려 소가 지구생태계와 어떻게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는지를 깨달았고, 이 모든 자료와 연구결과를 집대성해 직접 소를 키운 경험까지 덧붙여서 책으로 엮었다.

저자가 내린 결론은 소가 죽은 땅을 되살아나게 할 유일한 희망이라는 것이다. 대기오염 문제와 관련해서도 저자는 소 방목이 제대로 관리된다면, 공장식 축산이 배출하는 탄소의 총량보다 오히려 더 많은 양의 탄소를 토양으로 돌려보낸다고 주장한다. 목초지에서 소를 풀어 키우는 방목은 오히려 대기 중 탄소를 줄인다는 것이다.

특히 저자는 지금의 환경문제에서 진짜 고발되어야 할 대상으로 공장식 축산업자를 겨냥한다. 자본주의의 논리에 따라 공장에 소를 밀어 넣고, 항생제를 맞혀 사육하는 이들이다. 그로 인해 소가 사라진 초지는 기본 생명주기를 잃고 망가져 불안정성에 시달린다. 삼림은 베어지고 곡물사료 재배를 위한 땅으로 개간된다. 비는 식물과 땅에 흡수되지 못하고 어디론가 증발되며, 소가 밀집된 사육장 어딘가에서는 항생제가 든 액화분뇨 수백만 톤이 만들어진다. 수질오염과 대기오염의 주범이야말로 이들인 셈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무엇보다 인간이 생명을 존중하고 자연의 본을 따르는 농업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적절한 계획과 감독으로 방목 관리를 하고, 약물과 호르몬을 주입하지 않고, 도축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 소비자들도 잘 키운 고기를 찾아 소비해야 한다. 막연한 죄책감과 불편함으로 고기를 거부하기보다 좋은 고기를 선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공장식 축산 문제를 바로잡고 더 나아가 소를 자연의 일부로 되돌리는 일. 지속가능한 농업을 추구해야 할 대한민국 농민과 소비자, 정책 당국 모두가 귀 기울여야 할 소중한 조언이다.

이용환 기자 yh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