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5월 북한군 광수'의 허상… 5·18 왜곡 확산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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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80년 5월 북한군 광수'의 허상… 5·18 왜곡 확산돼"
5·18 허위 조작 정보 분석 집담회 ||1982년 계엄본부 ‘계엄사’ 출판 ||2000년 북한군 주장 탈북자 출현 ||자랑삼아 시작 거짓말 밝혔지만 ||‘지만원 5·18 북한군 침투설’ 작용
  • 입력 : 2022. 04.21(목) 17:55
  • 도선인 기자
21일 5·18기념재단에서 '5·18 허위 조작 정보 분석 집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지만원 개인이 이 거대한 허상을 만들었을까요? 5·18 북한군 침투설을 확대하고 재생산한 거대한 세력들이 지지 기반이 됐고요. 5·18 왜곡의 뿌리는 여기서부터입니다."

21일 5·18기념재단에서 '유령을 키우는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5·18 허위 조작 정보 분석 집담회'가 진행됐다.

발제자로 나선 이동욱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 위원은 "조사위원회가 출범한 이유 중 하나는 2010년 이후 사실화된 5·18 왜곡의 이유를 규명하는 것"이라며 "1980년 5월 광주에 왔다던 북한 특수군은 지만원의 책 이후 606명의 '광수'로 거듭났다. 역사가 된 거짓을 바로잡는 것이 시대의 과제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먼저 5·18 왜곡 도서 △수사기록으로 본 12·12와 5·18 △화려한 사기극의 실체 5·18 △5·18 분석 최종보고서 등을 예시로 들며 2000년대 이후 차례로 출판된 서적들의 내용이 어떤 식으로 반복되고 있는지 설명했다. 또 이 과정에서 '5·18 북한군 침투설'이 확대·재생산 됐고 출판기념회 등의 행사를 후원한 보수단체, 책임을 묻지 않은 정보기관, 팩트 체크를 하지 않았던 언론들이 왜곡을 고착화시키는데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5·18 왜곡 서적의 출발은 육군본부가 1982년과 1990년 출판한 '계엄사'다.

특히 5·18 국회 청문회 이전에 출판된 계엄사 1권에는 '당시 정보기관에서 입수한 첩보에 의하면 북괴 9개조의 비정규전부대를 투입함과 동시에 남침을 강행하기로 결정하고 광주사태가 악화일로에 있으니…. 북괴의 남침기도는 결국 실기했다'라는 문구가 나온다. 이 내용은 5·18 국회 청문회 이후 출판된 1990년 '계엄사'에서 자취를 감춘다.

이 위원은 또 "계엄사는 제5공화국 시절 육군본부 계엄사편찬위원회 이름으로 발간됐는데, 첫 장부터 전두환부터 계엄군 수뇌부 장교들의 사진을 채우는 등 찬양 역사서다"라며 "1990년 발간된 계엄사는 5·18 국회 청문회 이후 대중화된 5·18 관련 진실을 의식해 1권을 정리할 목적으로 재발간 한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북한군의 광주 침투와 같은 이야기는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이후 5·18 북한군 침투설은 자취를 감추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2002년 8월16일 지만원 씨가 동아일보 광고를 통해 '광주사태는 소수의 좌익과 북한에서 파견한 특수부대원들이 순수한 군중들을 선동하여 일으킨 폭동이었습니다'라는 문구를 게재했다.

이로 인해 지씨는 징역형까지 선고받았지만 억울함 호소 수단으로 이 문구의 근거를 만들어내 출판까지 하기 이른다. 계엄사 1권은 주요 출처 자료가 됐다.

이 의원은 "지만원이 석방 이후 지속적으로 보수조직을 확대했고 과정에서 자신이 5·18 때 광주에 간 북한군이었다고 주장한 탈북자들이 나타났다"며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지만원이 주장한 5·18 북한군 침투설의 근거가 됐다. 이들과 지만원과의 연결고리를 만든 숨겨진 세력이 무엇인지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뜬금없이 '광주에 온 북한군이었다는 실체'가 나타나자 2008년 기무사, 국정원 등의 정보기관들도 사실 확인에 나섰다. 조사 과정에서 북한군이었다고 주장한 당사자들은 여러 차례 자신의 주장이 '자랑삼아 시작한 이미 거짓말이었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국가기관이 나서 사실관계를 파악했는데, 헤프닝으로 끝나야 할 5·18 북한군 침투설은 더 활개를 치고 있다. 거짓말 당사자들에 책임을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며 "또 이들의 활동을 지지하는 애국세력을 표방한 보수단체, 팩트체크를 시도하지 않고 진실을 밝히지 않은 언론도 유령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이 위원은 "지만원 개인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이는 5·18왜곡의 실체엔 거대한 암벽이 있었다. 지금도 유공자 특혜설이 무방비 상태로 퍼지면서 전라도 비하는 어느 시대보다 극심하다"고 말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